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국내작가소개방

10년 불황 미술시장 : 사고 팔기 힘든 구조 … 소비자 신뢰 잃었다

영원한 울트라 2005. 8. 20. 20:07

한국 미술시장이 10년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단순히 경기침체에 따른 동반침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반인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데 미술시장은 왜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일까. 구입한 작품을 적정한 가격에 되팔기 어렵고, 세월이 흘러도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내리는 게 현실이다. 이래서는 미술시장이 살아나지 못한다. 한국 미술시장의 구조적 한계는 무엇인지,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릴 방법은 없는 것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세계 미술시장이 호황이다. 일각에서는 호황을 넘어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붐은 특히 괄목할 만하다. 지난 7월 12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원나라 때의 청화백자가 1570만 파운드(약 289억원)에 낙찰되어 경매 사상 최고의 도자기 가격, 동양 미술품으로서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7월 29일, 베이징의 한 경매에서는 장다첸(張大千)의 산수화가 중국 서화로서는 경매 사상 최고가인 7300만 위안(약 94억 원)에 팔렸다.

5, 6월에 있었던 춘계 메이저 세일에서는 자더(嘉德)라는 한 경매회사에서만 무려 6억 위안(약 777억원)의 거래액을 보였다. 이런 중국 미술시장의 신바람에 대해 한 외지의 특집기사는 단순한 경제 현상만이 아닌 '중화 사상의 부활'이라고 썼다.

우리 미술시장의 침체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건만 이웃에 대비되어 불황의 어둠은 더욱 짙어 보인다. 가난한 가운데 이전투구의 싸움만 격하다. '이중섭 위작(僞作)사건'이 그렇고 '미술 은행(art bank)' 제도 운영을 둘러싼 논쟁이 그렇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우리 미술시장의 문제는 자명하다. 소비자 신뢰를 잃은 것이다.

미술품은 정서적으로 보면 예술이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상품이다. 상품 중에서도 자동차나 냉장고처럼 쓰다 버리는 소비재가 아니라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이다. 자산의 거래가 활발하기 위해서는 그 가격이 합당해야 하며 원하는 때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담보한다.

경매회사 대표를 맡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한 노인이 찾아왔다. 한때는 경제적으로 넉넉했고 미술에 취미가 있어 열심히 수집했다. 이제 나이도 들고 사업이 기우는 바람에 소장품을 정리해야 했지만 백방으로 노력해도 팔 수가 없었다.

구입했던 화랑을 찾아도 외면받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경매회사를 찾은 것이다. 경매를 통해 팔아드린 돈은 구입액의 5분의 1쯤에 불과했으나 노인은 고맙다고 했다. 그때 경매에 올린 작품 중의 한 점 때문에 어느 화랑 주인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경매를 한 바로 그 작가의 전시회가 그 무렵 그 화랑에서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전시가격 1000만원인 작품과, 같은 크기에 같은 수준의 미술품 경매 낙찰가격이 200만원에 불과했고, 이것이 소문이 나서 한 점도 못 팔았다는 것이다.

경매회사로서는 그 노인의 입장이 되어보라고 얘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바로 우리 미술계의 문제점인 이중가격 때문이다. 이 작품의 가격은 1000만원인가 200만원인가? 삼성전자 주식의 가격은 삼성전자가 정하는가, 증권회사가 정하는가, 아니면 투자자들이 정하는가? 소비자가 받아들이지 않는 가격은 가격이 아니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의 소위 대가(大家)라는 사람들은 작품값을 본인 자신이 정한다. 삼성전자가 스스로 주가를 정하는 격이다. 어느 나라 미술시장에도 없는 관례다.

한국 미술시장의 문제점을 얘기하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와 화랑과 경매회사가 서로 손가락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