행복한 삶/여행정보♨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

영원한 울트라 2007. 9. 27. 15:49

우리의 인연을 한번 생각해 보자.

저 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태양계의 태양과 같은 항성(亢星)들이고,
그 안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같은 것이 있을 수 있고,
그 별들이 떼 지어 모여 있는 은하계도 있고,
이렇듯 정말 무한한 우주에서,
그 중의 조그만 별 하나인 태양계에서,
그 안에 존재하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그 넓은 오대양 육대주 중 하나인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편에
고목나무에 붙어있는 한 마리 매미 같은 이 한반도에서,
그나마도 분단된 조국의 남쪽, 5천만 명이 부대껴 살아가고 있는 이 대한민국에서,
생명 탄생 이후 이 기나긴 세월의 한 자락에서 우리는 이렇게 만났다.
그것도 ‘선생’과 ‘제자’라는 이름으로 얼마의 시간을 함께 해왔다.

이 얼마나 기막힌 인연이란 말인가?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이런 기막힌 인연 외의 것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철저하게 무관심해질 수 있을까? 우리가 평생을 살아가며 얼마나 더 많은 인연을 맺고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주의 중심은 바로 나 자신’이다. 다만 어느 한 인생도 서로 같을 수 없음은 저마다의 우주의 크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의 우주가 반드시 넓어야 좋은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길지 않은 인생을 몇 명의 혈육, 그리고 지인들과 티격태격하면서 스스로 우주의 지평을 점점 좁혀간다면, 우리의 삶은 참으로 보잘 것 없고 초라해질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간접 경험’을 통한 삶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기왕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직접 경험이 더 좋지 않겠는가? 여기서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적어도 나는 그러하다.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는 데미안(Demian)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삭스(Abraxas)’라고 한다.'

이 문구에서의 세계를 나는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의 우상론에서의 ‘동굴’과 동일시한다. 나의 여행은 이 동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며 (철학이라는 고매한 이름을 달지는 않더라도) 내 삶에 대한 소중한 ‘깨달음’으로서의 ‘아브락사스’를 가슴으로 느껴보고자 하는 소망의 몸짓이다.

떠나라! 아니, 떠나자!

우리는 로버트 풀검(Robert Fulghum)의 표현처럼 ‘나의 우주’에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이미 배웠다.’ 따라서 네 우주에서 더 배울 것은 별로 많지 않다. 어서 다른 우주로 날아가 ‘내 우주’의 지평을 넓혀가라.

 

 

칭기스칸(Genghis Khan, 成吉思汗, 약 1165~1227)을 아는가?

나무도 없는 황무지에서 절망조차 허락하지 않는 현실을 극복하여 선대로부터 이어오던 오랜 내전을 종식시키고 몽골 고원을 통일한 칭기스칸. 그의 과업이 여기에서 그쳤다면 그가 그다지 위대하게 칭송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칭기스칸은 그 이후에 세계를 정복했다는 것이다. 글도 모르면서 유라시아(Eurasia)의 광활한 초원을 들개처럼 떠돌아다니며 기약할 수 없는 이동과 끊임없는 전쟁, 그리고 잔인한 약탈밖에는 배운 것이 없는, 누가 뭐래도 ‘야만인’인 그가 정복한 땅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알렉산더 대왕(Alexandros the Great, BC 356~BC 323.6)이 건설한 제국의 면적은 348만 평방킬로미터(km²)였고, 나폴레옹(Napoléon Bonaparte, 1769~1821)의 제국은 115만 평방킬로미터, 히틀러의 제국은 219만 평방킬로미터였다. 칭기스칸의 제국은 이 세 정복자가 차지한 땅을 다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넓은, 무려 777만 평방킬로미터였다. 그의 손자이자 원나라 시조인 쿠빌라이칸(Kublai Khan)에 이르러서는 동쪽으로 고려에서 서쪽으로 헝가리까지, 북쪽 시베리아에서 남쪽 베트남까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건설되었다.

