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형렬
□ 약력 및 개인전 외
1980 남대전 고등학교 졸업
1988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1990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1990∼1996 제1회∼제8회 개인전
1988∼1995 일백여회 초대·기획전
1990 동아미술제 입선
제9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화부 특선
1991 중앙미술대전 회화1부 입선
제2회 미술세계공모전 한국화부 우수상
제10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화부 특선
1992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제1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화부 특선
현재 단국대학교 동양화과 교수
수묵화는 보편적으로 지·필·묵을 재료로 삼아 여백의 미를 살리고 풍성한 묵의 농도를 조절하므로 다양한 필선을 구사하여 그리는 그림을 말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왕형렬 화백은 1990년 첫개인전을 시작하면서 질적인 작품도 중요하지만 작가로서 다양한 작업을 다량으로 제작해 봄으로써 많은 연구를 목적으로 10년간 매년 개인전을 열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왕형렬 화백이 어떤 한 테마를 추구하는 하나의 기법에 집착하지 않고 창작에 있어서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려는 자세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말이다.
왕형렬 화백은 자신의 작품 창작의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진정 우리의 것은 무엇인가? 예로부터 우리는 동양사상과 중국문학에 흡수되어 조선후기 정선 이후에나 우리의 것에 대한 화풍이 성립되어 그즈음 풍속화의 발달로 민족의 정서에 부합되는 그림이 그려져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시대에는 중국보다 훨씬 더 서구문화에 근접해 있어 문화적으로 서구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대주의 문화 속에서 우리의 문화가 주체적으로 가질 수 있는 특성은 무엇인가? 즉, 자연합일과 발효의 문화일 것이다. 그것은 자연을 정복하거나 개발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자연합일을 원칙으로 하는 문화인 셈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의 음식 문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은근한 깊이가 있는 발효의 문화다. 이것은 나의 그림의 화두이기도 한 것이다. 다듬어지지 않고 어눌하면서 소박한 우리 산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강석이나 산 밑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초가집의 형태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산과 지붕의 형상이 조화를 이루고 앞내와 마당이 조화를 이루는 그러한 자연스러움이 우리 미술의 특성이 아닐까? 그리고 도식화되지 않은 자연물의 형태나 은근한 표현이 우리의 된장과 김치 맛의 발효문화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그것은 나의 그림의 근본바탕이 되며 그 목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형상을 가진 물체(사물·생물 등)를 소재로 어떠한 내용을 표현할 것인가? 형식이 어떠하든 내용은 현대인이 살고 있는 우리의 삶(희·노·애·락)의 표현이며 그것은 우리가 현재 속해 있는 감성의 발로로써 나타나 솔과 새, 나무들의 자연물에 이입이 된 채로 형상화되는 것이다.”
이처럼 왕형렬 화백의 미술관은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일치하는 것과 우리의 음식문화에서 볼 수 있는 은근한 깊이가 있는 소박한 발효문화를 그림의 화두로 잡고 있으며 그것이 그림의 근본바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사물을 소재로 현대인이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의 표현을 자연물에 이입하여 형상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극히 우리의 문화와 색깔을 추구하는 왕형렬 화백은 앞서 했던 개인전에서는 묵을 주로한 담채가 가미된 작품들과 전통 기와집, 원거리 도시풍경 등의 변화를 거듭하여 새로운 작품들을 매 개인전마다 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추상파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였으며 매 회의 표현양식은 조금씩 달랐으나 내포된 그 의미는 늘 일관되어 있다.
이번에 제8회 개인전은 서남제2미술관에서 『왕형렬 새 그림전』이라는 테마로 1996년 11월 15일에서 27일까지 열렸다.
왕형렬 화백은 8회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표현의 간결함과 의미의 함축성, 그리고 구상과 비구상 요소를 조화시키는 데 주력하였다고 하였다. 또한 새의 형태와 동세 등은 현대인의 표정을 담는 데 힘썼으나 그 과정의 많은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드러났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보다 적극적인 연구를 필요로 함을 느꼈다고 한다.
