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요즘세상!

천안함 완벽 정리:합조단이 풀어야 할 8가지 의문

영원한 울트라 2010. 7. 4. 21:22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100일이 지났지만 이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어뢰 추진체를 인양해 공개했고 별도로 입수한 이 어뢰의 설계도와 파란색 1번 글씨 등을 근거로 북한을 배후로 지목했다. 그러나 합조단의 발표는 여전히 많은 의혹을 남긴다. 양파처럼 껍질을 벗기면 벗길수록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천안함 사건은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된 상태지만 중국러시아 등이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어 대북 제재는커녕 의장 성명 채택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3단체 설명회에서도 온갖 추가 의혹이 제기됐지만 합조단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언론보도 검증위 보고서를 중심으로 향후 합조단이 풀어야 할 10가지 의혹을 정리해 본다.

첫째, 알루미늄 흡착물, 공개 실험해 보자.

합조단은 함체와 어뢰 추진체에서 추출한 흡착물을 에너지 분광 분석한 결과 알루미늄과 황, 규소, 염소 등이 동일하게 발견됐기 때문에 이 어뢰가 천안함을 공격한 것이 분명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들 성분은 대부분 바닷물과 모래에서 함유된 성분이거나 분석 과정에 섞여든 판재나 시료 코팅 물질이다. 유일하게 의미 있는 성분은 알루미늄 뿐인데 이 역시도 계속 말을 바꿔왔다.

   
  ▲ a는 일반 알루미늄에 대한 X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 b는 용융 뒤 급랭시킨 알루미늄에 대한 X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 b에서는 결정질 알루미늄과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보인다. ⓒ이승헌 교수 논문.  

합조단은 5월20일 조사결과를 처음 발표할 때는 "알루미늄이 폭발과 동시에 용해, 급냉하면서 완전히 비결정질화됐다"고 밝혔다가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 등이 "알루미늄이 폭발할 경우 결정질이 반드시 남아있어야 한다"면서 "조작이나 실수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하자 뒤늦게 지난달 11일 국회 답변에서는 "다시 실험을 한 결과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극소량 발견됐다"고 말을 바꿨다.

합조단은 지난달 29일 설명회에서는 "폭발로 대부분 비결정화되고 결정질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무의미하다"고 군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검증위는 보고서에서 "합조단이 제시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은 알루미늄이 부식하면서 형성되는 수산화알루미늄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추가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검증위는 공개 실험을 제안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다.

합조단은 오히려 이 교수 등의 실험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합조단은 "이 교수는 1100℃에서 40분 동안 가열했다고 하지만 이런 실험은 바다 속 폭발 상황과 크게 다른 것으로 공기 중의 분말 표면 일부가 산화될 수도 있고 시험관의 열 전도도에 따라 냉각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합조단은 "수중에서 비결정질을 발견했다는 건 산에서 고래를 만나는 것과 같다"면서 "폭발 이외의 다른 결론이 없다"고 단언했다.

둘째, 물기둥이든 섬광이든 정말 보기는 봤나.

합조단은 5월20일 발표 때 "백령도 초병이 해상에서 높이 약 100m, 폭이 20∼30m의 하얀 섬광기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두문진 돌출부 쪽에서 섬광기둥을 봤다는 초병 두 명의 진술서를 확보해 공개하기도 했다. 초병 A는 섬광의 위치를 방위각 280도 부근이라면서 "두문진 돌출부에 섬광의 우측이 가려진 상태였다"고 밝혔고 초병 B는 2~3시 방향이라고 밝혔다.

   
  ▲ 초병들이 섬광을 봤다는 방향은 천안함의 침몰 지점과 전혀 다른 방향이다. ⓒ노종면.  

그러나 합조단이 제시한 해안 초소의 위치를 기준으로 두문진 돌출부는 북서쪽이고 천안함 사고 지점은 남서쪽이다. 검증위는 보고서에서 "합조단은 초병들이 천안함 폭발원점과 무관한 해역에서 본 사항을 증거로 채택했다"면서 "이는 이들의 진술의 의미를 조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증위는 "초병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술 유도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셋째, 급정거로 프로펠러가 휠 수 있나.

