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개봉작.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잔혹한 출근 '사랑따윈 필요없어' '해바라기' '열혈남아'. |
11월 주요 한국개봉작의 개봉첫주 스코어를 보자. '2주차의 기적'도 가끔 있긴 하지만, 잘 알려진 대로 개봉첫주 성적이 한 영화의 운명을 좌우한다. 11월2일 개봉한 김수로 주연의 '잔혹한 출근'은 전국 310개 스크린에서 24만명, 9일 개봉한 문근영 김주혁 주연의 '사랑따윈 필요없어'(전국 341개 스크린)는 32만명에 그쳤다.
9일 개봉한 설경구 조한선 주연의 '열혈남아'(전국 301개 스크린)도 26만명에 불과, 관계자들을 적잖이 실망시켰다. 23일 개봉한 김래원 주연의 '해바라기'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나았다. 전국 314개 스크린에서 40만명. 11월 개봉작 중 개봉첫주 기준으로 처음으로 전국관객 4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성적은 7~10월 주요 개봉작 스코어에 비하면 급락한 수치다. 7월13일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500개 스크린)의 개봉첫주 성적이 164만명, 7월27일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620개 스크린)이 263만명. 그야말로 "아, 옛날이여"다. 당시 개봉성적이 기대이하라는 혹평을 받았던 '아파트'(6일, 277개 스크린)도 '무려' 35만명을 동원했다.
이같은 호성적은 '괴물'이 개봉 2, 3주차에도 엄청난 고정관객을 끌어모았던 8월에도 이어졌다. '플라이 대디' '신데렐라' '각설탕' '다세포소녀' '예의없는 것들'이 모두 개봉첫주에 전국관객 3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들 영화는 스크린수가 300개가 안돼, 전 개봉작이 300개 이상 스크린에 걸린 11월 영화와 큰 비교가 된다.
'괴물' 열기가 사그라들기 시작한 9월에는 '우행시' '가문의 부활' '타짜'라는 흥행 3인방이 모두 100만명 이상 관객을 개봉첫주에 끌어모으는 괴력을 발휘했다. 14일 개봉한 강동원 이나영 주연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전국 520개 스크린에서 120만명, 21일 개봉한 '가문의 부활'이 전국 500개 스크린에서 125만명. 28일 개봉한 김혜수 조승우 주연의 '타짜'는 507개 스크린에서 116만명을 끌어모았다.
큰 히트작이 없었던 것 같았던 지난 10월에도 웬만한 작품은 개봉첫주 40만명 이상을 동원했다. 19일 개봉한 '거룩한 계보'가 476개 스크린에서 63만명, 26일 개봉한 '가을로'가 315개 스크린에서 40만명. 강아지가 나온 '마음이'(26일, 309개 스크린)도 40만명을 개봉첫주에 동원했다.
이같은 관객수 급전직하 현상은 외화도 마찬가지다. 11월23일 전국 19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디파티드'의 경우 개봉첫주에 34만명을 불러모았다. 하지만 10월26일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39개 스크린)와 8월31일 개봉한 '일본침몰'(246개 스크린)은 모두 47만명씩을 동원했다. 무려 4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7월6일)은 개봉첫주에 150만명이나 봤다.
한 메이저배급사 관계자는 "요즘 관객 줄어드는 추세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불가한 것 같다. 배우나 작품 인지도도 높고 내용도 흥미로운데 관객수는 11월 들어 너무나 떨어졌다. 특히 수능관객마저 영화관을 찾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천' '조폭마누라3' '카지노 로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 화제작이 많은 12월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