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차세대 저장매체 포맷 경쟁에서 블루레이 디스크(Blu-ray Disc)가 HD-DVD를 누르고 승리를 거두면서 블루레이 디스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차세대 저장매체 표준으로 자리잡는다는 것은 기존 VCR, CD, DVD 등 기존의 가장 대중화된 저장매체의 계보를 잇는다는 의미로, 향후 업계와 소비자 생활 전반에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HD 시대용 대용량 저장매체 = 블루레이 디스크는 고선명(HD) 영상을 위한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도록 BDA(블루레이 디스크 연합.Blu-ray Disc Association)가 정한 광(光)기록방식 저장매체로, DVD의 뒤를 이어 차세대 저장매체의 자리를차지할 전망이다. `Blue-ray Disc'라는 명칭은 일반명사로 구분되는 탓에 상표 등록이 불가능해 `e'자를 빼고 등록상표로 정해졌다.
`한 면, 한 층의 디스크로 HD 방송을 2시간 녹화할 수 있다'는 콘셉트로 개발된블루레이 디스크는 저장된 데이터를 읽기 위해 DVD에 비해 훨씬 짧은 파장의 레이저를 사용, DVD와 같은 크기에 훨씬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
단층 기록면 제품의 경우 25GB의 데이터 기록이 가능해 기존 5GB 수준의 DVD에비해 5배 상당의 용량을 자랑한다. 2개의 기록면을 가진 듀얼 레이어 디스크로는 그2배인 50G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현재 시장의 주류인 DVD는 HD보다 한 단계 아래인 SD급 화질의 2시간 분량 영화를 1장에 담을 수 있는 데 그쳐, HD 방송이 대중화될 수년 내에는 효용성이 현저히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HD급 영상 저장이 가능한 차세대 저장매체 표준을 향한경쟁이 벌어졌고, 결국 그 자리를 블루레이 디스크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최근 블루레이 디스크와의 경쟁에서 패배한 HD-DVD의 경우 일본 도시바 주도로만들어졌으며 단층 제품은 15GB, 복층 제품은 20GB의 용량을 가진다. DVD 규격을 기초로 해 제조과정의 일부 공유가 가능했으나 재생 시에는 호환성이 없다.
◇라이벌 HD-DVD를 누르다 = 블루레이 디스크는 지난 2000년 소니가 도쿄국제정보통신박람회(CEATEC)에서 선보인 DVR 블루를 전신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2002년 2월 소니와 삼성전자[005930], 파나소닉, 필립스, 샤프 등 주요 9개 가전사가참여해 BDA가 결성됐다.
BDA는 비슷한 시기 도시바를 주축으로 한 HD-DVD 진영과의 규격 단일화 협상을시작했으나, 2005년 8월 양측은 협상 실패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표준 경쟁에 돌입했다.
이에 블루레이 디스크 진영은 2006년 중순 자체 규격을 확정지었으며, 삼성전자가 같은 해 6월에 세계 최초의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소니픽쳐스는 최초의 블루레이타이틀을 내놓았다.
HD-DVD 진영 역시 같은 해 3월 도시바가 세계 최초 HD-DVD 플레이어를 출시한데 이어 4월 HD-DVD 타이틀을 선보이는 등 2006년은 양측의 표준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시기였다.
기술적 개성이 뚜렷하고 제품 경쟁 또한 우위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진행되던승부를 가른 것은 결국 지지 기반의 차이였다.
애초 HD-DVD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가세하면서 PC업계에서 우위를 보였으나, 가전업계에서는 도시바와 NEC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업체가 없었다.
영화와 음반, 게임 등 콘텐츠 부문에서도 HD-DVD를 지지한 측은 유니버설스튜디오와 워너브라더스, 파라마운트,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360 정도에 그쳤다. 그나마워너브라더스와 파라마운트는 블루레이 디스크 진영을 동시에 지지해왔다.
근근히 버티던 HD-DVD 진영이 무너진 결정적 계기는 지난 연말부터 세계 최대소매기업인 월마트와 미국 가정용 DVD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워너 브라더스가블루레이를 지지하기로 결정하고 나선 것. 특히 지난 1월 핵심 파트너였던 워너브라더스는 블루레이 디스크 단독 지원을 공식 발표하고 나섰다.
최후의 보루가 무너진 HD-DVD 진영은 도시바가 지난달 사업 철수를 선언하면서엄청난 손실과 함께 막대한 사업 차질을 감수해야 할 상황을 직면하게 된 반면 30년전 베타와 VHS라는 VCR 표준을 둘러싼 표준전쟁에서 패했던 소니로서는 이번에는 좋은 기회를 잡게됐다.
◇국내 업계에도 `청신호' = 블루레이 디스크의 승리로 국내 가전ㆍIT업계에도`청신호'가 켜졌다.
무엇보다 블루레이 디스크로의 포맷 단일화는 시장과 소비자 모두의 불필요한혼란을 막고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와 시장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 없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만간 블루레이 디스크 관련 양산 체제가 구축될 경우 가격 인하와이에 따른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국내 양대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 역시 일찌감치 블루레이 디스크 진영의 일원으로서 향후 본격적으로 펼쳐질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를 잡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미 2006년 세계 최초로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선보였고 올해는4세대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블루레이 디스크 기술 중 광 픽업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차세대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국내 업계가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국내 업체들이 HD-DVD를 동시 지원하는 듀얼 플레이어 위주의 전략을 채택해온 점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가령 아직까지 블루레이 디스크 단일 포맷의 플레이어를 출시하지 않은 LG전자로서도 조만간 블루레이 디스크 전용 플레이어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지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포맷 단일화로 시장이 도약의 기회를 맞은 것을 크게 환영한다"며 "본격적인 기술과 마케팅 경쟁이 펼쳐지게 되는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한 시점인 만큼 국내 업계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소창에 '속보'치고 연합뉴스 속보 바로 확인<모바일로 보는 연합뉴스 7070+Nate/magicⓝ/show/e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