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이목지신(移木之信)

영원한 울트라 2010. 4. 29. 19:13

문화(文化)는 문화(問話)다. 물을 문(問)이며 이야기 화(話)다. 물었으니 듣게(聞)된다. 결국 문화(聞話)다.

며칠전 모그룹 대표 CEO인 A부회장과 모 대학 B교수, 또다른 기업의 C사장 등 업계와 학계 인사들과 만찬을 했다. 장마 비로 물이 불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식당에서 경제와 경영 그리고 서로에 대해 묻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강 역부(力强役夫)인 그들과 나눈 숙성된 대화가 참 좋았다.

A부회장이 경청의 귀중함을 털어놓았다. 기업의 수장에 올라 수년 간 겪은 CEO로서의 체험담이었다. "무릇 경청의 청(聽)을 파자(破字)해보면 뜻이 깊습니다. 왕(王)의 말씀을 듣는데(耳) 열(十)의 눈(目)과 한마음(一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유내강한 그의 내공을 보는 듯 했다. 물론 현대경영에서는 왕이란 고객을 뜻한다. 고객이란 주주고객과 내부고객인 기업의 구성원, 소비자 고객과 사회고객을 의미한다.

소통의 긴요한 도구인 말(言)의 기원설에는 두 가지가 있다. 신의 선물과 인간의 진화가 그것이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요한복음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또 말씀이 곧 하나님이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인간은 신의 선물로 '말'을 얻었다.

한편 언어학자들 사이에서는 언어의 기원을 10만 년 전으로 소급시키고 있다. 인간이 말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목의 후강이 내려 앉아 있어야 한다. 약 30만년전에 그와 같이 진화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인류의 다른 문화가 발달하면서 언어도 급속히 발달했다. 거짓말과 음모의 언어들도 생산됐다. 오히려 소통에 방해가 됐다. 그래서 말에 대한 경계의 말씀도 생겼다. "입으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닐테니 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역사적으로도 임금의 영(令)이 서지 않아 곤란을 겪어왔다. 불신을 받기 때문이다.

'이목지신(移木之信)' 나무를 옮겨 믿음을 얻는다는 고사성어이다. 중국 진(秦)나라 재상 법가(法家)의 상앙이 수도의 남문에 큰 말뚝을 세웠다.

그리고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는 상을 준다고 했다. 여러 사람들은 믿지 않았지만 어떤 이가 장난삼아 말뚝을 옮겼다. 상앙은 약속대로 상을 주었다.

이때부터 백성들은 국가의 명을 믿기 시작했다. 상앙은 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백성의 신(信)을 먼저 얻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쩍하면 공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법치의 최하수(最下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