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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이에스더 기자
베이징(北京)
류전윈(劉震雲)
1956년 허난성(河南城) 출생. 베이징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루쉰문학원에서 소설 창작을 전공했다.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충실히 밟은 작가다. 현재 1급 작가 신분으로 루쉰문학상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베이징 소시민의 자질구레한 일상에서 우울함과 절망을 길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세밀한 일상 묘사로 중국 문단의 신사실주의 조류를 대표한다. 중편 ‘닭털 같은 나날(一地鷄毛)’(1990)이 대표작. 한국의 황석영이 중국 최고의 리얼리스트로 꼽는 작가다.
왕숴(王朔)
1958년 베이징 출생. 이른바, 중국 문단 유일의 ‘건달작가’. 작품 제목에서도 왕숴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사회주의적 범죄는 즐겁다’(1986) ‘건달’(1987) ‘노는 것만큼 신나는 것도 없다’(1989) 등등. 베이징 최하층의 변변치 못한 삶을 통해 중국식 개혁·개방의 그늘을 조망한다. 소설 10여 편이 영화와 TV 드라마로 제작됐을 정도로 대중의 호응이 높지만 문학성도 동시에 인정받는다. 특히 베이징 뒷골목의 상스러운 어휘와 마오쩌둥(毛澤東) 어록을 동시에 부리는 능란한 언어 감각이 돋보인다.
첸리췬(錢理群)
1939년 충칭(重慶) 출생.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로 있다가 2002년 정년 퇴임했다. 교수 시절, 강의마다 1000명이 넘는 학생이 몰렸던 걸로 유명하다. 중국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경전 루쉰(魯迅) 연구로 1인자이며 동시에 문화혁명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는 지식인이다.
왕멍(王蒙)
1934년 베이징 출생.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와 평생을 함께한 대표적인 공산주의 작가. 중국문학 연구자 사이에 “20세기 전반 중국 소설에 루쉰(魯迅)이 있었다면 20세 후반엔 왕멍이 있다”는 설(說)이 있을 정도다. 14세에 공산당 지하 당원이 됐고, 58년 반우파 투쟁에 휩쓸려 위구르 지역에 유배되기도 했다. 78년 복권됐고, 중국 문화부장·중국작가협회 부주석 겸 당서기 등 고위 관직을 두루 거쳤다. 중국인이 1순위로 꼽는 노벨문학상 후보. 장편 『변신인형』(1986)이 대표작으로 통한다. 사회주의 이념에 충실하면서도 삶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아들 왕산(王山)이 중국작가협회 기관지 ‘문예보(文藝報)’ 주임으로 있다.
산둥(山東)
1956년 산둥 출생. 산둥에서도 오지 가오미현의 빈농 출신이다.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직업 군인으로 꼬박 22년을 살았다. 군인 신분으로 문학을 공부했고, 소설을 발표했다. 한국을 비롯하여 대륙 바깥에선 중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통하지만, 대륙 안쪽에선 중국 군인문학의 수장으로 더 알려져 있다. 한국에 번역된 작품이 십 수 권에 달한다. 장이머우(張藝謀)가 영화로 만든 중편 ‘붉은 수수’가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문학적 입장에선 장편 『술의 나라(酒國)』를 추천한다. 술에 취해 비틀대는 나라, 모옌이 바라본 중국의 모습이다.
시안(西安)
1952년 산시성(陝西省) 출생. 80년대 중반 중국 문단을 풍미했던 ‘뿌리찾기 문학(尋根文學)’의 대표작가. 91년 발표한 장편소설 『폐도(廢都)』가 1000만 부 넘게 팔렸다. 『폐도』는 1만 년 역사의 고도 시안에 사는 인간군상을 다룬 작품으로, 시안 지방 특유의 방언이 수시로 등장한다. 사실 자핑와란 이름도 산시성 방언을 따른 것이다. 베이징 식이라면 ‘자핑아오’여야 한다. 그러니까 자핑와는, 온몸으로 시안의 지역색을 표현하는 작가다. 『폐도』에서의 파격적인 성애묘사로 애로작가로 오해된 적도 있지만, 작품 성향은 기본적으로 농촌문학이다.
상하이(上海)
1954년 난징(南京)에서 태어나 55년 상하이에 정착했다. 중국 푸단대 중문과 교수이자 상하이작가협회 주석,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이다. 중국작가협회 주석 티에닝(鐵凝)과 함께 당대 중국 여성문학의 양대 거두다. 권력만 막강한 게 아니다. 문학성도 높은 평가를 듣는다. 마오둔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장편소설 『장한가(長恨歌)』가 대표작. 반세기에 걸친 상하이 소시민의 삶을 추적한 역작이다. 첸리췬이 중국 작가 중에서 으뜸으로 친다. “당국의 감시 피하며 할 말 다 하는 작가”란 첸리췬의 평이 재미있다. 한국엔 아직 소개된 작품이 없다.
천쓰허(陳思和)
1954년 상하이 출생. 푸단대 중문과 학과장이자 중국 당대문학연구회 부회장. 중국 정부가 지정한 제1호 장강학자다. 장강학자는 중국 교육부가 인재 육성을 위해 제정한 특별교수직. 이 자리에 천쓰허가 첫 번째로 뽑혔다는 건, 그가 문학의 영역을 뛰어넘는 중국 지성계의 거목이란 사실을 가리킨다. 천쓰허 비평 작업의 최고 성과라면 중국문학사를 20세기 전체 흐름에서 접근했다는 데 있다. 이제껏 중국문학사는 49년 공화국 설립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설명돼 왔다. 문학의 역할보다 문학 본연의 의미를 중시하는, 소위 자유주의 비평가다. 천쓰허는 “특히 위화(余華)의 작업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천쓰허 비평서 『중국신문학 정체관』은 중국 연구자의 필독서다.
해외거주 작가
한편으로 미국 작가 하진(Hajin·51)과 같은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유학 중이었던 하진은 89년 천안문 사태 소식을 듣고 귀국을 포기했다. 이후 미국에서 영어로 소설을 쓰고 있다. 보스턴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30여 개 국가에 작품이 소개됐다. 이른바 재미중국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프랑스엔 천재작가 샨사(Shan-sa·사진下·36)가 있다. 9세에 중국에서 시집을 출간, 대륙을 놀랜 주인공이다. 90년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로 유학을 갔고, 프랑스어 공부한 지 7년 만에 불어 소설 『천안문』을 발표했다. 2000년 프랑스 국적을 땄다. 언어 부리는 솜씨가 빼어나고, 소설 구성도 탄탄하다. 한국음식을 무척 좋아해 종종 소설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하진과 샨사 모두 국내 독자층이 두텁다.
소수민족 작가
중국 당다이(當代) 문학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출범 이후의 중국 문학을 가리키는 문학 용어. 중국은 자신의 문학사를 49년 이전과 이후로 나눠서 설명한다. 다시 말해 당다이 문학은 중국 사회주의 체제 하의 문학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