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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융합시대의 규제관리기구 정립방안

영원한 울트라 2005. 5. 10. 10:30

유 의 선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방송통신융합시대의 규제관리기구 정립방안

- 방송통신위원회(가칭)의 법적위상 및 직무분장을 중심으로 -


유의선(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I. 들어가는 말


  방송통신융합이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방송망을 통해 통신정보가, 통신망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이 전달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현상은 기술적으로 전송수단이 디지털화, 광대역화, 쌍방향화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1)  기술의 융합은 방송통신간 서비스 융합 및 시장 결합도 가능케 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규제 기구 위상 및 직무와 관련하여 몇 가지 갈등이 야기된다는 사실이다. 우선은 규제기구간 업무영역 싸움이 심화되고 있다. 방송통신 경계영역 서비스가 점증함에 따라, 기존의 방송 및 통신을 개별적으로 관장하던 각 규제기구는 신규 서비스에 대한 자신의 영역을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2) 자신에게 유리한 방송 및 통신 개념을 계발하고, 정책 기초로서 공익논리(public interest theory)나 시장경쟁논리(market competition theory)와 같은 상이한 접근 방법을 제각기 강조한다. 이를 기초로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고 입법화하여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작게는 조직의 활성화, 크게는 조직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상당 부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방송통신융합에 따른 불필요한 규제기구간의 다툼으로 그 부작용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한 법제적 정리가 요구된다. 둘째는,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현상을 방송통신 “분리”를 전제로 한 개별 시스템으로 접근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행정의 비일관성, 다원성, 지체성 등이 지적된다.3) 규제기구별로 방송과 통신에 대한 이해와 접근하는 철학, 문제 해결 방법론이 서로 달라 생기는 일이다.4) 하지만, 이 역시 방송통신융합 현상에 체계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국가정책적 관점에서 볼 때 시급히 정리되어야 할 일이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주요 선진각국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적지 않은 연구가, 방송통신융합과 관련된 규제기구와 관련하여 외국의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한 바 있다 (이상식, 2001; 김동욱, 2004; 황근, 2004). 그러나 외국의 사례는 참조하되, 기본적으로는 우리 상황에 가장 적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가정은, 방송통신융합 현상에 대한 적정 규제기구 정립방안을 강구하는데 있어 (1) 방송통신융합이 우리 사회에 가져오는 제 문제에 대한 이해 (2) 문제 해결책으로서 제기되는 대안별 장단점 비교 (3) 제기된 대안의 구체적 실행 방안 제시와 같은 순차적 접근방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우선 우리 사회에서의 방송통신융합이 가지는 제 의미와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서 제시될 수 있는 몇 가지 대안의 장단점을 비교 검토한 후,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집행 전략을 단계별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II. 규제 영역에서 방송통신융합이 가지는 제 의미


  앞서 기술하였듯이, 방송통신융합의 외형적 의미는 글자 그대로 기술융합, 서비스융합, 시장융합을 말한다. 미디어 산업이 “매체별 고유”의 컨텐츠(contents)→망(network)→단말기(terminal) 시스템에서 “매체 구분없는” 컨텐츠→망→단말기 시스템으로 재구성 되어간다는 것이다. 규제 관리 측면에서 이러한 현상의 실재적 의미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방송통신 분리를 전제로 한 현 규제 질서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통신 융합은 규제 관리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몇가지 사회적 함의를 띤다.