주로 한지와 먹과 혼합재료를 사용하여서 발표한 『새 그림전』의 첫인상은 수묵화라기보다는 강열한 색상의 서양화 일종인 유화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새들의 형태는 하나같이 고개를 하늘을 향해 길게 뽑아 무형의 이상을 갈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왕형렬 화백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새의 형태와 동세 등을 현대인의 표정을 담는 데 주력하였다고 하였는데 작품 중 가족 Ⅰ,Ⅱ,Ⅲ과 기도, 구애 등 다수의 작품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작가의 의도가 전달됨을 알 수 있다.
현대인의 생활은 무미건조하며 잘 프로그램되어 입력된 성능 좋은 로봇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급속도로 발달한 과학문명의 폐단으로 인간성 상실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20세기를 살고 있는 인간들의 삶을 새의 형태를 빌어서 여러 이미지를 담고자 한 작가의 창작의도가 참으로 놀랍다. 그러면서도 작품에 나타나는 형태가 밝은 색상과 따뜻한 색을 풍부하게 사용한 것을 보면 현대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결코 부정적인 시각이 아닌 긍정적이고 발전적이며 삶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결같이 고개를 치켜든 새의 모습에서도 거대한 직사각형의 건물들로 막힌 현실에서 때때로 탈출욕구를 일으키는 현대인의 답답함을 읽을 수 있다. 목을 길게 빼고 먼곳을 아득히 바라보는 새들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인 것이다. 차마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체념하는 듯 하면서도 언젠가는 날을 수 있으리라는 비상을 꿈꾸는 것 같아 애절함마저 느껴진다.
또한 왕형렬 화백은 “기도”, “사랑”이라는 작품에 대해서 온가족이 바삐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저녁시간의 만남을 통하여 하루를 감사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돈독히 하는 표현으로 제작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 기도와 사랑이 공포와 증오로 느껴질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즉,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도와 같이 느껴주길 바라는 마음이 혹시 자신의 욕심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하얀 화선지 위에 감성과 의식을 싣고 그것이 감상자에게 완벽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대중에게 전달되었을 때 획일되지 않고 다양한 시각으로 보아지더라도 작가가 내포한 핵심적인 의미만큼은 전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며, 그것은 바로 작가의 역량이며 그것을 가능하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작가의 자세라고 말한다.
왕형렬 화백에 대하여 김복영(미술평론가·홍익대 교수)씨는 그의 수묵적 감수성의 일상화 작업은 주제에서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시종 우리의 삶의 정황을 주시하고 거기서 우리 감성의 현주소를 확인하며 오늘의 시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먹의 내음과 법칙을 발견하는데 뜻을 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오늘의 시간 속에다 체험과 정감을 주입시키고 이를 가까운 주변의 삶의 구성요건들을 주제로 해서 표출시키고자 한다는 데 뜻이 있으며 수묵은 이미 수묵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실존의 표징으로서 자리값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삶의 문맥으로서 수묵을 바라보고자 하는 시도로 수묵을 수묵 밖으로 일탈시킴으로써 수묵으로 하여금 전적으로 문맥 안에다 내재시키되 삶의 시간을 초월하는 어떠한 전통이나 역사이거나 양식, 더 나아가서는 초월적 세계에다 시선을 보내는 일을 일체 중지하고자 한다. 요컨대 오늘의 신세대들의 일반적인 수묵의식을 강열하게 보여 주는 가운데 왕형렬이 그 하나의 전형적인 획을 긋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창조 즉, 창작은 신의 영역이며 진정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인간이 화가라고 하면서 끊임없이 신에 대한 도전자이 고 싶다고 말하는 제8회 개인전을 갖은 왕형렬 화백은 『새 그림전』을 통하여 그의 또다른 모습의 작품세계를 보였으며 모든 사물은 인간을 표현하는 데 뜻을 두고 있음을 나타냈다. 그리고 앞으로의 연구방향은 간결하며 함축적이고 동양의 여유로움을 담은 화폭을 담아내기 위해 정진하여 더욱 격이 있는 리듬과 운율이 있는 작품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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