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사회문화

중국 전인대

영원한 울트라 2007. 11. 19. 11:23

중국 전인대, 원로정치의 부상과 권력 분산 게임 오마이뉴스

 

중국 전인대, 원로정치의 부상과 권력 분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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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차 전인대 개막 사진.

  

5년마다 열리는 중국 정치의 분수령인 중국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약칭 전인대)가 시작됐다. 5년을 이끌 핵심 인물들을 뽑는 모임으로 올해로 17차다. 누구도 예측이 불가능한 전인대의 특성상 다양한 풍설이 쏟아질 뿐 아직까지 정확한 결론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전인대는 넓은 맥락에서 '원로정치의 부활' '지속적인 발전'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잡아낼 수 있을 것 같다.

 

현대 중국 정치에서 원로의 힘은 막강했다. 마오쩌둥은 화궈펑(華國鋒)을 후계자로 지명했지만, 문화대혁명 4인방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화궈펑은 원로들에게 밀려났다. 군대에 대한 영향력이 강하던 예젠잉(葉劍英)과 정치적 힘을 가진 천윈(陳雲)이 그 자리를 찾아 덩샤오핑에게 인계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계속됐다. 건강을 잃은 덩샤오핑은 원로들과 힘을 합쳐서 자오쯔양을 밀어내고 장쩌민을 후계자로 결정했다. 그때까지의 특징은 원로들이 있긴 했지만, 덩샤오핑이나 장쩌민 모두 후진타오에 비해 강력한 카리스마로 권력을 잡아 힘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힘을 아는 덩샤오핑과 장쩌민은 원로들의 정치적 힘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시행해 원로 정치의 가능성을 줄였다. 거기에다 공산당 초기 원로들은 1990년을 전후로 모두 영면했다. 물론 '8대 원로' 가운데 보이보(薄一波)는 올 초 사망했지만 예젠잉(1986년 사망), 천윈(1995년 사망) 등이 사망한 후 원로의 힘은 급속히 약화됐다.

 

원로정치 부활 시도하는 장쩌민... 상무위 구성 내용이 분수령

 

그런데 국가주석직은 물론이고 군사위 주석까지 넘긴 후 장쩌민은 권력의 무상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장쩌민의 직계인 상하이방으로 분류되던 쩡칭홍이나 그의 세력으로 꼽히던 자칭린 등이 장쩌민 퇴진 후 태도가 다소 변해, 장쩌민으로서는 섭섭하기도 했을 것이다. 거기에 주룽지 전 총리 등은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당대 권력 체계를 만든 인물들인 만큼 원로회의 같은 제도가 없다고 해도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거기에 장쩌민 전 주석은 하루 600미터씩 헤엄을 치고 두 차례씩 전신안마를 받는 등 건강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 또한 자신을 호위하는 세력들을 보호해야할 책임도 있었다.

 

결국 장쩌민은 이번 대회가 있기 1년 전부터 베이징에 머물면서 주변을 다지기 시작했고, 자신이 예봉을 꺾었던 원로정치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전인대 시작일인 15 <인민일보> 사설을 보면 이런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덩샤오핑 이론과 장쩌민의 사상인 '삼개대표' 이론은 사설 서두에 들어간 반면, 후진타오의 조화(和諧) 사상은 두 번째 맥락의 후반에 "해방사상, 개혁개방의 유지, 과학발전의 추진, 조화사회의 촉진을 통한 샤오캉(小康) 사회 신승리,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신 국민을 통한 분투"에야 나타난다.

 

그런 가운데 22일 최종 결정되는 새로운 상무위원단의 구성은 그런 변화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됐다. 결국 인선과정에서 자신의 인물을 채우려는 후진타오 현 주석과 여전히 입김을 되살리려는 장쩌민 전 주석 등 전임자들 간의 힘 대결은 당연한 일.