  규제 철학: 우선 방송과 통신이 융합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서 방송통신이 가지는 각각의 함의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이하여 서로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일정 부분 상호 뒤섞여 간다고 하는 것이 현상에 대한 정확한 기술인지도 모른다. 제공되는 컨텐츠나 전송망의 특성에 따라 여전히 여론 지배력이나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작동하기도 하고 그러한 것 없이 단순히 개인간의 상호 정보 교환으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이것은 방송통신이 융합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일방적인 방송규제논리나 통신시장논리가 지배되어서는 안됨을 시사한다.5) 미디어 산업이 점차로 매체 구분없는 “컨텐츠→망→단말기” 체제로 정리되어가고 있지만, 기존의 규제 논리인 공익성 및 산업성의 적절한 조화가 여전히 중요한 복합기제로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소위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전술한 기존 규제 논리를 준용해야 한다면 어떠한 기준으로 적용해야 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방송과 통신의 영역 구분이 보다 명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어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방송용 서비스에는 방송규제논리가, 통신서비스에는 통신규제논리가 준용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6) 방송은 기획편성한 프로그램을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여 공중에게 송신하는 행위이다. 이런 이유로 방송사업자는 프로그램을 기획․편성하였으므로 일정 부분 방송 내용에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방송은 전통적으로 전파자원의 희소성(spectrum scarcity rationale), 방송 프로그램의 사회문화적 영향력7)에 의거하여 상당 수준 공익 달성을 위한 규제를 받아 왔다. 한 마디로 기획편성한 프로그램이 다수(특히 청소년)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상당하므로 방송규제논리가 성립된 것이다. 반면 통신은 개인적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으면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하는 정보의 송수신 행위이다. 통신이라고 해서 반드시 송수신하는 양방의 숫자가 '1:1'일 필요는 없다. '1: 소수'간의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이나 심지어 '다수:다수'인 경우라도 통신 영역에 포함되는 서비스는 적지않다. 한 예로, VoIP 등을 통한 다자간 송수신 커뮤니케이션은 방송이라기보다는 통신 영역에 가깝다. 따라서 다자에게 전달된다고 해서 반드시 방송은 아니다. 반면 쌍방향 통신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모든 송수신 형태가 통신은 아니다. 통신의 고유 형태인 쌍방향망을 통해 소위 '포인트캐스팅(pointcasting)' 형식으로 제공되는 방송프로그램 서비스도 적지 않다. 비록 하이브리드형이긴 하지만 전화선 등을 통해 제공되는 NVOD나 VOD 등의 방송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방송이 통신과 구분되는 것은 '불특정다수'가 일방향망이나 쌍방향망을 이용하여 방송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방송과 통신의 영역이 단순히 '일방향'이나 '쌍방향'이냐와 같은 망특성이나, '다수'에게 제공되고 있느냐 등의 기준으로 구분함은 그 한계가 적지 않다. 또는 단순히 컨텐츠(contents)-망(network)-단말기(terminal)로 규제 영역을 단순화시켜 방송과 통신 규제 논리를 동시에 매몰시키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결국 “문자․음성․영상 정보를 의도적으로 기획 편집하여 불특정다수8)에게 제공하고 있는 사업”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방송통신 영역을 구분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방송통신융합서비스라 할지라도, 방송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은 방송규제 논리를 중심으로 -비록 매체별 영향력에 따라 다소 규제 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통신영역에 포함되는 것은 통신규제논리를 준용하는 것이 통합 규제 관리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현 규제 분리시스템과 다른 것은, 하나의 규제기구에서 방송통신 서비스를 총괄적으로 관장하되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 방송규제논리와 통신규제논리를 조화롭게 준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규제 방법론: 규제 영역에서 방송통신융합의 또 다른 함의는 이것이 본질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발달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분명 방송통신융합 시대는 다채널 다미디어 시대이고 멀티미디어 시대이다. 방송과 통신 기술이 상호 교차적으로 접목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방송통신 경계 영역 서비스이든 복합서비스이든 간에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신규 매체가 계속 시장에 등장할 것이다. 수익성 창출만 가능하다면 새로운 매체 시장이 지속적으로 형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을 규제 영역 관점에서 재정리한다면, 앞으로 갈수록 매체 시장이 복잡해지고 다원화된다는 얘기이다. 이것은 다시 단순 수요예측 등에 기초한 정부 중심의 기획성 규제가 점차로 그 효율성을 잃어갈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매체간의 관계를 더 이상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매체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수용자의 '능동적 선택'의 폭도 확대되면서 지나친 정부 규제보다는, 시장 기능에 기초한 규제 논리가 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III. 방송통신융합시대의 적정규제기구


1. 개 요


  방송통신융합시대에 적정한 규제기구 요건으로는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새로운 방송통신 총괄 규제기구는 방송과 통신, 신규매체 시장 등을 전체적으로 조망하여 종합적 발전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매체 시장이 복잡해지고 다원화함에 따라, 형식적인 대표성 보다는 융합에 따른 현안들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이 더욱 더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상호 시장 진입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할 것인가?”, “매체간 공정경쟁 구조는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 “수용자 복지는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등과 같은 주요 이슈에 대한 전문적 안목을 새로운 방송통신융합 규제기구는 지니고 있어야 한다. 방송통신융합에 대비하는 규제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방송과 통신에 대한 전문적 안목없이, 정치적으로 위원을 배분하는 구태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 또 하나 적정 규제기구 요건으로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정치적 독립성'이다. 방송통신 규제기구가 사업자나 정치 집단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아, 수용자 복지보다 정치 집단이나 이익 집단의 이해를 대변할 때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되어(또는 외부 압력을 최소화시켜) 다양한 융합 관련 현안들을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을 때 규제기구는 조직이 구비한 전문성을 수용자 복지와 산업 발전을 위해 충분히 구가할 수 있게 된다.