안쪽으로 오그라든 프로펠러는 합조단 관계자들 역시 "우리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합조단은 "100RPM으로 회전하던 도중 100분의 1에서 1000분의 1초 사이에 급정거 할 경우 프로펠러가 휠 수 있다"면서 "스웨덴의 제조회사에 예비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변속기 옆의 기어박스가 뒤로 밀려 있어 프로펠러가 급정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스크래치가 선명한 천안함 프로펠러. 이치열 기자 truth710@  

합조단은 "400MPa를 견딜 수 있는 프로펠러에 700MPa의 압력이 가해질 경우 휠 수 있다"면서도 "사고 원인과 큰 연관이 없는 부분이라 정밀 검증을 안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조사에서는 깨지거나 찢긴 듯한 손상이 발견됐다. 설령 합조단의 주장대로 관성력이 작용할 경우 샤프트기어박스가 먼저 훼손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합조단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합조단이 설명한 100RPM은 가정용 선풍기 가장 약한 바람의 3분의 1 정도의 회전 속도다. 게다가 합조단의 예비 시뮬레이션은 한쪽 프로펠러에만 그것도 모든 압력이 프로펠러에만 집중된다는 이상한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합조단은 "폭발과 관련 없는 소소한 질문"이라거나 "비용 문제 때문에 정식으로 시뮬레이션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등의 무책임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 왼쪽과 오른쪽의 프로펠러가 오그라든 모양이 다르다. 합조단은 급정거로 프로펠러가 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hth710@  


넷째, 엉뚱한 어뢰 설계도, 정말 실수였을까.

합조단이 처음 제시했던 실물 크기의 어뢰 설계도가 엉뚱한 것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합조단은 "부서가 달라서 실수했다"면서 "카탈로그 CD 안에 여러 어뢰의 설계도가 들어있는데 비슷한 크기의 다른 어뢰의 설계도를 잘못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합조단은 "이 설계도는 CD에서 출력한 것이며 카다로그는 CD와 인쇄물, 두 종류로 각각 다른 경로로 입수된 것"이라고 밝혔다.

합조단은 "설계도는 CD에만 들어있다"면서 "카다로그 원본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쇄물은 책자가 아니라 그냥 종이 몇 장"이라고 밝혔는데 이 역시 당초 발표와는 다른 사실이다. 검증위는 "허위 진술의 책임 규명이 필요하며 CD의 출처와 내용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설계도에 적힌 일본어에 대해서도 "출력하는 과정에서 한글이 깨진 것"이며 "의미 없는 글씨"라고 설명했다.

다섯째, 어뢰 추진체 부식 상태 왜 확인 못하나.

'결정적 증거'라는 어뢰 추진체에 대한 조사도 부실했다. 검증위는 "어뢰의 부식상태를 조사해 몇일 동안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합조단은 "육안 감식 외 감식에 실패했다"고만 답변했다. 파란색 '1번' 글씨에 대해서는 '솔벤트 블루 5'라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일치하는 잉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솔벤트 블루 5는 국내 업체들도 널리 쓰는 성분이다.

   
  ▲ 합조단은 당초 공개했던 어뢰의 설계도가 CHD-20D가 아닌 비슷한 크기의 다른 어뢰의 설계도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시인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잉크가 타지 않고 남아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뢰 추진체의 윤활유도 타지 않고 프로펠러의 페인트도 남아 있었다"며 "어뢰 추진체가 높은 온도로 가열됐다면 윤활유가 먼저 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수와 함미에서 발견됐다는 화약성분이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되지 않은 이유 역시 "어뢰 추진체가 폭발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뒤로 밀려나면서 화약 성분이 흡착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을 내놓았다.

여섯째, 실체 밝혀줄 지진파는 왜 정밀 조사 안 했나.

