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야단, 결자해지하라
부하를 야단치는 데도 기술이 있다. 무식하게 화를 내도 존경받는 리더가 있는가 하면 살살 혼내도 욕을 먹는 리더가 있다. 비밀은 호되게 꾸짖은 뒤 어떻게 직원들의 마음을 풀어주느냐에 있다. 훌륭한 리더들의 노하우를 들어보자.
‘잘 치는 야단’이란 무엇인가. 부하도 성장시키고, 상사로서 존경도 받는 야단, ‘가재 잡고 도랑 치는’ 양수겹장의 효과를 거두는 야단,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야단치고 나서 더 단단해지는 상하 간의 신뢰 등은 모두 리더들의 야단에 대한 로망일 것이다.
현실은 어떠할까. 부하의 뒤끝 작렬은 물론이고 본인도 마음이 찜찜해 속이 쓰려본 경험을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과연 약이 되는 야단은 현실에선 어려운 일일까. 관리자들은 때론 고개를 갸웃거린다. “누구는 육두문자에 조인트까지 까며 야단쳐도 존경받는다는데 나는 야단의 원칙을 지켜 최대한 감정을 자제해 지적했는데도 중구난방 뒷소리가 많고 조직분위기만 망쳐 안 한 만도 못할까.”
야단은 ‘마무리가 반’이다. 야단을 쳤으면 반드시 빠른 시일 내 감정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미운 게 아니라 행위가 문제였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줘라. 눈으로만이 아니라 입으로, 행동으로 말하라. 병 주고 약 주고 어색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병 주고 나서 약을 주지 않으면 더 큰 문제 아닌가. 야단의 마무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자존심의 보호-존중’이다. 천하의 스승 공자도 제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야단 내지 뒷담화 실수를 했다. 공자는 어떻게 결자해지로 마무리를 했나 살펴보자.
子曰 由之鼓瑟 奚爲於丘之門. 子曰 “由之鼓瑟을 奚爲於丘之門?” 門人不敬子路. 子曰“由也升堂矣 未入於室也.”(자왈 유지고슬 해위어구지문. 자왈 유지고슬 해위어구지문? 문인불경자로. 자왈 유야승당의 미입어실야-선진편-)
공자께서 자로가 비파를 연주하는 것을 듣고 말씀하시길 “유(由: 자로)가 슬(瑟)을 타는구나! 저런 재주에 어쩌자고 굳이 내 집 안에서 연주를 하는가?” 공자의 이 말을 듣고 (자로보다 실력이 못한) 제자들조차 자로를 연장자로서 공경하지 않았다. 공자가 그 눈치를 채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서라! 자로는 높은 당(堂. 사랑채의 사랑방) 위에 당당히 오른 사람이요, 저 깊은 내실(內室. 안채의 안방)에만 아직 발을 디밀지 못했을 뿐이다.”
자로의 비파 연주 소리가 무인들이 힘을 과시하는 것을 의미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공자가 나무란 것이다. <공자가어>에 “자로가 비파를 타는데 북쪽 변방에서 사람을 죽이고 공격하는 소리가 났다”고 나온다. 아마도 자로의 기질이 굳세고 용맹해 요즘 말로 하자면 화합이 덜됐던 것 같다. 자로는 공자의 이 같은 비판을 듣고 스스로 뉘우친 바 있어 7일 동안이나 음식을 끊었다고 한다. 소인은 부끄러우면 싸우려 덤비고, 대인이 될 가망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뉘우쳐 자기를 개선하는 길을 찾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자로는 여러번 이야기했듯 다혈질이고 우락부락하며 건장한 덩치의 인물이다. 그러한 사람이 거문고 같은 악기 연주, 섬세한 손놀림을 요구하는 비파를 타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러한 연습을 한 것은, 아마 공자 학단에서 예술적인 소양을 학습의 한 항목으로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로가 나름 가락과 박자를 타고 연주하려 노력해도, 공자처럼 예민한 귀에는 그 미숙함이 꽤나 거슬렸을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자로 같은 서툰 솜씨로 왜 이렇게 시끄럽게 연주하느냐고 지나가듯 타박을 하듯 무심코 야단을 친 것같다. 그런데 그걸 아래 연배의 제자들이 듣고,공자가 자로를 저평가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아래 연배의 제자들이 선배인 자로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나지금이나 리더의 한마디는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공자의 자로의 성품과 연주를 연결시킨 평가는 주위 제자들에게 영향을 끼쳐 무시하게 만들었던 것같다. 제자들은 스승의 말씀을 액면 그대로 듣고 자로가 스승의 눈밖에 났다는 식으로 오해해, 제자들중 가장 연장자인데도 홀대를 한다. 그러자 공자께서는 변호에 나선다. 공자는 이러한 모습을 눈치채고, 제자들을 불러모아서, 자로가 이미 아래 연배의 제자들이 함부로 대할 수준은 아득히 벗어나 일정수준에 올라 있음을 이야기한다.