2. 문제 해결책으로서 몇 가지 접근방안 비교


  외국사례: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대비하는 외국의 사례는 크게 방송통신을 총괄하는 단일 독립규제위원회를 두는 방식(미국)9), 단일정부부처형(일본), 방송통신 규제기구 분리형(프랑스), 방송통신 정책 및 규제 기능을 수행하는 독립규제위원회와 정부부처의 기능이 보완적 형태로 되어있는 형태(영국, 카나다, 이탈리아)로 정리될 수 있다 (참고 표1).


  미국은 방송통신을 총괄하는 독립규제위원회로서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두고 있다. 방송규제행정을 주로 다루면서도 행정부에 속해있지 않아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위헌소지 논쟁도 있어왔다. 그러나, 방송행정의 독립성을 위해, 미국은 1934년 연방커뮤니케이션법에 의해 일찍부터 방송통신을 총괄하는 연방기구를 두어왔다. FCC는 의회의 직접적 영향력 하에 있으나, 다수당이 FCC 위원의 3/5을 초과하지 않도록 견제 장치를 두고 있다. 현재 방송통신경계영역 서비스가 점증함에 따라 미국은 기존 매체구분에 따른 업무 분장을 쇄신하여 FCC내 모든 국을 재정비하고 있다. 방송통신의 정책 및 규제업무를 총괄하는 미국식 독립규제위원회의 장점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10) 방송통신융합시대에 대비하기 위하여 단일 정부부처형을 취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을 제외하고 거의 없다. 신중한 합의를 요하기 때문에 정책 지연이 가능하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독립규제위원회보다는, 책임소재가 분명하고 융합의 다양한 현상에 대해 신속히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부부처의 역량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우려는, 방송과 통신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간섭을 불식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방송의 경우, 문화커뮤니케이션부에서 정책입안을 책임지고 시청각최고위원회(CSA)에서 방송규제정책을 담당한다. 또한 통신의 경우는 정책은 재정경제산업부가, 규제는 통신규제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프랑스의 완고한 분리 규제 정책은 방송과 통신시장의 규제 논리가 너무 상이해 구분해서 관리하는 것이 좋다는 철학에서 비롯된다. 더불어 시장논리를 강조하는 통신시장과 방송을 합쳐 관리하면 방송의 공익성 구현이 쉽지 않고 외국의 시장개방 압력에도 쉽게 노정되어 자국 문화 보호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서 산출된 제도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정책은 융합 현상에 대한 분리 규제기구 접근 방법으로서 방송통신 융합의 정책 및 규제 행정 차원에서의 일관성 결여 등이 실질적 문제로 지적된다. 영국, 카나다, 이탈리아는 방송통신을 관장하는 합의제 행정규제위원회를 두고 있다. 정부부서는 특정 분야에서의 정책을 일부 담당한다. 그러나 최근의 영국의 OFCOM처럼 점차로 합의제 단일행정규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독일은 연방과 주정부로 나뉘어 다원적인 방송통신 관리시스템을 두고 있다 (참조 표1).


<표 1> 방송통신융합에 대비하는 외국의 규제기구 개편

나라

관장업무

기관

주요기능

미국*

프랑스*

방송통신총괄

   "    분리

FCC

CSA

ART

방송통신정책 및 규제감독

방송정책 및 규제감독, 융합서비스 정책

통신정책 및 규제감독

영국

카나다

방송통신총괄

방송통신총괄

OFCOM

DTI

CRTC

문화부

산업부

방송통신정책 및 규제감독

산업무역정책

방송통신규제정책 및 감독

방송정책

통신정책, 주파수

일본

방송통신총괄

총무성

방송통신정책 및 규제감독

(* 대통령제 국가)


  이를 정리하면, 방송통신 융합에 대비하는 주요 선진국들은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방송통신에 대한 철학이나 기존 정책 및 규제 기구간의 역학관계, 처해 있는 사회문화적, 정치경제적 상황 등을 감안하여 제각기 다른 규제 체제를 정립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국 사례 중 한 가지 주목할 수 있는 것은, 프랑스나 일본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방송통신을 총괄하는 규제위원회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융합 현상에 단일화된 규제 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와 규제기구 분리시 야기될 수 있는 불필요한 규제 기구간의 영역 다툼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방송통신의 정치적 독립성 등을 강조하여 정부 부처의 관여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는 나라 중 일부는 정책과 규제를 분장하여 정책은 정부부처가, 규제는 합의제 행정위원회가 맡고 있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정치체제 형태에 따라 조금씩 규제 패턴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국 대부분의 나라가 방송통신 융합현상에 대해 분리규제 보다는 총괄규제를 강조하고 있으며, 정책과 규제 업무의 분장은 주로 의원 내각제 일부 국가에서  선호하고 대통령제에서는 거의 단일화된 규제기구 정립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잠정적이나마 정리할 수 있겠다. 이를 우리 상황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은 논의가 가능하다.


