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전시소식

이용덕 조각전

영원한 울트라 2007. 11. 2. 08:49

The Open Air Sculpture Exibition

이용덕 조각展

 

circular 540×130×254cm 2007

 

 

2007년 10월 24일 ~ 11월 13일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정원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번지Tel. 02_399_1152

www.sejongpac.or.kr

 

주최_(재)세종문화회관 후원_문화예술위원회

 

 

accumlation of time 372×100×240cm 2007

 

누적된 시간의 탄력

최태만/미술평론가

평붓이나 혁필(革筆)을 이용해 공간에 그려놓은 획이라고 할까, 아니면 야적해 놓은 강철 원자재와도 같은 것이라고 할까. 이용덕이 만들어내는 형태는 말 그대로 공간에 그려놓은 드로잉이거나 혹은 다른 형태로의 변화를 예비하는 일종의 중간단계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자체로 완성된 형태를 지닌 그의 작품은 자기완결성을 지니면서 동시에 무한으로 향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때, 자기완결성이란 작품의 형태가 ‘닫힌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러한 형태가 ‘종결’로서가 아니라 순환과 지속의 특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무한성의 의미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시작과 끝이 분명하며, 작품의 전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분명히 ‘닫힌 형태’를 지닌 것임에 분명하지만 그 형태가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개방적 속성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형태가 끝나는 지점에 마치 형태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생장점이 있는 것과 같은 시각적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품은 개방과 폐쇄, 활동과 정지, 성장과 응축이란 서로 상반된 두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율적으로 운동하는 듯한 형태와 더 이상의 움직임이 개입할 때 파괴될 수 있는 완결된 구조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긴장. 이렇듯 그의 작품은 서로 대척지점에 놓인 속성들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the formation ⅲ 430X80X360cm 2007

 

move in a cycle ⅰ 175×58×247cm 2007

 

무엇보다 그가 재료로 선택하고 있는 나무가 지닌 정서적 측면을 고려할 때 일면 건조하게 보일 수 있는 견고한 형태와 부드럽고 온화한 재료가 서로 충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그의 작품은 따뜻한 질감, 생명에 대한 암시와 은유 등의 나무란 물질이 환기하는 속성 때문에 유기적 형태에 어울릴 것이란 일반적 기대를 뛰어넘어 중성적이며 건조한 형태를 만들어냄으로써 재료에 의해 쉽게 규정될 수 있는 형태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나아가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나무의 성질과 상관없이 활처럼 휘어지고 굽은 형태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도 끝도 없이 순환하는 구조에 대해 떠올리게 만든다. 일정한 간격으로 판재에 홈을 내 둥근 형태를 만드는 인테리어 기술에서 힌트를 얻은 그의 방법은 정밀한 계산과 상당한 시간을 투여해야 하는 지독한 노동의 결과물인 까닭에 ‘시간의 누적’이란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부분도 있다. 더욱이 이렇게 쌓아올린 단층들은 시간의 주름이자 작가에 의해 제조된 나이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 표면은 수많은 세포(cell)들로 구성된 조직으로서 대지(大地)로부터 솟아오르는가 하면 거대한 격랑이 대기(大氣)를 휘저으며 굽이치듯 뻗어나가고 있다. 건조하면서 기하학적인 구조물들이 꿈틀대는 생명의 율동으로 살아나는 그의 작품은 그런 점에서 대지의 에너지가 지상으로 확산되는 자장(磁場)처럼 보이기도 한다. 탄력이 높은 철판을 감아놓은 것 같은 형태는 언제든지 주변공간으로 튀어나갈 수 있는 팽팽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외부의 운동에너지가 안으로 응축되며 더욱 견고한 형태로 완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가 하면 때로는 내부의 에너지가 외부로 확산되며 공간을 새롭게 규정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듯한 형태는 따라서 공간을 활성화하는 특징까지 지닌다. 즉 그의 작품은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매듭이 풀어진 끈이자 대지와 공간의 연결을 예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나아가 육중한 중량과 공간을 점유하는 체적은 작품의 기념비성을 더욱 고양시킨다. 둥근 형태는 성장과 확산을 반복하며 자기증식의 의지를 드러내는가 하면 형태의 내부로 파고들며 공간을 한정하기도 한다.

 

the formation ⅱ 310×50×160cm 2007

 

the formation ⅰ 140X70X224cm 2007

 

move in a cycle ⅱ 223×57×250cm 2007

 

그러나 한편으로 곡선형의 구조가 끝나는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종결부, 잘려나간 피부의 속살로서 나무토막의 표피는 이 작품의 무한정한 성장을 저지시킴으로써 작품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종결부가 있기 때문에 작품의 탄성은 더욱 강화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시선은 끝없이 뻗어나가 종국에는 정처 없는 것이 될 수도 있으므로 이 종결부를 통해 자기의 규모를 한정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지층의 단면을 잘라놓은 듯한, 또는 마치 시간을 일정한 두께를 지닌 판(板)처럼 쌓아올린 듯한 그의 작품은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서 자연의 작용에 의해 둥글게 말려들어간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그 자체가 시간의 법칙에 순응하려는 태도까지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형태는 영원히 고착된 것이라기보다 언제든지 탄력을 받아 진동하거나 혹은 넓게 펼쳐질 수 있는 까닭에 멈춤 속의 동요란 시각적, 심리적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보면서 완성된 형태가 상기하는 상징적 의미보다 마디마디를 연결시키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지둔한 작업 자체가 이 작품의 주제인지 모른다는 상상을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형태는 어떤 규칙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자율적인 것이 된다. 닫힌 구조와 열린 구조라는 서로 상반된 성격을 지닌 형태만큼이나 그의 작품은 다의적 해석가능성 앞에 열려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진 것은 무엇보다 시간과의 투쟁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희열이다. 결과로서 형태는 단순하지만 그 과정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는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중량감이 형태를 시각적으로 더욱 탄력 넘치는 것으로 만드는 요소인 것이다. 집적, 누적, 반복이 주는 심미적 쾌감 못지않게 오랜 시간 투여된 노동의 양이 주는 즐거움을 지닌 그의 작품은 온갖 해체의 방법에 점령당해 있는 우리에게 조각의 장르적 가치를 환기시키는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노동에의 탐닉이 빠져들 수 있는 형태의 동어반복, 방법에의 함몰은 그가 경계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4회 개인전서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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