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수교 12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루브르박물관展'은 오는 10월 24일부터 2007년 3월 1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들라크루아, 코로, 앵그르, 제리코, 와토, 부셰, 푸생, 밀레, 터너, 고야 등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51작가의 70작품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19세기까지 400여년의 서양 풍경화의 역사를 8개 소주제를 통해 펼쳐보인다.
▶ 프랑수아 파스칼 시몽 제라르 (남작), <프시케와 에로스>, 1797년
제라르(Gérard)는 28세 되던 해인 1798년 살롱전에 출품한 이 작품을 통해 미술계의 떠오르는 신인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당시 신고전주의 최고의 거장 다비드(David)의 문하생이었던 제라르는 스승의 아틀리에에서 전폭적인 지지와 직접적인 지도 아래 이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사랑을 한낱 장난으로만 여기던 에로스와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세인들의 숭배를 받았지만 그로 인해 비너스의 미움을 산 프시케가 입맞춤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프시케의 머리 위에는 영혼을 상징하는 나비 한 마리가 날고 있고 에로스의 등에는 강인한 독수리 날개를 연상시키는 신의 날개가 달려있다.
산들바람으로 다가온 에로스는 "내가 그대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 까닭은 그대가 나를 사랑하기 바랄 뿐이지 섬기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에요"라며 첫 입맞춤을 하고 이런 에로스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프시케는 그 속삭임에 놀라 팔다리를 모아 방어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이 작품은 ‘에로스와 프시케’를 소재로 ‘인간의 영혼’과 ‘신의 사랑’을 은유적으로 결합한 많은 작품들 중에 최고의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 프랑수아 부셰, <목욕하고 나오는 다이아나>, 1742년
루이 15세(Louis XV)가 가장 총애했던 수석 궁중화가 부셰(Boucher)의 최대 역작. 교과서와 교양서적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작품은 18세기 서양미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사냥 후 목욕을 하고 쉬고 있는 사냥의 여신 다이아나와 시녀인 님프 칼리스토의 우아한 자태에 매료된 프랑스 왕실은 당시 왕궁이었던 루브르를 장식하기 위해 이 작품을 구입하였다.
작품 속 다이아나의 모델은 다름아닌 화가의 부인 마리 잔(Marie-Jeanne)이다. 그녀는 많은 동료화가들이 칭송할 정도로 아름답기로 소문난 여인이었으며 부셰는 그런 자신의 부인을 모델로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숲 속의 푸른 커튼은 감상자로 하여금 여인들을 은밀히 엿보는 느낌을 주는 화가의 의도적 장치이며 왼쪽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은 목을 축이는 충견들과 여신의 관능적인 몸, 그리고 허리에 걸친 영롱한 진주목걸이를 아름답게 살려낸다.
성숙한 두 여인과 사냥이라는 소재가 하나의 화폭에 담겨 있는 풍경은 상류 사회의 사치스런 취미와 쾌락을 즐기던 당시의 풍속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작품에서는 단연 초승달 모양의 왕관을 쓴 여신 다이아나가 아름답게 그려졌지만 실제 신화 속에서 제우스는 님프인 칼리스토에게 마음이 끌려 자신의 딸인 다이아나로 변신해 ‘여신의 여자’ 칼리스토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제>
앵그르(Ingres)의 최고의 역작으로 손꼽히는 <안젤리카를 구출하는 로제>는 그가 39세 되던 해인 1819년 살롱전에 출품됐다.
전시회에 참석한 루이 18세(Louis XVIII)는 이 역동적이고 환상적인 작품 앞에서 넋을 잃고 당시 최고가인 2000 프랑을 주고 구입하였고 루브르박물관에 두는 대신 자신이 머물고 있던 호화로운 베르사유 궁전에 이 작품을 걸어두었다고 한다.
