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00년 전, 이 땅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옛날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영영 사라진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100년 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거리의 풍경은?
< 100년 전 우리나라에 가다! > 는 이런 물음들에 답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100년 전 우리 조상들의 생활을 사진과 함께 설명한다. 사진으로 설명하는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문화, 생활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해연구소 소장인 이돈수(42)씨.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저자가 자신이 20여 년 동안 수집해 온 희귀 사진들 중에서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하는 역사, 문화, 풍습, 생활, 문화재 관련 사진 100여점을 골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책으로 엮었다.
택시처럼 손만 들면 아무 데나 서던 전차, 언뜻 보면 유럽의 고즈넉한 시골 풍경처럼 보이는 1910년의 경성 시가지 전경, 버섯 같은 초가집 앞에서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있는 성문 밖(사대문밖) 마을 풍경, 신미양요 때 미국상선에 포로로 잡혀 풀죽어 주저앉아 있는 상투머리 사람들, 첨성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일본 학생들(?), 긴 장죽을 물고 '고래를 어디에 놓을까?'고민하고 있는 사람, 활을 쏘고 있는 부녀자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사진들인데, (나로서는)처음 본 사진들이 많아 한 장씩 한참 동안 뜯어보았다.
한 끼에 한 되는 먹어야지, 대식가 조상님들
ⓒ2007 책속에서 |
갓 둘레 크기를 보면 사진 속 주인공은 중인의 신분으로 장사꾼이거나 장사치 집안의 사람쯤이 아닐까, 싶다. 100여 년 전 식량사정 상, 즉 지금처럼 농업재배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고 사람들 사이에 태산보다 높은 보릿고개가 있었던 시절인 만큼, 일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밥을 먹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조선 후기, 홍경래 난이 일어날 즈음에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상업 활동으로 부를 축적하는 임상옥과 같은 큰 상인이 많이 출현한 걸 생각하면 이 사람이 장사치 집안사람이거나 장사치라는 추측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남자 앞에 있는 소반은 8각 구족반쯤으로 보이는데 밥과 국, 간장과 숭늉 그릇을 빼고 반찬수를 세어보면 3첩 반상쯤 되겠다. 어쨌건 눈을 자꾸 잡아끄는 것은 엄청난 크기의 밥그릇과 국그릇. 게다가 저 큰 그릇에 고봉으로 가득 올려 퍼 담았을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양이다(국 속에는 한 덩이의 밥이 이미 들어 있으니).
정말 저 많은 밥을 다 먹을 수 있을까? 우리 조상들은 정말 저렇게 많은 밥을 먹고 살았나? 저자의 이야기대로 한 끼에 한 되? 아무리 가늠해 보아도 4~5인분은 족히 되어 보여서 작은 양푼만한 밥그릇과 사진 속 주인공을 몇 번이고 번갈아 보다보니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다. 하지만 사진 속의 사람은 정색을 하면서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허어! 몰라도 한참 모르네 그려!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밥 심(밥 힘)으로 사는 거야! 그러니 한 끼에 한 되는 족히 먹어야 뱃심이 두둑하게 붙어서 사는 것 같지 않겠어?" 이처럼 책 속의 사진 한 장, 한 장을 보면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어도 재미있고, 저자의 이야기에 살을 붙여 가면서 100여 년 전 당시를 추측해 보아도 재밌다. 사진 속 주인공은 당시로서는 낯설고 신기한 물건인 카메라에 바짝 긴장했겠지만, 어쨌거나 밥상과 번갈아 보다 보면 밥에 목숨 건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이 밥을 많이 먹었다는 사실은 외국에도 알려졌던 것 같아. 19세기말 조선을 방문한 비숍은 '한 사람이 3, 4인분을 먹어치우고 3, 4명이 앉으면 한 자리에서 20~25개의 복숭아와 참외가 없어지는 것이 다반사'라고 했대. 그리고 조선 후기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식욕이 왕성하고 먹는 양도 어마어마했다고 이야기했대." - 책 속에서 엄청나게 많이 먹긴 했나보다. 때문에 소문났단다. 문헌에 보면 조선 전기 문신인 이극돈(1435~1503)은 '중국 사람이 하루 먹을 분량을 한 번에 먹어 치운다'고 한숨짓고, 실학자 이익(1681~1763)도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먹는 것은 천하제일인데, 이는 유구(지금의 일본 오키나와)에까지 소문났다'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100장의 희귀한 사진으로 떠나는 역사 문화 기행
▲ 1910년대의 명동, 충무로 모습 |
ⓒ2007 서울문화사 |
▲ 1899년5월 4일부터 다니기 시작한, 아무데나 손만 들면 서던 전차 |
ⓒ2007 서울문화사 |
▲ 100년 전 영어 수업 풍경 |
ⓒ2007 서울문화사 |
책은 재미있는 사진에 관련 이야기를 곁들여 설명하는 형식으로 전체를 구성했다. 주제는 앞서 말한 대로 구한말에 숨가쁘게 밀려들어 온 문물과 당시의 역사적인 사건들, 의식주, 우리의 문화재, 우리의 문화 등이다. 좀 더 깊이 있게 알아야 하는 관련 이야기들은 '쪽지' 형식으로 이야기 사이사이에 끼워 두었다.
사진들을 보면서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과 책 내용을 읽기 전에 사진만을 우선 함께 보면서 사진에 대해 말하게 하면 아이들만의 호기심이 더해져 훨씬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라고.
"'홉'은 조선 시대에 곡식을 잴 때 쓰는 단위야. 너희들 '되'라는 말은 들어봤지? '1되'는 지금 쓰는 단위로 계산하면 약 '1.8리터(1800mm)'정도고. 1홉은 1되의 십분의 일로 약 180리터 정도야. 너희들 슈퍼마켓에서 파는 커다란 플라스틱 병에 담아서 파는 콜라 본 적 있을 거야. 그리고 학교에서 급식시간에 나오는 우유 알지? 그 우유가 200밀리미터거든. 그러니까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 병사들은 커다란 콜라 한 병을 한 끼에 먹었다는 거고 일본병사들은 작은 우유팩 하나를 먹었다는 거지"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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