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삶의등대▲

모모스

영원한 울트라 2007. 9. 27. 14:54
평범하게 보이기 위해 요트·보트·제트기도 마다하고, 중저가 의류 브랜드를 즐겨 입으며, 기부·자선 활동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이들을 욘스(yawns)라고 한다. ‘젊고 부유하지만 정상적이고 평범함(young and wealthy but normal)’을 추구하는 사람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야후의 제리 양, 이베이의 피에르 오미다르…. 여피(yuppies)가 1980년대, 보보스(bobos)가 1990년대를 대표한다면 2000년대의 대표 그룹은 욘스가 아닐까?

여피와 보보스, 욘스가 미국에서 생겨난 말인 데 비해 노노스(nonos)는 프랑스에서 만들어졌다. 한 패션 정보 회사에서 ‘노 로고’와 ‘노 디자인’을 합성해 사용한 이래 전 세계로 번졌다. 어떤 명품인지 알 수 없는 명품을 애용하는 부류를 일컫는다. 노노스는 겉으로 과시하지 않으며 드러나지 않게 명품을 즐기는 실속파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자기만의 맞춤 서비스를 즐기는 축도 있고, 한정 판매나 특정 판매를 고집하는 부류도 있다.

조어 실력이라면 일본 못지않을 한국에 그만 한 말이 없을 리 없다. 욘스·보보스·노노스에 견줄 만한 ‘짝퉁’말을 만들어냈으니 ‘모모스(momos)’다. ‘모’두가 빚이요 ‘모’두가 짝퉁(가짜)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명품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가져야 하고, 하다 못해 짝퉁 명품이라도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모르면서 아는 체하고 없으면서 있는 체하며 못났으면서 잘난 체하는 이들에게 어울림 직하다.

모모스 가는 곳에 짝퉁도 따라가는가. 최근 3년간 당국이 가려낸 짝퉁 명품만도 8500억원어치에 이른다고 한다.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때는 모조품 제조업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짝퉁 명품을 만든 제조업체들의 정보도 공개하라는 요구까지 받았다. 모모스의 명성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알려진 것인가.

모파상의 단편소설 ‘목걸이’의 주인공을 떠올려 본다. 말단 공무원의 아내 마틸드는 고관의 초대를 받고 연회장에 가기 위해 진주 목걸이까지 빌려서 한껏 멋을 냈다. 그런데 그 목걸이를 잃어버렸다. 거금을 빌려 똑같은 목걸이를 사서 돌려주었지만, 그 빚을 갚기까지는 젊음을 다 바쳐야 했다. 나중에 들으니 잃어버린 진주 목걸이는 짝퉁이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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