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캔"여러분~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크리스마스를
위한 기도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 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이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시고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내게 하소서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은총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이해인님의
말을 위한 기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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