  (정책․규제기구) 일원화 대 다원화: 현재 우리는 방송법 및 전파법을 근거로, 방송정책 및 내용규제 기능은 방송위원회가, 방송추천 및 인허가 기능은 방송위원회 및 정보통신부가, 방송관련 경제규제는 방송위원회나 공정거래위가 그 업무를 맡고 있다. 반면 통신영역인 경우, 정책 및 허가 기능은 정보통신부가 관장하고 있으며, 경제적 규제 기능은 정보통신부나 통신위원회 및 공정거래위가, 내용규제 기능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맡고 있다. 통신 규제 관계법으로는 전파법, 전기통신기본법,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화촉진기본법 등을 들 수 있다 (참고 표2).











<표 2> 방송통신관련 규제기구 현황

규제기능

 

정책기능

허가기능

경제적

규범적

관계법

방송

방송위원회

방송위

정통부

방송위

공정위

방송위

방송법/ 전파법

통신

정보통신부

정통부

정통부

통신위/

공정위

정보통신

윤리위

전파법/전기통신

기본․사업법,

정보화촉진기본법

(출처: 방송위원회 출입기자 세미나 자료집, 2004)


  총괄적 방송통신 규제기구로서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들은 규제기구를 다원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일원화시킬 것이냐의 문제이다. 한 마디로, 방송통신 규제기구는 '일원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의 사례도 그러하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어 점차적으로 분리가 어려워져 가고 있는 시대에 정책과 규제기능을 단일 기관에서 수행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정책기능과 규제기능을 구분하여 규제 기구를 분리하기 보다는, 하나의 기관에서 관장하는 것이 좋다. 정책과 규제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분리시 정책과 규제의 일관성이 결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11) 물론 이때 정책수립이나 정책지원을 주도해 오던 정부부처와의 유기적 협조 관계가 전제되어야 그 실익이 있다.


  정부부처 대 위원회: 정부부처(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규제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는 논지는 다음 몇 가지 이유로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우선 방송통신이 융합된다고 할 지라도, 방송 영역이 통신 영역과 상당 부분 병존하고 있는 것이므로 방송 특히 언론에 대한 정부 부처의 직접적 통제 12)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나 역사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부처가 방송통신 업무를 관장시, 방송의 독립성, 중립성, 다양성 등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부처보다는 합의제 규제위원회가 방송통신융합에 대비하는 적정 규제기구로서 적절하다. 규제위원회의 성격은 독립성, 중립성 등을 감안할 때 정부 부처 산하 합의제 행정규제위원회 성격보다는 의회의 직접적 규제를 받는 독립규제위원회가 검토될 수 있다. 결국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방송에 대한 직접적 개입 소지가 많은 정부부처에게 방송통신 업무를 맡기기 보다는 정치적 독립성, 전문성을 담보한 독립규제위원회가 바람직해 보인다. 특히 우리의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 이사진 선임 등 여론 지배력 구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으므로, 가능한 한 정부의 간섭은 최소화 시킬수록 좋다. 더불어 방송과 통신에 대한 규제 논리나 접근 방법이 상이해서 단기적으로는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방송과 통신을 한 규제기구에서 관장하는 것이 거래비용도 줄이고, 행정의 일관성도 꾀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효율적이다.13) 정책과 규제 업무를 개별 기관에 분장하는 것은 앞서 적시한 이유로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분리하였을 때의 실익도 사실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독립규제위원회가 나름대로의 법적 위상을 갖추어 독립적인 정부 기구로서 자리를 잡고, 책임 영역을 분명히 하며 전문성을 대폭 보강하면 정책과 규제를 반드시 분리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이러한 성격의 방송통신규제기구는 어떻게 설립해야 하는가? 구체적으로 기구의 법적 위상 및 직무는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가?


