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집을 지었다. 그러나 솜씨가 신통치 못했다. 아궁이와 굴뚝을 가깝게 만들더니, 굴뚝 옆에는 장작까지 쌓아놓았다. 이를 보고 누군가가 충고를 했다. "굴뚝과 아궁이가 가까우면 불길이 굴뚝까지 미치게 된다. 더구나 굴뚝 옆에 장작을 쌓아두면 위험하다. 불이 날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굴뚝을 구부리고(곡돌·曲突), 땔감을 먼 곳으로 옮겨라(사신·徙薪)."
그렇지만 집주인은 충고를 무시했다. ´설마´ 하면서 그대로 방치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결국 사고가 나고 말았다. 굴뚝에 불똥이 튀면서 굴뚝 옆에 쌓아두었던 장작에 옮겨 붙었다. 집에 불이 난 것이다.
다행히 이웃사람들이 달려와서 도와준 덕분에 큰 피해는 없었다. 집주인은 화재를 진압해준 이웃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이웃사람들은 불을 끄느라고 머리털이 타고(초두·焦頭), 이마를 데기도 했던(난액·爛額) 것이다. 그래서 잔칫상을 마련해 그들을 상석으로 모셨다(위상객·爲上客).
하지만 화재의 위험을 알아차려서, 굴뚝을 구부리고 땔감을 멀리 옮기라고(곡돌사신·曲突徙薪) 충고했던 사람에게는 감사는커녕 술 한잔도 대접하지 않았다(무은택·無恩澤). 불이 났을 때 도와준 사람에게만 한턱냈을 뿐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곡돌사신무은택(曲突徙薪無恩澤)´이다. ´곡돌사신´하라고 사전에 충고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은택´도 없었다는 말이다. 머리털을 태우고 이마를 덴 ´초두난액´한 사람만 ´상객´으로 모셨을 뿐이다.
십팔사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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