앵그르가 21세에 이미 화가 최고의 영예인 로마상을 수상한 유명한 작가이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최고 거장이라고 공인된 화가들의 작품만을 사들이는 프랑스 왕실이 현존 작가의 작품을 구입했다는 사실은 파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둠 속에서 희게 빛나는 나신의 여인은 안젤리카 공주다.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이 바다의 요정보다 더 아름답다는 자만에 빠져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고 마침내 어머니 대신 딸이 바다 괴물의 희생물이 된다.
날개가 달린 히포그리프라는 말을 탄 용맹스런 기사 로제는 때마침 메듀사를 퇴치하고 우연히 돌아가던 길에 결박 당한 안젤리카를 보고 사랑에 빠져 그녀를 구해낸다.
로제의 창과 괴물의 입이 시각적으로 암시하는 것이 남녀의 성적 결합이며 몸을 뒤로 젖힌 몽롱한 안젤리카의 표정이 소녀에서 여성이 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는 해석을 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것은 단지 우연이 아니라 앵그르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여체에서 느껴지는 완벽한 비례와 곡선, 우아함과 관능미가 이 작품에서 최고로 돋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 장 프랑수아 밀레, <건초 묶는 사람들>, 1850
밀레(Millet)가 바르비종(Barbison)에 정착한 1850년 살롱전에 출품한 작품으로 농민들의 거친 삶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루소(Rousseau) 등 많은 화가들이 모여 작업활동을 하던 바르비종은 파리 생활에 고단함을 느꼈던 밀레가 가지고 있던 농촌 생활에 대한 낭만적인 감성을 채워줄 수 있는 곳이었다.
1850년 살롱에 출품될 당시 이 작품은 여름 수확철의 열기를 연상시키는 사실주의적 빛의 표현과 농부들의 몸놀림을 섬세하게 묘사한 회화적 표현력으로 비평가들을 열광케 했다.
보수적인 비평가들은 밀레의 작품 속에서 빈민 계급의 혁명 사상을 보고 비난했지만 반대로 진보적인 좌익 계통의 비평가는 민주적이고 사회주의적인 사상을 읽어내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밀레 스스로는 "미술이 가난한 사람의 고뇌를 묘사하는 경우에도 부유한 계층에 대한 미움을 자극하려는 목적을 내세워서는 안된다"라고 말하며 그림 속에 어떠한 사상도 담지 않았다.
밝게 쏟아지는 햇볕 속에 건초를 묶고 있는 두 남자와 왼편에 건초를 긁어 모으는 여인의 모습은 일하는 즐거움과 노동의 신성함을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강한 콘트라스트가 주는 긴장감은 자연 속에서 노동하는 인간의 숭고한 모습을 극적으로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 조슈아 레이놀즈 경, <헤어 도련님>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영국화가 레이놀즈(Reynolds)경의 작품이다.
레이놀즈는 1768년 왕립미술아카데미의 창립에 맞춰 초대 총장으로 임명됐고 조지 3세(George III)에 의해 귀족 작위를 받았다.
영국의 권력층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그려주었던 레이놀즈는 야심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만년에는 평범한 영국 사회의 기호에 맞추어 가정, 아이, 감수성이라는 따뜻한 주제를 다루었다.
1788년 레이놀즈 경이 최정상의 화가로 인정 받게 되었을 때, 숙모 안나 마리아 존스 (Anna-Maria Jones)부인을 위해 그녀의 양아들 프랜시스 조지 헤어 Francis George Hare의 초상화를 그려 주었다.
어린 아이들은 모두 여자 아이처럼 꾸미던 당시 영국의 풍습을 따라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한 2살배기 프란시스 조지 헤어의 순진하고 천사 같은 모습을 그렸다.
손가락을 뻗어 한곳을 가리키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세례자 요한(Saint Jean Baptiste)을 생각나게 하는 종교적인 암시가 담긴 자세다.
이 자세는 배경으로 처리된 가을 풍경에 의해 좀 더 의미가 강조된다. 갈색 빛의 가을 풍경 위로 어린 아이의 하얀 살결이 화사하게 빛난다.
이 작품은 1790년 ‘어린 시절’이란 제목의 채색 판화로 다시 제작됐다.
노컷뉴스 문화팀 윤여진 기자 vivid@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