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국내작가소개방

[스크랩] 이영배

영원한 울트라 2008. 6. 10. 17:49

이영배(Lee Bae)

 

 

 

 

 

 

 

 

NOW / 1987/ 195X310 / oil on canvas

 

 

불의lssu / 1998 / 70x70x60 / 숯덩어리 집합


1956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이영배(Lee Bae) 선생은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1990년 프랑스로 건너갔습니다. 이곳에서 숯을 이용한 독특한 회화로 유럽 화단에 꾸준한 주목을 받아 온 이영배 선생은 국내외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영배 선생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이후로 그의 예술 세계는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수상을 통해 인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영배 선생은 이 십 년 가까이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그의 작품들은 동양의 전통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작품에 나타난 기하학적인 형태들은 한국의 풍경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검고 굵은 붓 자국은 일찍이 교육받았던 서예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재료 탐구
이영배 선생의 작품에는 오직 ‘흑과 백’만이 존재합니다. 그의 작업에서 ‘흑’을 표현하는 주된 도구는 ‘숯’입니다. 작업초기 경제적 이유로 숯을 선택했다면, 파리에서 정착한 후에는 작가 자신의 문화적 배경을 나타내는 재료로 숯을 선택했습니다.
작가는 숯덩이가 가루로 되기까지 여러 각도로 재료 실험을 하였고, 그 결과 모든 조형적 표현이 숯을 통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작업의 최종 목적은 숯이라는 재료의 실험이 아닙니다. 이런 사실은 숯 재료를 소진하는 과정의 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검정을 탐구해 온 작업이 새로운 재료와 기법의 작업으로 변화된 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업 과정
이영배 선생의 작품은 일견 단순해보이지만 독특한 화면효과로 인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떻게 그려진 것일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합니다. 작업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빈 캔버스에 흰색 아크릴 물감을 넓적한 밀대로 펼쳐 발라 매끈하고 반반한 표면을 만듭니다. 이 바탕 위에 숯에서 추출한 검정 아크릴 물감으로 일정한 형태를 그립니다. 이것은 캔버스에 작품을 그리기 전 여러 차례 종이 위에 먹으로 데생 작업을 했던 형태들입니다. 그 후 95%의 아크릴과 5%왁스로 만든 매재를 바릅니다. 이 두텁지만 투명한 매재는 화면에 은은한 광택효과를 냅니다. 그 다음 단계로 검정 형태에 마무리 손질을 하고, 마지막으로 전체화면을 아주 얇게, 여러 차례 덧바릅니다. 그럼으로써 파라핀과 같은 윤기 있고 부드러운 미색의 표면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재료와 제작방식은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배경의 미색 공간과 부유하는 듯 보이는 검은 형태가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시각적 감각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검정에 대한 작가의 열망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이게 하는 표현법입니다.

기호 찬미
이영배 선생의 작품은 ‘흑과 백’의 두개의 색, 그리고 마치 기호와 같은 추상적인 형태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호와 같은 형태는 서체적 특성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예술일 뿐만 아니라 수양이기도 한 서예의 작업방식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서예가 단순히 먹으로 글씨를 쓰는 기교가 아닌 정신적 활동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영배의 작업 방식은 이러한 정신에 닿아 있고, 작품 속 기호들은 이러한 작가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작가가 이러한 기호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기호의 사용에 있어서, 이영배는 모든 지시 체계로부터 벗어나 있다. 그의 작업 과정은 우리가 ‘회화적 육화’(피에르 술라쥬에게서 빌어온 표현이다)라 부를 수 있는 것을 이룩하고, 이 회화적 육화가 매체의 객관화와 암시하는 것과 함께 우발성과 우연성을 순수 형태로 전환시켜 나간다. 또한 그의 예술은 타쉬즘, 주관주의 혹은 액션 추상과도 거리를 두고서 기호의 해방을 위해 나아간다. 실제로 그의 회화가 주장하는 것은 기호의 온전함이다. 그의 작업은 전적으로 기호를 모든 서술적 보완이나 부가적 해석으로부터, 마침내 모든 설명의 관심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기호를 보존하기 위해 행해진다. 회화의 살 자체 속에 드러나고 감지되면서 가장 숭고한 조촐함 속에 머무는 그냥 그대로의 기호.
- Philippe Piguet -

이영배 선생은 기호 그 자체, 즉 어떠한 명명 행위로도 일컬을 수 없는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선생이 흔히 '무제'라는 관용적 표현까지 포함한 제목을 정하지 않은 까닭도 여기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선생의 회화 세계는 어떤 표면 위에, 어떤 공간을 가로질러 이루어지는 기호의 도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호는 단일할 수도 혹은 다양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아무 것도 제안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언제나 익명의 기호입니다. 이영배 선생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완전히 가공되지 않은, 아무런 숨김없이 드러난 '하나의 기호'와 만날 수 있습니다.

 


 


출처 : Artist 엄 옥 경
글쓴이 : 스카이블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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