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그림 이야기

미술품 구입 방법

영원한 울트라 2007. 4. 9. 13:17

우리집 미술품 구입하기 [중앙일보]

 

시작은 판화·사진… 부담 적으면서 가치도 높은 편
나만의 작가를 찜…작가 크는 것 지켜보는 즐거움

 

"그림요? 한 점 걸고는 싶은데 왠지 비쌀 것 같아서…."

평소 화랑가 나들이를 하면서 눈요기에만 만족했던 이들. 재테크 정보는 잘 챙기는 편이지만 그림을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하는지, 어떻게 골라야 '제값' 주고 사는 건지는 영 자신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림 수집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하는 일"이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윤철규 서울옥션 대표는 "옷값.술값만 아껴도 얼마든지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다"며 "미술품 투자는 경제적 이득을 넘어 문화적 감성을 키우는, 즉 자신이 자신을 칭찬할 수 있는 투자"라고 말한다. 미술 대중화를 겨냥해 해마다 대형 미술장터를 열어온 마니프 조직위원회 홍영주 기획실장의 조언으로, 초보자들이 알아둘 만한 '그림 쇼핑법' 다섯 가지를 간추렸다.



#1. 출발은 판화나 사진으로=판화나 사진은 언제든 복제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회화작품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작품으로 제작된 사진.판화는 한정된 에디션(edition)이 있다. 최근에는 딱 한 장만 내놓기도 할 정도다. 에디션 작품은 관리도 엄격하다. 일정 매수까지 찍어낸 뒤 원본을 폐기하기도 한다. 믿을 만한 화랑이나 경매업체를 통해야 한다는 점,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에디션 수가 많으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는 점만 유의하면 '그림 쇼핑'의 첫 선택으로 부담 없다.



#2. 다시 보자, 유명 작가 소품=그림 하면 대개 유화를 떠올린다. 하지만 유화는 대체로 가격이 높다. 투자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대작이 유리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과욕을 부릴 필요는 없다. 이때 유명 작가의 드로잉에 눈길을 돌려보자. 서구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작품성 있는 드로잉이 수집가들 사이에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 잡아왔다. 작가의 개성이 살아 있는 드로잉이 수준 낮은 유화보다 오히려 소장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3.'나만의 작가'를 찍어라=미래의 박수근.이중섭이 될 작가의 작품을 미리 구입한다. 물론 수많은 작품 중에서 가능성 있는 작가를 한눈에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열정을 갖고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면 언젠가는 작품을 보는 안목이 길러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술품은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여러 행사를 찾아 작품을 사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내가 고른 젊은 작가가 커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특별한 즐거움이다.



#4. 믿을 만한 거래처를 확보하라=단순히 '싼 맛'에 작품을 사는 것보다 작가의 대표작이면서 작품성 좋은 작품을 사는 게 결과적으로 싸게 사는 방법이다. 작품 제작시기.완성도.희소성 등을 면밀히 살피고 믿을 만한 화랑이나 경매회사를 통해 사는 게 안전하다. 최근 불거진 대규모 위작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의 진위 체크도 중요하다. 가격이 몇백 만원을 넘는다면 반드시 미술품 감정서를 요구해야 한다. 제목.재료.팸플릿.화집 등 될수록 많은 정보를 알고 있으면 작품의 이해와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5. 가격 정보는 필수=그림 값은 작가와 작품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제작연도와 작품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므로 일률적으로 '이 작가의 그림 값은 얼마'라고 말할 수 없다. 화랑에서 제시하는 가격, 경매가, 작가가 부르는 가격도 제각각이다. 소비자들은 화랑가와 경매시장을 돌아다니며 적정한 가격대가 얼마인지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매 카탈로그를 참고하든가, 화랑미술제.마니프 전시 같은 아트페어에 자주 들러 가격을 확인해 보는 것도 방법. 마니프조직위는 9~14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아트페어 '김과장, 전시장 가는 날'을 연다. 초대작가 작품 중 '10만원 이상, 100만원 미만' 작품만 모은 특별전도 마련했다.

정리=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