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매 최고가 기록 … 화가 류샤오둥 인터뷰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자더 경매에서는 40대 생존 작가의 유화가 중국 내 현대미술 경매 사상 최고가인 81억원에 팔렸다. 류샤오둥(劉小東·45)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교수가 싼샤댐 공사 현장서 그린 ‘온상 1번’이었다. 4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전쟁터의 현실’은 72억원에 팔렸다.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밑바닥 사람들을 모델 삼아 사실적으로 그리는 류 교수를 두고 ‘사회 고고학자’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현실을 정확히 역사로 남겨두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한국에 처음 왔다. 여기서 한 일도 역시 그림 그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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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시내의 건물 옥상은 한껏 달궈져 있었다. 이곳에서 20대 남녀 모델 두 사람은 부동자세를 유지했고, 화가는 쉴 새 없이 붓을 놀렸다. 모델의 등 뒤론 경복궁과 국립민속박물관, 그리고 인왕산이 보였다. 소격동 학고재 옥상, 류샤오둥 교수의 빠른 붓을 따라 가로 세로 각각 2m짜리 캔버스엔 나무가, 숲이, 인왕산 줄기가 생겼다. 현장에 모델을 세워 두고 사생하는 것은 개념이 지배하는 현대미술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다. 그는 “나는 이 세상을 신뢰할 수 없다. 내가 현장에 있으면서 본 것만이 진실이고, 그 외의 것을 믿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게 그의 세계관이고 고집이다.
“미국 중심의 현대미술이라는 이 세계의 주류에 나는 해묵은 사실주의로 항거합니다. 현대미술은 너무 개념화·추상화돼 가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손을 버리고 머리로 일하는 사람이 돼 갑니다. 그러나 눈과 손의 힘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
그래서 그는 중국 최대 역사(役事)인 양쯔강 싼샤댐 현장을 여러 해 동안 직접 돌아다니며 수백 점의 그림을 그렸다. 인간이 세우는 댐으로 대자연이 파괴되고, 수몰되고, 사람들도 뿌리를 잃었다. 경작지를 잃고 공사 현장을 떠돌아다니는 농민 노동자들은 그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됐다. 싼샤댐 현장을 찾아다니는 류 교수의 모습은 자장커(賈樟柯) 감독이 다큐멘터리 ‘동(東)’으로 제작했으며, 자장커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를 모티브로 영화 ‘스틸 라이프(중국어 원제는 三峽好人)’를 만들어 2006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그는 중국 동북부 출신으로, 아버지는 종이공장 노동자였다. 계층이동의 열쇠는 교육이고 학교였다. 그는 84년 중국 최고의 명문 미대인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 입학했다. 수업 시간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양식의 그림을 그렸다. 방과 후 학생들은 서구 현대 미술의 조류를 알아서 흡수했다. “리얼리즘 양식으로 혁명의 송가를 부르고 영웅을 노래했지만, 지금은 그 방식으로 내 주변의 것들을 그립니다.”
류샤오둥이 한국서 처음 주목한 주제는 한류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의 사고와 행동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란다. 20대 남녀 모델을 가리키며 그는 “한류의 핵심은 안정된 사회에서 자리 잡은 부모 밑에서 사랑받고 자란 젊은이들의 맑은 눈빛”이라고 설명했다. 정말 다루고 싶은 주제는 분단 문제이지만, 그건 남북한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해 확인한 뒤에나 실현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YOUNG@JOONGANG.CO.KR>
중국 사회는 ‘격변 중’
유럽 작품과 다른 건 당연
류샤오둥의 눈에 조국 중국의 현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격변’이다. 그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화가의 관심사는 달라진다. 안정된 정치·사회 환경에서 사는 유럽의 화가와 격변기를 사는 중국의 화가가 표방하는 작품이 같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21세기 들어 중국 현대 미술은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장샤오강(50), 웨민준(46), 쩡판즈(44) 등 중장년층 생존 작가들이 이미 세계적 스타가 됐다. 동년배인 류샤오둥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역시 ‘격변’으로 분석한다.
“중국의 모든 작가들은 이 사회가 왜, 어떻게 변하는지를 제 나름의 시각으로 화폭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집도 한창 지어지고 있을 때 가장 관심을 많이 받지 않나요. 세계는 중국의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합니다. 투자자들은 ‘가능성’을 삽니다.”
시장의 주목은 상상 이상이다. 베이징의 화랑가에서는 이제 대학생인 중앙미술학원 학생들의 졸업작품까지 싹쓸이해 간다. 어린 학생들이 일찌감치 ‘돈맛’부터 알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혁명예술’을 겪은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돈만 따라가는 예술은 오히려 돈을 벌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나는 긍정적입니다. 상업은 인간을 해방시켜 줍니다. 사람의 취향을 다원화시켜줍니다. 상업이 아니라면 미술은 정치의 부속물이 될 우려가 있으니까요.”
[중앙일보] 2008년 07월 24일(목)
출처 : Artist 엄 옥 경
글쓴이 : 스카이블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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