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2.0 미디어의 미래
- 양방향의 오픈 플랫폼 지향
최근 웹2.0, 미디어 2.0이란 단어와 함께 TV2.0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TV2.0의 명확한 정의는 내려진 바 없지만 웹2.0과 마찬가지로 참여, 개방, 공유의 패러다임을 추구한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폐쇄적인 단방향 소통 방식을 벗어나 양방향의 열린 플랫폼을 지향한다. TV2.0은 사용자 및 서비스, 콘텐츠 중심의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확대하기 위해 언론, 방송계가 뭉쳐서 제시한 개념이다. 이 글에서는 TV2.0과 함께 미래의 미디어에 일어날 변화를 예측해보고, 그 기반 기술을 살펴보려 한다.
기존 TV는 시청자들이 고정된 장소에서 방송사에 의해 미리 편성된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시청한다. 구체적인 방송 시청 형태는 리모컨으로 대표된다. 현재 정해진 방송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채널로 이동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시청자들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대중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 쉽게 말해, TV 서비스의 소비자인 시청자는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다.
웹2.0과 TV2.0
‘웹2.0’이란 개념은 닷컴 버블 이후에도 살아남아 웹을 주도하는 성공적인 회사들의 특징을 추려서 만든 것이다. 웹2.0은 참여·공유·개방이라는 인터넷 본래의 정신을 강조했다. 특히, 2.0이라는 미래지향적인 단어는 제2의 인터넷 붐을 일이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후 수많은 인터넷 기업이 웹2.0을 표방하며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들었고 일부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웹2.0의 정신은 웹을 뛰어넘어 다른 분야로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수많은 2.0을 만들어냈다.
‘TV2.0’은 웹 2.0의 후속작 중에 하나이다. 웹2.0의 핵심 가치인 참여와 공유, 개방을 기존 TV에도 적용하려는 시도이다. 하지만 웹에는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가치가 이미 기술적 근저에 깔려있었던 비해, TV 기술은 그 태생이 다르다. TV는 단방향의 소통이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웹2.0의 정신을 TV로 옮기려는 시도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기 TV2.0은 편성 기능을 대중이 나누어가지는 쪽으로 전개되었다. 원래 TV란 방송국이 일방적으로 편성한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정해진 시각에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TV 2.0은 이와 달리 시청자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요구에 발맞추어 등장한 기술이 티보(Tivo)사로 대표되는 DVR(Digital Video Recording) 혹은 PVR(Personal Video Recorder) 기술이다. DVR 제품은 원하는 시간과 채널을 기록해두면, 셋톱박스가 방송을 녹화해두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기존 TV를 보완하는 DVR 제품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PVR에 뒤이어 등장한 기술은 IPTV와 모바일 방송이다. IPTV는 마음대로 방송을 골라볼 수 있고, 모바일 방송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 중에도 TV 시청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경향은 방송의 개인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시청자는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미리 선택해 예약채널에 담아둘 수 있다. 혹은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고 의견을 교류할 수도 있다. IPTV와 모바일 방송은 기존에 방송사가 독점했던 편성권을 시청자들에게 개방시켰다.
TV 2.0은 이와 더불어 양방향성을 추구한다. 특히, 기존 인터넷 망(IP망)을 이용한 IPTV의 경우 기존 방송 방식과 달리 처음부터 양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따라서 TV를 통해 은행 거래, 메신저, 인터넷 검색, 홈쇼핑 등 여러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국내에서 IPTV를 서비스하고 있는 하나TV의 경우도, VOD 서비스뿐만 아니라 은행, 인터넷 검색, 메신저 등 다양한 서비스를 부가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드물지만 해외에서는 DMA(Digital Media Adapter) 장비도 인기를 얻고 있다. DMA를 집안에 설치하면 외부에서도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TV 신호를 외부로 전송해주는 장비이다. 모바일 방송과 마찬가지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TV를 시청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대표적인 DMA 제품 중에 하나가 슬링박스인데, 이 제품은 케이블이나 위성으로 들어온 TV를 인터넷으로 중계해준다. 따라서 인터넷이 접속되는 지역이라면 어디에서나 안방의 TV를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셋톱박스에 녹화된 프로그램도 시청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해외 출장 중에도 국내 방송을 안방에서 보듯이 시청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인터넷과 TV2.0
TV 2.0은 아직까지 DVR, IPTV, DTV 등 TV 기술이 디지털로 발전된 형태를 주축으로 논의되고 있다. 반대로 스트리밍 비디오(streaming video)로 대표되는 인터넷 미디어 기술이 TV 쪽으로 나아가는 흐름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TV, P2PTV, 스트리밍 비디오 등의 기술은 방송 기술과 독자적으로 발전한 인터넷 미디어 기술이지만, 통신과 방송의 융합과 더불어 향후 TV의 미래를 결정할 주요 기술로 떠올랐다.