IV. 집행 전략


1. 방송통신위원회(가칭)의 법적 위상 정립


  방송통신위원회(가칭)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우선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을만들어야 한다. 다음 방송과 통신을 통합하는 방송통신법(가칭)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참고로 영국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OFCOM 설치법을 2002년도 3월에 제정하여 위원장 등 위원회를 구성하고, 2003년 7월 통합법인 커뮤니케이션법을 제정하여 2004년 1월부터 그 법적 효력을 발효시켰다. 이런 맥락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을 최소한 새정부 출범 1년 전까지는 제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부처의 업무 분장 등에도 다소 변화가 있을 수 있으므로 차기 정부 출범시 정부 구조 개편을 동시에 진행할 여건이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위원회 구성을 위한 설치법 및 위원회 중심의 방송통신법(가칭) 공표 스케쥴이 결정되면 구체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법적 위상 및 직무 분장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어야 한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의 법적 지위는 앞서 적시하였듯이, 개인적으로 독립규제위원회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행정부 소속의 합의제 행정규제 위원회로서 대통령이나 총리, 장관 산하에 둘 수도 있으나 방송통신 정책 및 규제 업무에 정부 개입을 유발할 수 있어 긍정적이지 않다. 따라서 직무 성격상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기 위해서는 행정부와는 독립된 합의제 규제위원회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처럼 방송통신위원회가 예산이나 업무 보고 등을 통해, 행정부보다는 국회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이 이론상 적합해 보인다. 물론 이때도 국회 다수당이 방송통신위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차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의 경우 국회위원이 국무위원을 겸임할 수 있으므로, 입법부나 행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 관여가 최소한의 필요 수준에 머무룰 수 있도록 다양한 견제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방송통신의 역할이 너무나 막중하기 때문에,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 등급에 준해 법정 독립규제위원회로 자리매김하고 준입법, 행정, 준사법적 기능을 부여함이 옳다. 물론 이러한 법적 위상에 맞추어 규모의 지나친 비대함 및 그에 따른 부작용이 초래되지 않도록 조직 운영상의 효율성은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조직 자체의 전문성, 윤리성을 강구하는 장치가 방송통신위원회 운영 규칙에 마련되어져야 한다.


  상임 방송통신위원과 위원회 사무국 직원의 법적 지위는 모두 공무원 신분이 타당하다. 비상임 방송통신위원의 경우는 현행과 같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장관급으로 하여 필요시 국회 심리나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어야 하고 전문성 및 윤리성 검증을 위해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치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송통신위원 임명시 방송과 통신을 모두 이해하는 전문적 식견이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방송통신위원 모두를 상임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비상임위원들의 역할이 너무 미미하다는 이유에서이다. 신중하게 검토할 만한 안이다. 그러나 필자는 방송통신위원의 수를 8인-11인으로 하는 대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행정․사법부에서 상임직 위원으로 각 3인씩 추천하고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한 각 정당에서 비상임직 위원 1인씩을 추천하는 것이다. 일견 복잡해보이지만, 방송통신위의 대표성 및 전문성을 아우르는 구성 방식이라 생각한다.14) 왜냐하면 (1) 방송통신위원회가 본질적으로 준입법․행정․준사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어 위원 구성시 입법부․행정부․사법부의 의견이 일정 부분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고15) (2)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서 위원장을 포함하여 3인을 추천할 경우, 정부 여당의 방송철학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방송통신위원회 운영에 반영될 수 있으며 (3) 교섭단체를 구성한 각 정당에서, 방송과 통신 또는 수용자 복지에 전문적 식견을 가지고 있거나, 정당 운영 철학에 부합하는 소견을 가진 비상임직 위원 각 1인씩을 추천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표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 사법부를 제외한 대통령(행정부) 및 국회 추천 인사 중 여당 추천 인사의 숫자가 5인을 넘지 못하도록 하여 일당 독주 견제 장치를 강구할 필요도 있다. 교섭단체에서 각 1인씩 방송통신위원을 추천하여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을 채택할 경우, 위원들의 임기는 교섭단체 임기와 동일하다.


  정리하면, 방송통신 규제기구로서 방송통신위원회의 법적 위상은 행정부의 영향력에서 상당 수준 벗어날 수 있는 독립규제위원회가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진정한 독립규제위원회로서 방송통신위가 기능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가지 전제 요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우선 방송통신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사회문화적 영향력이나 산업경제적 파급 효과를 감안할 때, 방송통신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보장은 매우 긴요하다. 그에 대한 장치가 기구의 법적 위치 및 위원회 구성에 반영되어야 한다. 특히 방송통신 융합시대에도 방송이 가지는 여론 지배력이나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그대로 존속하고 있느니만큼,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요 공영방송사의 이사진 구성 등 실제적인 방송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만큼, 방송통신위가 전문성과 소신행정을 하지 못하고 정치나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집단으로 비추어질 때, 일부 학계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정부부처가 방송통신업무를 총괄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매체가 많아지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공익과 산업성을 조화롭게 지향할 전문성 보강과 법적 독립성 보장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법적 위상을 정비하는 첫째 요건으로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칭)의 직무는 어떻게 기술될 수 있을까? 다음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를 행정, 입법, 사법 차원에서 정리한 것이다.