사실 지진파는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규명할 결정적인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사고 시점을 9시22분으로 특정할 수 있었던 것도 사고 지점 인근에서 강도 1.2의 지진파가 관측됐기 때문이다. 배명진 숭실대 교수 등은 지진파를 분석해 천안함이 버블제트가 아닌 직격 어뢰의 폭발로 침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합조단은 "독자 검증은 하지 않았고 지질자원연구소 보고서를 신뢰했다"면서 "배 교수 등의 자문도 거쳤다"고만 밝혔다.

검증위는 "지진파와 음파는 사건장소와 시각 등을 특정하는 가장 과학적인 근거였으므로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합조단에 관련 전문가가 없는 상태에서 합조단의 공식 입장과 다른 전문가의 자문을 얻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합조단의 검증이 취약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검증위는 추후 지자연 등에 원본 데이터 공개를 요구하고 학계에 공개 검증을 요청할 계획이다.

일곱째, 좌초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됐나.

합조단은 좌초 이후 침수 절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천안함의 절단면을 조사한 결과 좌현 하단에서 전단파괴 현상이 발견되긴 했지만 절단면 하단에서 취성파괴 현상이 발견된 걸로 봐서 좌초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합조단 설명에 따르면 좌초의 경우 연성파괴 현상만 발견된다. 합조단은 "선체의 구조물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안쪽으로 접시처럼 휘어들어간 디싱현상이 발견된 걸로 봐서 버블제트형 폭발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증위는 "취성파괴는 함체 노후연약지반 좌초 가능성을 배제할 뿐이며 버블제트형 폭발 외에 다른 폭발과 충격, 충돌을 배제하는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좌초일 때도 전단파괴가 발견될 수 있고 절단면 이외의 곳에서도 일부 충격의 흔적이 발견되고 선저 곳곳에서 길이 방향이나 사선의 긁힌 자국이 발견되는 것도 단순히 인양과정에서 쇠사슬에 긁힌 자국과 구별된다.

여덟째, 여전히 풀리지 않은 좌표 미스터리.

합조단은 폭발원점과 함미의 침몰지점의 방위각 이격도가 7.5도라고 밝혔으나 검증위가 해안초소를 기준으로 두 지점의 좌표를 확인한 결과 2.89도 밖에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폭발원점과 함미 침몰지점 가운데 하나가 잘못 됐다는 이야기인데 함미 침몰지점은 실측한 데이터기 때문에 폭발원점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 방위각 이격도가 7.5도가 되려면 폭발원점이 북서쪽으로 최소한 수백미터 이동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 함미와 가스터빈, 어뢰의 모터와 추진체가 수백미터를 떠내려와서 거의 같은 지점에서 발견됐다는 우연을 넘어 천운에 가깝다는 게 검증위의 지적이다. ⓒ노종면.  

합조단은 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의 마지막 소멸시점이 송신이 중단된 상태에서 3분간 지속된 결과라고 밝혔지만 폭발원점을 이동할 경우 소멸시점과 폭발원점이 거의 일치하게 된다. 합조단은 검증위의 지적이 옳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와 관련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검증위는 "함미와 가스터빈, 어뢰 추진체 등이 수백미터를 떠 내려와 거의 동일한 지점에서 발견됐다는 천운 이상의 기적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설계도에 적힌 일본어에 대해서 합조단 관계자는 "출력하는 과정에서 한글이 깨진 것"이며 "의미 없는 글씨"라고 설명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  

 

그밖의 의문점.

이밖에도 합조단이 연어급 잠수정이라며 제시한 위성사진이 연어급보다 크다는 사실도 논란이 됐다. 검증위는 위성사진의 원본 제출과 공개 실측을 요청한 상태다. 프로펠러와 지진파 등은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뢰의 접근을 왜 탐지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합조단 관계자는 "천안함의 음파 탐지기는 낙후된 데다 기록 장치가 없어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답변했다.

합조단은 "이미 확실한 증거가 나왔기 때문에 추가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들은 대부분 뒤집히거나 증거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어뢰 추진체가 인양됐지만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검증위 노종면 책임위원은 "합조단은 조사주체가 아니라 조사대상이 돼야 하며 국정조사를 통해 합조단의 조사과정과 결과 전반에 걸쳐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