 

원 구도는 현재 9명의 상무위원 가운데 고령을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후진타오, 우방궈, 원자바오, 리장춘만 남고 나머지 인물은 퇴진한 후 남은 5자리(자칭린, 쩡칭홍, 황쥐(사망), 뤄간, 우관정)를 분산하는 방식이었다. 일반적으로는 공청단 출신이며 후진타오 계열로 분리되는 리커지앙(李克强, 52, 랴오닝성 당서기), 리원차오(李源潮, 57, 지앙쑤성 당서기)가 유력하게 뽑히고, 그밖에 스진핑(習近平, 54, 상하이 당서기), 허궈지앙(賀國强, 64, 당 조직부장), 저우용캉(周永康, 65, 공안부장) 등이 꼽힐 것으로 봤다.

 

이런 방식으로 구성된다면 후진타오의 후계 구도로 확실히 볼 수 있다. 쩡칭홍의 우호세력인 허궈지앙이나 저우용캉은 나이가 차서 다음 상무위원을 할 수 없기에 자신의 일만 하러갈 뿐 권력과 큰 관계가 없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후진타오가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흐름은 11 <마이니치신문> 5명의 명단을 리커창, 리원차오, 스진핑 및 왕양(汪洋, 52, 충칭시 당서기), 보시라이(薄希來, 58, 상무부장)로 발표하면서 변곡점을 탔다. <마이니치신문>의 보도가 맞다면 허궈지앙, 저우용캉 중 누구도 상무위원에 오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언론은 현재 상하이방 계열의 후계자로 꼽히는 스진핑과 리커창을 차기 주석과 총리를 이을 인물로 점치고 있다.

 

그런데 15일 전인대가 개막하면서 다시 판도는 급변하는 분위기다. 당초 물러날 것으로 예상했던 쩡칭홍 현 상무위원이 상무위원을 유임한다는 소문과 더불어 전인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전인대 비서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앞선 두 대회인 15, 16 전인대에선 후진타오 현 국가주석이 비서장을 맡은 후 정치적 입지를 굳혔다는 점에서, 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쩡칭홍 계열의 허궈지앙, 저우용캉도 부비서장으로 임명되었다. 이때부터 판도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며, 원로들의 입김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원로정치의 부활은 주석단(主席團) 상무위원회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원로와 현직의 절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명단에는 후진타오, 원자바오를 이끌어주던 쑹핑(90)을 비롯해 리펑, 주룽지 등 현전임 상무위원, 정치위원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 그룹의 정치적 특색은 계파를 분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 스스로 목청을 내어서 새로운 권력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권력투쟁 발로라기보다는 권력분산 성격 강해

 

15일 개막식에 후진타오 주석을 뒤따라 들어온 장쩌민, 주룽지 등 원로들의 모습이 자신만만해보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식장에서 나갈 때는 후 주석보다 장 전 주석이 먼저 나가는 모습도 비춰졌다.

 

올해 65세인 후진타오 주석도 70살이 되는 차기에는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된다. 따라서 후진타오가 이번에 전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이는 향후 5년 동안 원로그룹과 절충해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차기 지도자가 누구로 결정될지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장쩌민 등 원로 세력들과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이 협의를 거쳐서 중국 정치의 미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후진타오는 덩샤오핑이나 장쩌민에 비해 정치적 카리스마가 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극히 예상된 일이기도 하지만, 원로 정치의 부활이 중국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점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권력투쟁의 발로로 보는 것보다는 권력 분산으로 보는 것이 맞다. 내부적으로는 파국을 피하기 위해 막판까지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무위원에 관해서도 더욱 복잡한 판도들이 예상되고 있다. 원래 빠질 것으로 예측된 자칭린이 유임된다는 설도 나오고 있지만, 70살이 되기 전 임기를 만료한다는 선례를 남기고 퇴진한 리루이환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칭린이 유임된다면 이는 장쩌민의 완벽한 부활로 볼 수 있지만, 쑹핑 등이 이를 쉽게 묵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17차 전인대는 21일까지 중앙위원 등을 선발하고, 22일에는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7 1중전회)를 열어 중앙정치국 위원,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앙위원회 총서기(재추대)를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