당시 몽골 고원의 인구가 200만 명을 넘지 않았다는데, 이 소수 민족이 중국, 이슬람, 유럽을 아우르며 2억 명 가까이, 그것도 무려 150년이나 지속하면서 통치했다는 것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위대함’이 아닐 수 없다.

칭기스칸과 몽골인의 그 엄청난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내가 판단컨대 그것은 그들의 ‘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으로 끝나지만 만인이 꿈을 꾸면 그것은 얼마든지 현실로 가꿔낼 수 있다는 신념을 그들은 갖고 있었다. 그들은 열린 사고를 하며 비전을 공유했던 것이다. 그렇다. ‘열린 사고(Open Thought)’. 위대함은 바로 그 열린 사고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열린 사고는 ‘닫힌 세상’에서는 주어지지 않는다. 칭기스칸이 처음부터 세계정복을 꿈꿨겠는가? 자신이 사는 세상을 좁다 생각하고 한번 다른 세상으로 나가보니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하며 새로운 깨달음이 얻을 것이고, 그렇게 새로움과 신기함에 맛을 들이며 점차더 넓게 나아갔을 것이다.

한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열린 세상으로 나아가 열린 사고를 해야 한다. 책을 읽어 간접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과 부대끼며 직접 경험의 폭을 넓혀 가야 한다. 과거 유럽의 귀족들이 자녀가 고등학교 정도 수준의 교육을 끝내면 이른바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시켰던 이유도 바로 몸으로 부딪혀 얻는 직접 경험을 통해 스스로 보고 느끼며, 열린 세상에서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리라.

어떤 친구들은 내가 무척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팔자 좋게 어릴 때부터 여행을 꿈꾸며 살아 온 것으로 오해를 하기도 한다. (내가 여행을 꿈꾸게 된 것은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선생님이 독일에서 힘들게 유학하며 어린이 잡지에 연재했던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이라는 만화를 보면서부터였던 듯 하다.) 하지만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3개월 동안 신문배달을 하고서야 좋아하는 등산을 위한 등산화와 배낭을 살 수 있었고, 고1 어느 날은 음악다방에서 아르바이트 DJ가 되곤 했다. 이미 내 나이 스무살에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 대학을 다녔으며, 용돈은 물론 여행 경비도 스스로 마련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 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 - 나는 죽을 때까지 이 평범하다 못해 진부하기까지 한 진리를 굳게 믿고 살 것이다.

열린 세상으로 나가라! 그리고 열린 사고를 하며 꿈을 꾸어라! 그러기에 네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면 뭐든 열심히 해서 (물론 건전하게) 돈을 벌어라! 네가 땀 흘려 번 돈이 얼마나 중요한 지 스스로 느끼고, 순전히 네 힘으로 번 돈으로 열린 세상을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경험해 보고 나서 ‘인생’을 논하기 바란다. 각설하고, 내가 여행을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열린 사고’를 간절히 얻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열린 세상을 바람처럼 살아 죽을 때쯤에는 내 그릇에 맞는 ‘몽골 제국’에서 ‘칭기스칸’이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나만의 세계가 아니라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과물이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마지막으로 칭기스칸에 대해 말하고 싶은 한 가지가 더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몽골 제국도 결국은 끝까지 영화를 누리지 못하고 사라져 가야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바람처럼 말을 달리며 치명적인 화살을 쏘아대 세상을 정복했어도 그보다 더 빠른 총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 이상 깨고 나가야 할 껍질이 없다고 느끼거나, 우물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바다에 있다고 우기려들 때, 동굴 속에 파묻혀 있으면서도 ‘이게 세상의 끝이다’라고 느끼게 될 때, 우리는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신해야 하며, 알베르 까뮈(Albert Camus)의 호소처럼 ‘의식이 졸고 있지 않은’ 깨어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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