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성호(三人成虎)-세사람이나 그리 말하니 어찌 안 믿겠나?
필자가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던 2000년 봄의 일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마늘로 인해 국내 마늘산업이 붕괴될 것을 우려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내렸다. 중국 정부는 이에 맞서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회담 전 중국 정부의 동정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 관계자를 만났는데 "산둥성의 마늘 재배 농민이 자살했다"는 소문을 전해줬다.
'그럴 리가?'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확인이 쉽지 않았다. 긴급보고서를 본 대사님은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결재를 미루셨다.
즉시 다른 2~3개 루트를 통해 자살 소문을 알아봤다. 신문에서 봤다는 얘기도 있고 관련부서 관계자가 그러더라는 얘기도 들렸다. 마지막으로 사건 발생지인 산둥성의 칭다오에 있는 우리 기업인에게 물었다. 그는 "자살한 것은 맞는데 농민이 아니고 마늘 유통업자"라고 확인해줬다.
농민이 아니다? 알고 보니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었다. 이유인즉 경제적 약자인 농민의 죽음은 정서상 동정이 더 가게 하는 것으로, 한국측이 회담에 앞서 중국측에 유감을 표시해야 하며 이로 인해 한국이 수세의 입장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회담 전술' 이라는 것이었다.
한국 대사관 쪽에 '농민이 자살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믿게 해 서울로 보고하게 한다, 정말인 것처럼.... 결재를 미룬 대사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대사님은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성어를 알고 계셨던 걸까.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전국책ㆍ위책(戰國策ㆍ魏策)'에 나오는 얘기다. 중국 전국시대 위(魏)나라가 태자를 조(趙)나라의 인질로 보내면서 왕이 평소 신임하던 방총(龐葱)을 뽑아 태자를 모시도록 했다. 방총은 자신이 외지에 나가 있는 동안 중상하고 헐뜯는 사람이 있을 경우 왕의 신임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 돼 출발 전에 왕을 만났다.
"폐하, 누가 거리에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어찌 그런 일이 있겠느냐? 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안 믿는다!"
"그러면 또 다른 사람이 와서 호랑이가 왔다고 하면 어찌하시렵니까?"
"음, 이번엔 좀 의심이 가는구나! 그럴지도 모르지."
"세 번째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내가 믿지 않을 수 없지! 호랑이를 잡으라고 명을 내려야지!"
"그렇습니다. 누구나 거리에 호랑이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세 사람이나 와 사실처럼 생생하게 말하니 왕께서도 믿으시고 맙니다. 제가 외지로 떠나면 조정에서 틀림없이 저를 헐뜯는 자가 세 명도 더 될 것입니다. 폐하께서 이 점을 잘 헤아려 주십시오."
"잘 알겠다. 걱정 말고 태자를 잘 돌보아라!
그러나 방총이 조나라로 간 후 그를 비방하고 중상하는 말이 부단히 왕의 귀에 들어가니 결국 방총의 우려대로 왕이 그를 멀리하고 끝내 중용하지 않았다. 훗날 사람들은 이 고사를 인용해 유언비어가 진상을 덮어씌울 수도 있으며 실제로 없던 일이나 있을 수 없는 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사실처럼 왜곡된다는 것을 경계하는데 사용했다.
즉시 다른 2~3개 루트를 통해 자살 소문을 알아봤다. 신문에서 봤다는 얘기도 있고 관련부서 관계자가 그러더라는 얘기도 들렸다. 마지막으로 사건 발생지인 산둥성의 칭다오에 있는 우리 기업인에게 물었다. 그는 "자살한 것은 맞는데 농민이 아니고 마늘 유통업자"라고 확인해줬다.
농민이 아니다? 알고 보니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었다. 이유인즉 경제적 약자인 농민의 죽음은 정서상 동정이 더 가게 하는 것으로, 한국측이 회담에 앞서 중국측에 유감을 표시해야 하며 이로 인해 한국이 수세의 입장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회담 전술' 이라는 것이었다.
한국 대사관 쪽에 '농민이 자살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믿게 해 서울로 보고하게 한다, 정말인 것처럼.... 결재를 미룬 대사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대사님은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성어를 알고 계셨던 걸까.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전국책ㆍ위책(戰國策ㆍ魏策)'에 나오는 얘기다. 중국 전국시대 위(魏)나라가 태자를 조(趙)나라의 인질로 보내면서 왕이 평소 신임하던 방총(龐葱)을 뽑아 태자를 모시도록 했다. 방총은 자신이 외지에 나가 있는 동안 중상하고 헐뜯는 사람이 있을 경우 왕의 신임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 돼 출발 전에 왕을 만났다.
"폐하, 누가 거리에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어찌 그런 일이 있겠느냐? 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안 믿는다!"
"그러면 또 다른 사람이 와서 호랑이가 왔다고 하면 어찌하시렵니까?"
"음, 이번엔 좀 의심이 가는구나! 그럴지도 모르지."
"세 번째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내가 믿지 않을 수 없지! 호랑이를 잡으라고 명을 내려야지!"
"그렇습니다. 누구나 거리에 호랑이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세 사람이나 와 사실처럼 생생하게 말하니 왕께서도 믿으시고 맙니다. 제가 외지로 떠나면 조정에서 틀림없이 저를 헐뜯는 자가 세 명도 더 될 것입니다. 폐하께서 이 점을 잘 헤아려 주십시오."
"잘 알겠다. 걱정 말고 태자를 잘 돌보아라!
그러나 방총이 조나라로 간 후 그를 비방하고 중상하는 말이 부단히 왕의 귀에 들어가니 결국 방총의 우려대로 왕이 그를 멀리하고 끝내 중용하지 않았다. 훗날 사람들은 이 고사를 인용해 유언비어가 진상을 덮어씌울 수도 있으며 실제로 없던 일이나 있을 수 없는 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사실처럼 왜곡된다는 것을 경계하는데 사용했다.
정문섭 농업인재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