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中게임업체 계약금 문제 '골머리'

한국기업, 中게임업체 계약금 문제 '골머리'

전자신문 2007-10-30 장동준기자

게임서비스 계약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중국 게임업체가 배타적 게임정책을 펴는 중국 정부를 등에 업고 원작자인 한국의 게임 기업을 위협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 게임 업체인 CDC게임즈의 피터 입 회장은 29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엠게임과 진행 중인 ‘열혈강호’ 서비스 분쟁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분쟁의 책임은 불법 사설서버 늑장 대처와 기술지원에 미비한 엠게임에 있다”며 “이 분쟁이 해결되기 전까지 엠게임은 중국 시장에서 신규 게임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그동안 게임서비스를 둘러싼 한중 간 마찰은 끊임없이 계속돼왔지만 이를 이유로 한국 게임 업체의 중국 내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터 입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양사의 법적 분쟁이 해결되기 전까지 ‘열혈강호’의 중국 내 서비스 권리는 우리에게 있고 엠게임이 새로운 협력사를 찾는 건 불가능하다”며 “이 두 가지 내용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사실”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엠게임은 중국 나스닥 상장사 CDC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인 CDC게임즈와 올 3월 맺은 온라인게임 ‘열혈강호온라인’ 퍼블리싱 계약금의 10%인 50만달러밖에 지급되지 않아 계약이 자동 해지됐다고 밝혔다. 이에 CDC게임즈도 18일 엠게임을 △계약 위반 △기술지원 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홍콩 현지법원에 고소한 바 있다.

 

　<뉴스의 눈>

선전포고에 가까운 피터 입 CDC게임즈 회장의 29일 발언은 “이번 분쟁의 책임이 CDC게임즈의 계약금 미지급에 있다”는 엠게임의 공식 견해 발표 후 닷새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만큼 이번 분쟁의 매듭 결과는 양사 이익은 물론이고 향후 한국과 중국의 게임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에 CDC가 전례 없이 신속한 조치를 취한 것은 재계약을 앞두고 한국 게임업체 전체를 시험하는 의미로도 읽힌다. 자사의 중국 내 영향력을 앞세우는 한편 중국 내 불법서버에 따른 피해 책임을 한국기업에 전가하면서 계약료를 깎겠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사태의 매듭방식은 불법서버로 중국 내 매출 30%가량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게임업체의 중국수출 계약 시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까지 나서서 CDC게임즈를 측면 지원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열혈강호는 중국에서 회원 수 6000만명을 확보하고 있고 동시 접속자 수도 40만명에 이르며 월 50억원이상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이는 중국 전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5위 내에 해당하는 수치로 열혈강호는 중국에 진출한 국산 게임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어쨌든 이번 분쟁에서 이기는 업체는 로열티 재협상 등 이익과 관련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가능성이 높다. [중략] 특히 엠게임과 CDC게임즈는 각각 코스닥과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의외로 쉽게 문제가 풀릴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