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창 배(1948 ~ 2001)
그의 작품을 떠올릴 때마다 필자는 어느 비평가가 말했듯이
"동양화도 이제는 하산(下山)을 할 때가 되었다"는
도사같은 말을 상기하게 된다.
농경사회에 그런대로 통용될 수 있었던 산수화, 화조화 따위는
공업사회, 상업자본주의 시대에 분명 새로 태어나야 하며
"과감한 체질개선"과 "시대정신의 반영"을 더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황창배의 작품속에서 이러한 기대가
원만하게 충족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황창배의 작품은 소극적으로 보면 동양화가 갖는 고정관념에
"때 뭍히기"로부터 시작한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는 파격적으로 동양화의 회화적 규범을 개혁시키기 위해
전심전력(全心全力)하는 작가이다.
산수(山水), 인물(人物), 그리고 화조(花鳥)와 같은
소재의 등장을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인
관념세계의 철벽을 찾기란 더욱 힘들다.
그의 그림그리기는 퍽 이색적이다.
색의 덧칠, 드리핑, 혼합재료구사, 대상해체, 심지어 붓 외에도
손, 나이프 등 여러 도구를 휘두르면서 "내키는대로" 작품을 제작한다.
물론 이러한 "전통파괴"는 과거에 대한 단순한 저항심리나
부정심리의 탓만은 아니다.
"백법(百法)이 무법(無法)"이란 말이 있듯이
예술에 있어 원리 원칙이란 있을 수 없으며 설사 있다 해도
그것은 예술가의 창조적 독창성과 개성으로 새롭게 다듬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즉 전통을 배우는 것(화론, 화법)은 그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 해내려는 것이지 그것을 숭배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서성록, 미술평론가
무제 (Untitled)
무제 (Untitled)
1966. 3 - 1970. 2 서울대학교 회화과
1973. 3 - 1975. 2 서울대 대학원 동양화전공
1974. 3 - 1991. 8 명지전문대,동덕여대,경희대, 이화여대 부교수,
1999.3-동덕여자대학교
2001. 9. 6 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