2.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


1) 기본개요: 유관기관과의 법적 관계


  독립규제위원회로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구성된다고 할 지라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 영역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 관련 정책이나 규제를 입안하고 집행하는 기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국회나 정부부처, 청와대, 방송사, 내용심의기구(예: 영상물 등급위, 한국방송광고자율심의위), 한국방송광고공사 등과의 유기적인 법적 관계 속에서 방송통신 업무를 관장하게 된다. 이를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 도표1).

<도표 1> 방송통신위원회와 타 유관기관간의 법적 관계(안)


                           국회

                                           (방송위+통신위+정부유관부처

     대통령                                일부업무)

     (청와대)           방송통신위           KOBACO 외

                                             (방송통신발전기금)

행정부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통신산업

(기획예산처)                                  방송산업

     공정거래위

                                             통합자율심의기구

                                             (영등위 외

                                             -공무수탁사인)



<기본 해석>


①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회는 국회에 업무 보고 및 사업 계획에 따른 예산 요청을 한다. 단 예산 신청시 기획예산처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 국회는 위원회 업무 보고를 받으며 위원회 운영에 대해 정기국정감사를 실시한다. 국회는 또한 방송통신위원회 후보 위원 일부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② 대통령과 위원회: 대통령은 행정수반으로서 위원장을 포함하여 3인의 위원을 임명한다. 위원회에 정기적인 대통령 업무 보고를 강제하지는 않는다. 행정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들의 임명권자이므로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위원들은 받게 된다. 위원회는 직무와 관련하여 정부부처와 유기적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위원회는 정보통신기술(정통부)이나 산업정책(산자부), 프로그램 수급에 관한 저작권(문광부), 예산배정(기획예산처) 문제 등에 관해 정부 부처와 협의한 후 정책을 입안하고 규제를 집행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통령은 위원회 유관행정부처를 통해 위원회 활동에 필요한 정책지원, 예산지원 등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③ 공정거래위와 위원회: 위원회의 기본 직무 중의 하나는 방송매체간, 통신매체간, 또는 방송과 통신매체간의 공정거래질서를 조성하는 일이다.16) 공정거래위는 불공정행위나 경쟁제한 행위를 억제하여 시장 내 공정거래 질서 구축을 기본 직무로 하고 있다. 따라서 위원회는 방송 프로그램 유통과 관련된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시 공정위의 협조를 우선적으로 구하도록 양자의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방송과 통신에 적용되는 규제 기준이 현행 독점규제법상 기준과 상이하기 때문에 독점규제법과 방송법, 통신법의 관계는 서로의 입법 취지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보완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앞으로 제정될 방송통신법(가칭)상 공정거래 관련 규제 내용이 일반 경쟁법 즉 독점규제법상의 규제기준과 상이할시, 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관계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양자의 관계를 배타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보완적 관계로 볼 것인가인데 후자의 경우, 통상적으로 특별법상 규정이 없을 경우에는 일반법 적용을 받게 한다.


④ 방송통신위원회와 자율심의기구: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업무는 크게 산업규제(business regulation)과 내용규제(content regulation)로 나누어진다. 산업규제는 방송통신 산업의 구조, 인허가 문제, 프로그램 수급에 대한 공정거래문제, 매체간 공정경쟁 문제 등이고 내용규제는 주로 방송프로그램 규제를 일컫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개별적인 방송․위통신위와 달리 업무 영역이 방송통신 정책 및 규제 분야로 자동 확대되므로 사업규제나 내용규제 기준제정 등에 주로 업무 영역의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즉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규칙 제정 등의 업무를 제외하고는, 위원회 스스로 내용심의업무를 유관 기관(자율심의기구)에 이관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위원회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해지지 않고 방송통신 매체사업 정책과 규제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자율심의기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내용에 대한 심의업무를 하는 공무수탁사인이 되어 행정책임주체가 된다. 원래 방송통신위원회의 사후내용심의는 나름대로의 정부규제에 따른 실재적 이익을 입증만 할 수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매체 환경이 다매체화, 개인화, 쌍방향화하면서 내용 규제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개입은 효율성도 없고 명분에 따른 실익도 크지 않다. 내용 규제에 대한 개입이 필요 이상이라고 판단시 위헌 소지도 발생한다. 따라서 위원회의 내용규제는 가능한 한 법에 의해서 심의를 위탁받은 법인이 그 업무를 맡는 것이 좋다. 더불어 심의업무의 불필요한 중복이나 효율성 증진을 위해, 지상파방송 및 어린이 대상의 심의를 필한 정보물은, 내용상의 실질적 변경이 없는 한, 도달율이나 침투율이 떨어지는 타매체에 대한 심의를 면제할 필요가 있다. 원칙적으로 위원회는 내용 규제에 대한 기본 방향/준칙만을 정립하고 실질적인 내용 심의는 자율심의기구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내용 심의 기준은 공지하되, 실질적인 심의는 시장자율기구에 맡기고, 시장기능 실패시 제기되는 수용자 불만처리를 해결하는 접근법이다.