P2PTV의 대표주자는 비트토런트(BitTorrent)다. 비트토런트는 인터넷으로 파일을 분배하고 P2P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주로 영화와 드라마 등 동영상 파일 전송을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초기에는 할리우드를 비롯한 미디어 업계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쳤으나, 결국 합법적인 콘텐츠를 유통하는 채널로 자리 잡았다. 2005년 기준으로 비트토런트는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의 30%를 차질할 정도로 규모가 큰데, 그 중 약 60%가 비디오 파일이다.
비트토런트가 주로 콘텐츠 유통에 사용되었다면, 직접적으로 TV 모델을 겨냥한 제품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스트(Joost)이다. 주스트는 거대 미디어 회사인 비아콤(Viacom)과 콘텐츠 계약을 맺고, 자사 플레이어를 통해 TV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컴퓨터 사용자에게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주스트는 셋톱박스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TV와 인터넷의 경계를 허물려 하고 있다.
TV2.0의 확장
올해 방송의 날에는 TV 2.0의 새로운 정의가 나왔다. 기존의 TV 2.0이 편성권의 일부를 시청자에 넘긴 것에 지나지 않았다면, 이날 주창된 새로운 TV 2.0은 편성뿐만 아니라 제작까지 일반 시청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완전히 열린 TV 플랫폼을 만들자는 것이다. 언론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오픈TV는 웹 2.0의 개념을 그대로 TV에 적용하였다. UCC를 TV에 적용한 셈이다.
TV 2.0은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 오픈 플랫폼은 웹과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올릴 수 있으며, 편성은 사용자들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또한 웹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남길 수도 있다. 즉, 기존 방송사가 제작, 편성, 광고 모든 역할을 수행했다면, TV 2.0의 방송사는 이 모든 과정을 사용자들에게 개방하여 방송이 이루어지게 만들었다.
제작과 편성을 모두 사용자들에게 맡긴 것이 TV에서만 일어난 새로운 일은 아니다.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를 비롯한 일부 인터넷 뉴스 사이트들은 이미 사용자들이 작성한 기사만으로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직접 기사를 취사 선별해 게재할 장소를 결정하기도 한다. TV 2.0은 이런 움직임을 TV에도 적용해 미디어 권력을 원래 주민인 국민들에게 돌려줘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새롭게 정의된 TV 2.0의 패러다임은 다음과 같다.
1) 오픈 플랫폼
2) 하드웨어가 아닌 콘텐츠
3) 열린 광장으로서의 방송
4) 지식기반 사회에 걸맞는 방송의 공익개념 재정립
5) 다양성과 창의성을 촉진하는 방송
6) 창조산업을 견인하는 방송
서비스 지향
TV 2.0 개념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개인화, 양방향성을 비롯한 오픈 플랫폼 TV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기술자들이 TV의 미래상으로 꿈꿔온 것이다. 관련 기술을 정의한 DTV 표준이 정해지고 이미 오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TV는 바보상자일 뿐이다. 사용자, 서비스 중심이 아닌 기술 중심의 TV는 화려한 기술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지도 모른다.
해외의 성공 사례를 보더라도 이 점은 명확하다. 성공적인 IPTV 사례로 평가받는 홍콩 PCCW와 이탈리아 패스트웹(FastWeb)의 성공 비결은 뷔페식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한 데 있었다. 주스트(Joost) 역시 비아콤과 제휴해 2PTV로는 처음으로 다양한 합법적인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고 가장 주목받는 인터넷 미디어 회사가 되었다.
TV 2.0은 확실히 진일보한 관점이지만, TV가 웹 2.0과 마찬가지로 공유 및 개방과 참여로 같은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는 검증된 바가 없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개념이더라도 TV를 이용하는 시청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TV 2.0의 그리는 그림과 일치하는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과 TV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접근 방법도 달라야 하는 것은 아닐까?
TV 2.0은 웹 2.0의 후광에 힘입은 매우 매력적인 뉘앙스를 지녔지만, 우리는 아직도 시청자들이 그리는 TV의 미래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미래상을 맞게 그렸다하더라도 기존의 수동적인 TV 시청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어떻게 능동성을 요구하는 새로운 TV 앞에 앉혀놓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웹 2.0이 화려한 구호에 비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을 명심하고 화려한 구호가 아닌 실제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 모델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는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과 방송 기술의 미래와 접점을 이해하고, 어떤 모습이 진정으로 우리가 추구할 방향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것은 실제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이다. 웹 2.0의 정신 또한 결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나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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