밖에서 집안으로 들어가려면 먼저 문을 찾아서 들어서고 낭하를 지나 대청으로 올라가 방안으로 들어선다. 스승의 문하에 들어가 학습을 시작하여 터득해가는 단계를 집 안에 들어가는 순서, 즉 이를 문(門) 낭(廊)당(堂)실( 室)의 순서의 차례에 비유한 것이다. 자로의 수준은 승당(升堂)이니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해준 것이다. 자로의 학문이 이미 정대하고 높으나 최고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을 뿐이니, 한가지 일의 잘못으로 갑자기 자로를 무시해서는 안됨을 말씀하신 것이다. 자로는 안방에 들어설 만큼의 세밀한 경지는 갖추지는 못했지만, 마루에는 올라설 수 있는 큰 경지는 이미 도달했다는 공자 나름의 공개인정을 해줌으로써 수습을 해주는 배려가 담겨있다. 아울러 문간방에서 어물쩡거리는 처지인 너희들이 사랑방에 올라있는 자로를 얕볼 처지가 아님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공자는 이처럼 제자들을 비판하고 나서도 반드시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리더였다. 공자도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제자들을 질책하였다. 하지만, 야단맞은 제자의 평판과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였다.
야단의 결자해지만 잘해도 부하와의 인간관계에서 80%는 성공할 수 있다. 꾸짖은 뒤 다독거려라.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오히려 더 가까워졌음을, 신임하기에 야단쳤음을 진정으로 보여줘라.
혼다의 직원들은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를 진심으로 믿고 따랐다고 한다. 그는 늘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의 만만한 리더가 아니었다. 무섭게 야단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어떤 때는 심한 꾸중만으로도 모자라 부하들을 발로 걷어찰 정도였다. 그런 날이면 반드시 “오늘 밤에 한잔 어떤가?” 하고 부하의 기분을 풀어줬다. 부하들은 그에게 야단맞는 것을 자신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 기분 나빠 하기보다는 오히려 감동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마쓰시타 전기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일에서 실수한 부하를 야단치는 방법이 철저했다. 마쓰시타전기가 작은 공장이었을 때 그는 쇠막대기로 난로를 쾅쾅 두드리며 쇠가 휘어질 때까지 부하에게 야단을 쳐댔다. 반전은 그다음이다. 이튿날 아침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한 사원에게 작업시작과 동시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사장은 “특별히 용건이 있는 건 아니네만 괜찮나? 오늘도 열심히 해주게. 부탁하네”라는 말만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른 아침 전화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M사장은 야단을 치고 나선 “앞으로 사장 할 놈이 그렇게 생각이 짧아야 되겠어”하며 어깨를 쳐주고 포옹을 해주곤 한다. 그 순간 야단은 비판이 아니라 ‘신뢰’라는 전류로 찌르르 통한다. H사장은 야단을 치면 며칠 내 전화를 걸어 부하에게 데이트를 청한다. 그리고 소주 한잔을 걸치고 “동지, 내가 당신 덕에 살아”라며 소위 ‘아부’를 떤다. 직원들은 이를 보며 사실은 자기를 미워해서가 아니란 걸 알기에 다시 헤헤거리게 되는 것이다. Y사장은 서점에 데려가 부하가 처한 상황에 힘이 될 만한 책에 작은 쪽지를 넣어 선물한다. 다혈질 상사인데도 부하들이 믿고 따르는 경우, 그 내막을 살펴보면 사후 마무리를 잘했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치는 야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조직관리상 일벌백계 효과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조직의 강령을 따르지 않은 경우, 전형적으로 범하기 쉬운 실수라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 모두 반복을 피하기 위한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럴 경우엔 특히 해당 직원에게 사후 배려조치가 필요하다. 즉 “사람들 앞에서 야단을 맞는 것이 괴로운 일이겠지만 전 사원에게 공통된 문제이므로 모두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다른 직원도 자주 하는 실수이니 자네만 야단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위로와 격려를 병행해주는 것이다.
야단을 친 상사의 마음도 불편하고 찜찜하다. 그냥 넘어가지 마라. 호되게 질타했다면, 이후 직원의 상태를 잘 살펴라. 그리고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다시 한 번 대화하며 진심으로 격려를 해줘라. 엄하게 꾸중했을수록 한마디의 격려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미워서 야단친 게 아니라 믿기 때문에 야단을 쳤다는 사실을 진정성 있게 전달할수록 부하의 상처는 빨리 아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