⑤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방송업계/통신업계):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및 통신업계의 시장진입과 그에 따른 시장지배력 정도를 인허가, 소유규제 등의 규제 기능을 통해 조정해야 한다. 반면 방송 및 통신업계는 사업 개시 전 사업 허가 및 재허가를 위원회로부터 받아야 한다. 위원회는 방송사간, 통신사간, 또는 방송통신사간 공정경쟁 구도도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매체간 분쟁 및 수용자의 권익 보호 장치도 위원회는 강구해야 한다. 방송통신업계는 방송통신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상호 불공정거래를 제한하고 경쟁제한적 행위를 억제해야 하며 프로그램 유통 등에 따른 사업자간 분쟁 조정 필요시 위원회에 신청 처리할 수 있다.

  

⑥ 방송통신위원회와 기금모금기관(KOBACO 외):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정은 기본적으로 국고로 해야 한다. 독립적인 정부기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이유로 방송이나 통신발전기금을 위원회가 사용하고 싶다면, 우선 기금이 국가 재원으로 흡수되어야 하고 추후 방송위 예산으로 국회에서 승인받아 정부가 할당하는 식으로 체제가 갖추어져야 한다. 현행처럼 방송발전기금이나 기타 기금을 위원회가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앞서 적시한대로 예산 배정은 기획예산처와 협의하고, 국회의 통제를 받아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기금을 위원회 자체 운영비나 예산으로 직접 기획하고 할당하여 사용하는 경우라면 윤리적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기금관리위원회는 위원회 운영과는 별도로 독립적이고도 윤리적인 인사로 구성되고 관리되어져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원 구조 및 집행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는 정보통신윤리위와 방송위원회의 내용 심의 업무를 민간인이나 법인에 위탁한다는 전제하에서, '방송위원회(내용심의기능 제외)+정보통신부(주파수 관리 및 정보인프라 건설 등을 제외한 방송․정보통신 관련 직무)+통신위원회' 업무가 통합된 성격을 띨 것이고17) 문화정치적 규제와 경제기술적 규제를 영역별로 조화롭게 집행하는 형태를 보여야 할 것이다.


2) 직무분장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업무(administrative work)로는 크게 방송통신 기본정책 수립, 방송통신 시장구조조정, 방송통신매체간 경쟁관계 조정 및 신규사업 지원, 방송통신사업 운영사항 심의의결, 방송통신 국제협력 사업지원, 내용심의, 방송통신 조사연구 및 자료발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외에도 입법업무(legislation)로서 위원회 규칙의 제정 및 개정 등의 직무가 추가되고, 방송통신사업자간 분쟁처리 및 수용자 불만처리 등의 사법적(judicial work) 역할도 직무 분장의 주요 요인으로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 규정 중 몇 개를 간략하게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1) 방송통신 시장구조조정 및 인허가: 사업자 인허가(허가, 승인, 등록, 신고제)를 통해 특정 매체 시장 진입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거나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위원회와 같은 정부 기관이 방송이나 통신시장 구조를 조정하는 이유는 (i) 방송일 경우, 기본적으로 방송의 공익성 내지는 민주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고 (ii) 통신의 경우, 중복투자 제한 및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방송통신 시장이 혼재되어 있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소유규제에 따른 관련 법규의 내용상 차이이다. 한 예로, 독점규제법에서는 점유율에 따른 시장지배력 규제의 기준이 CR1= .5, CR3 = .75인 반면 방송법에 따르면 매출액의 33%를 초과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며, 전기통신사업사업법에 따르면 일정 매출액 이상의 기업으로서 시장 매출액이 50%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력 사업자가 되어 제약을 받게 된다.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가 증가되고 시장 결합이 가속화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조정이 요구된다. 더불어, 방송통신위의 인허가 업무와 관련된 것 중의 하나가 누가 피대상자가 되느냐이다. 최근 소위 국가기간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 KBS와 EBS의 경우 상호 통합하고 이를 경영위원회가 직접 관장할 수 있게 하여, 방송통신위의 영역 밖에 두자는 안이 제기된 바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그간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성에 회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온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생길 방송통신위가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을 구비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결국 정치권과 규제기구의 상호작용 문제이지 규제시스템 주체의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규제 주체를 바꾸더라도 그것 역시 정치적으로 독립되지 못하면 같은 모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다시 한번 방송통신위의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아니 강조할 수 없다. 


