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전시소식

전승일 전

영원한 울트라 2006. 12. 15. 13:45

전승일 주재형 실험영상展

'에머랄드 타블렛 Emerald Tablet'

 

주재형 / Ani-Essay No. 09 / Animated Photos / 48초 / 컬러 / 2006

 

2006년 12월 15일(금) ~ 12월 26일(화)

신한갤러리

서울시 중구 태평로 1가 62-12 신한은행 4층 Tel. 02-722-8493

www.shinhanmuseum.co.kr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일요일, 공휴일 휴관)

 

서양 연금술의 전설적인 창시자로 불리워지는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는 에머랄드 타블렛은 심오한 영적 지혜를 드러내는 고대 유물이다. 연금술의 핵심은 서로 양립 불가능한 두 극단의 조화이며, 에머랄드 타블렛에 담긴 신비적인 말들은 금지된 지식에 다가가는 원천으로 사람들의 변화와 높은 단계로의 진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원리라고 한다.

전승일은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가 직접 촬영한 90년대 초반의 현장 비디오와 정부기록 다큐멘터리 필름을 재료로 재구성된 두 편의 실험비디오 작품을 통해 반공 이데올로기와 권위주의 독재권력으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에 대한 시적(詩的) 몽타주를 보여주며, 주재형은 다양한 실험기법으로 제작한 애니에세이(Ani-essay)를 통해 사물에 담긴 상념과 기억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고, 학교생태학에서는 개체수가 점점 줄어가는 초등학교 동물조각들의 서식 상태를 기록하고 그들을 상상과 기억 넘어 실제 살아있는 존재로 되살린다.

내가 만난 90년대

전승일 / 내가 만난 90년대 / 실험비디오 / 4분 / 흑백 / DV / 2001

1990년 당시 여소야대 정국으로 궁지에 몰린 집권세력은 3당 합당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나갈 발판을 만든다. 그리고 91년 한 대학생이 전투경찰에게 집단구타 당해 사망하고, 연이어 민주자유당 해체와 공안통치 종식을 외치며 젊은이들의 분신과 타살이 이어진다.

2001년 인사미술공간 기획초대전으로 열렸던 독립영상전 '디지털 드릴'을 위해서 만든 실험비디오 작품으로 8mm 비디오로 촬영된 90년대 초반 서울 대학가와 시내 곳곳에서의 집회, 시위 현장을 인디밴드 '새봄에 핀 딸기꽃'의 음악 '별따기'에 맞춰 디지털 영상으로 재구성, 편집하였다.

 

팬옵티콘 코리아 (Panopticon Korea)

전승일 / 팬옵티콘 코리아 / 실험비디오 / 3분 30초 / 흑백 / DV / 2006

1948년 8월 15일 한반도 남단에는 합법 정부로서의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 그런데 이 합법의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전쟁을 겪으면서 또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전쟁 이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는 반공 이념과 경제개발계획 구호를 전면에 내세웠고, 그 국가 정책의 그늘 아래 국민들에게는 무수한 국가폭력이 자행되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벌어진 국가폭력은 조직적으로 은폐되었고 사람들에게는 망각이 강요되었다.

<팬옵티콘 코리아>는 테크노 뮤지션 모하비의 ‘A Dead Fly’를 배경음악으로 국가가 스스로 기록해온 다큐멘터리 영상들을 주재료로 하여 국가주의에 대한 역설과 냉소를 표현한 실험비디오 작품이다.

 

학교 생태학 (School Ecology)

주재형 / School Ecology No. 17 / 디지털 프린트 / 2006

주재형 / School Ecology No. 34 / 디지털 프린트 / 2006

 

독일의 E.H. 헤켈에 의해 생물과 무기적 환경 그리고 다른 생물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된 생태학은 생물의 생활, 즉 자연계에서 생물이 자기유지와 증식을 꾀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생물학의 한 분과이다.

만화 ‘우주생물학(Exobiology)’을 마나몽.com(www.manamong.com)에서 연재하면서 NASA를 중심으로 태동된 우주생물학이 지구 밖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추론적 신념에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과학과 상상을 결합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제 일로 우연히 방문한 연천초등학교에서 친숙하면서도 기묘한 동물 군락을 발견하게 되었다. 요즘 신도시의 초등학교에서는 개체수가 줄어들었지만 예전에는 어느 학교마다 서식했던 그 동물들, 그것도 상당히 개성 있는 자태로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셔터를 멈출 수 없었다.

생태학은 대상생물에 따라서 동물?식물?미생물?인간생태학 등으로, 대상 장소에 따라서 해양?호소?하천?삼림?초원?도시 생태학 등으로 분류된다. 나는 학교생태학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우주생물학이 과학과 상상을 결합했듯이 연천초등학교에서 움직이진 않지만 우리의 기억과 상상 속에서 살아있는 각종 조형물의 서식 상태를 기록하고자 한다.

 

애니에세이 (Ani-Essay)

주재형 / Ani-Essay No. 09 / Animated Photos / 48초 / 컬러 / 2006

주재형 / Ani-Essay No. 11 / Animated Photos / 43초 / 컬러 / 2006

 

애니메이션은 그림을 많이 그려야하고 제작하는데 많은 노동과 시간이 든다는 생각에 재미있지만 약간은 무거운 매체로 간주된다. 인터넷에서 접하는 카툰에세이처럼 일상의 단편이나 작은 상념들을 가볍게 그려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애니에세이'라는 레고 조각 같은 짧은 실험 애니메이션들을 만들게 되었다.

재미없어도, 결말이 없어도, 1분이 안되도 좋다. 애니에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