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중국어공부

시씨가 사자를 먹은 이야기

영원한 울트라 2010. 7. 19. 21:14

글자의 음이 같거나 유사한 것을 중국에서는 ‘谐音语''[xiéyīnyǔ]라 한다.

중국어의 발음체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당연히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글을 보지 않고 소리만 듣게 되면 간혹 오해가 생기기 쉽다.


그의 한 예로 80년대 한 TV 방송국이 스포츠 뉴스 시간에 한 운동선수가 ‘抱病(지병)'[ bàobìng ]으로

이번 경기에 참석할 수 없다고 방송을 했는데
많은 청중들이‘抱病'를 暴病(위급한 병)'[ bàobìng ]으로 잘못 알아들었다.
그 결과 그의 많은 친지, 친구, 팬들이 너무 걱정한 나머지 계속 그에게 전화를 걸어 병세를 물었고,

이 선수는 전화에 일일이 응대하느라 쉴 새가 없어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고 한다.


또 한가지 예로 한 작가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날 한 호텔에서 숙박계를 쓰고 있는데 호텔 종업원이 그에게 직장이 어디냐고 묻자

"나는 북경 작가 협회 소속입니다"라고 답했다.

이 말에 그 종업원은 "당신네 북경에서 만든 구두는 모양이 별로예요. 품질은 괜찮지만" 이라고 대꾸했다.

알고보니 ‘作协(작가협회의 약칭)'과 ‘做鞋(신발을 만들다)’의 발음이 모두 zuoxie로‘谐音'이었기 때문에

종업원이 그 작가를 제화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이렇게 중국어에 동음어와 유음어가 특별히 많은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중국에 저명한 언어학자 赵元任(자오위엔런)이

‘施氏食狮史’(시씨가 사자를 먹은 이야기)라는 이야기를 아래와 같이 썼다.


‘石室诗士施氏,嗜狮誓食十狮。氏时时适时视狮,

适十狮适市,氏恃失势,使十狮逝世。氏适石室食狮,

石室湿,氏拭石室,试食十狮尸,食时,始识是十狮尸,实十石狮。'

‘석실에 사는 시인 시씨는 사자를 즐겨 먹었다.그는 열 마리의 사자를 먹겠다고 맹세했고,

이 때문에 종종 시장에 가서 사자를 찾았다.

어느 날, 마침 사자 열 마리가 시장에 나왔고, 이 시인은 열 마리 사자를 화살로 쏘아 죽였다.

그는 석실에 와서 사자의 시체를 먹으려 했으나, 석실이 습해서 석실을 닦았다.

열 마리 사자를 먹으려 시도하다가 비로소 열 마리 사자 시체가 실제 열 마리 돌사자인 것을 알았다.'


이 이야기는 전적으로 'shi'음을 가진 한자들로 쓰여졌다.

만약 글을 직접 보지 않고 소리만 듣는다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중국어의 음절이 1300여개 뿐이기에 수만개나 되는 한자의 발음을 표현하기 어려운 한계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谐音语'가 비교적 많이 존재하는 중국어의 특징을 인식한다면 중국어 학습과 응용에 많은 유익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