  (2) 방송통신매체간 경쟁관계 조정 및 신규사업 지원: 방송통신위의 또 다른 행정업무 중의 하나는 시장 경쟁을 통해 미디어 산업을 육성시키고 발전시키는 일이다. 이것은 매체가 다원화되고 복잡화되어 정부의 직접적인 관여보다는 시장의 자발적 기능에 의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구(2004)는 규제기구간 업무의 조정문제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른 방송통신 환경의 변화 및 관련 시장 여건의 변화를 감안하여 관련 규제의 내용과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방송통신 융합이 진행되면서, 시장 지배력 사업자 측정을 위한 관련시장 (relevant market)18) 획정등이 주요 논제의 출발점으로 논의될 것이다. 매체별, 영역별 시장 특성을 어느 정도까지 관련시장으로 포괄하느냐 정의하는 것이 방송통신 융합시대의 주요 화두가 될 수 있다. 관련 시장이 크면 클수록 특정 매체나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은 실제보다 약하게 평가될 것이고 그에 따른 소유규제도 완화되어 매체간 소유집중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익과 산업논리에 대한 전문적 조정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신규 매체 사업의 경우는, 필요시 비대칭규제를 통해 시장에서의 공정경쟁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3) 내용심의: 현행 방송통신 내용에 대한 규제는 동일 정보가 어떤 미디어 또는 전송로를 통해 나가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법률과 심의 기준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방송의 내용심의는 방송위원회(방송법 제32조), 영상물의 내용심의는 영상물 등급위원회(음반․비디오물 및 게임에 관한 법률 제6조), 인터넷상의 내용물 심의는 정보통신윤리위가 맡아왔다. 그러나 방송통신영상물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심의 주체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거나, 이중 심의 및 심의 사각지대가 생기기도 하고 있다. 내용심의와 관련하여 방송통신위의 과제 중 하나는 정보통신윤리위와 방송위, 영상물등급위의 정보내용심의 기능을 하나로 합치는 일이다.19) 내용심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이중심의를 없애야 한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공익성이 가장 강조되는 지상파TV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심의필한 경우, 기타 창구(windows)에서의 내용 심의는 불필요해진다. 중복 심의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방송통신위가 내용심의를 민간인이나 법인에게 업무를 위탁하고자 할 것인지 여부는 앞으로 보다 더 관찰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방송통신위는 방송통신의 기본계획에 관한 사항의 심의의결, 방송프로그램 및 광고 운용 편성에 관한 사항의 심의의결, 수용자 권익(소비자 불만처리 및 청원에 관한 사항) 등의 직무를 관장하게 된다.


V. 맺는 말


  외국 사례에서 관찰할 수 있듯이,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각국의 접근 방법은 분명 다르다. 이는 방송통신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 다르고, 사회경제적 자원도 다르며, 정책 행위자들간의 상호작용의 패턴도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융합에 대한 기본적 대비 방법 역시, 방송과 통신의 분명한 차이를 인식하고 여전히 분리론을 주장하는 나라도 있었고, 방송통신 융합에 대비하기위한 단일규제기구 창안을 선호하는 나라도 있었다. 결국 정책수립자의 선택이자 가치의 문제이고, 분명한 정답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여기서 제기된 법적 위상 및 직무 분장 모두 우리가 정하는 가치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다만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규제기구 시스템 정립을 위해 방송통신 융합을 보다 신중하게 연구할 필요는 분명 상존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 글은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적정 규제기구 설립 연구가 아직 미진하다는 전제하에, 또 하나의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논쟁거리로서 화두를 던지기위해 시도되었다. 여기에 적시된 주장들은 논리적 근거를 결여한 것이 적지 않다. 다양한 주장을 입증할 구체적 자료나 방법론이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대안에 대한 실익을 비교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나 자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방송통신융합이라는 화두를 맞이하여, 이 글이 보다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규제기구 설립방안 논의의 토론자료로서 기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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