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방송통신정책

2008년 미디어 트랜드

영원한 울트라 2008. 2. 9. 09:09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고 각종 소유 규제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제기됐다.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권호영 책임연구원은 최근 펴낸 ‘미디어 융합의 현황’ 정책 보고서에서 “세계적 추세인 미디어 융합을 가로막는 법과 제도에 손질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국내외 미디어 산업의 기술과 서비스 흐름을 고려할 때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속화되는 미디어 융합=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미디어 업계의 융합 추이를 자세히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우선 인터넷TV(IPTV)의 등장이나 모바일 산업의 성장으로 콘텐트의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인터넷을 통한 영화·음반·방송 프로그램의 전파가 늘고 있고, 이로 인해 ‘영화 따로, 방송 따로, 통신 따로’ 인 세상이 저물고 있다. 전통 매체인 신문까지도 뉴미디어와의 결합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미국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 같은 신문들은 ‘귀로 듣는 뉴스’에 이어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출판 사이트인 미국 아마존닷컴의 경우 월 9.99~14.99 달러만 내면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 르몽드 등 세계의 권위지들을 읽을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를 최근 출시하기도 했다. 여기에 방송·전화·인터넷을 결합한 TPS(Triple Play Service) 같은 ‘결합 서비스’ 역시 확대되고 있다. 다시 말해 매체 간 결합은 가속화되고 있고, 각 매체 간 금을 긋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권 연구원은 이런 경향으로 미디어 기업의 형태에까지 변화가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이나 야후 같은 인터넷 포털 사업자나 통신 사업자, 단말기 제조업자 등이 미디어 기업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 기업의 경우는 덩치를 불려 미디어 그룹으로 모습을 바꾸는 추세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매체 간 제휴와 경쟁은 당연한 수순이다. 사용자 제작 콘텐트(UCC) 사이트인 미국의 유튜브(YouTube)가 방송사 MTV·CBS·NBC와 전략적 제휴를 하는 등 각 매체를 넘나드는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과감한 규제 완화’ 필요=권 연구원은 이런 시대적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미디어 산업이 ‘미디어 융합’이란 시대적 조류를 따라잡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가 보고서에서 지적한 사안들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 ▶대기업의 방송진출 제한 폐지 ▶방송사에 대한 1인 소유지분 제한(30%) 폐지 ▶종합편성 및 보도 채널의 진입 규제 완화 ▶방송·인터넷·전화 등 ‘결합 서비스’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이다.

한국 미디어 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들이라는 것이다. 권 연구원은 “예를 들면 (나중에 수익이 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떠나)뉴스를 생산하는 신문 기업이 다른 매체에 뉴스를 내보내지 못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소모적인 이데올로기 논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