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국내작가소개방

[스크랩] 홍경택

영원한 울트라 2008. 1. 28. 12:44

홍 경 택

 

 

 

 

 

 

 홍경택_서재1_캔버스에 유채_181.5×220.7cm_1997

 

 

2000년 8월 9일_ 인사동 인사미술공간에

신전-神殿_ 이라는 이름으로

홍경택 회화展_이라는 전시회가 열렸을때는 

아무도 이 그림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_

 

홍콩 크리스티가 27일 오후 실시한 아시아 컨템퍼러리 경매에서

이 무명의 서양화가 홍경택(39)의 ‘Pencil Ⅰ’이

추정가의 10배 이상인 7억7000만원에 낙찰돼_

한국 미술작품의 홍콩 크리스티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홍경택이 1995년부터 98년까지 3년여에 걸쳐 그린 ‘펜과 연필’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캔버스 3개를 붙여 크기가 259×581㎝에 달하는 대작으로 커다란 화면 위에 연필과 펜들이 기하학적으로 배치돼 장관을 이루고 틈새로 데이지꽃이 보이는 작품이다. 한국 작품이 2004년 10월 홍콩 크리스티에 처음 진출한 후 지금까지 6회 경매 동안 최고낙찰가 기록은 2006년 5월 경매에서 김동유의 ‘마릴린 먼로 & 마오 주석’이 기록한 3억2000만여원이다.

 

그의 작품이 일약_ 세계 미술작품 경매 시장에서_

국내 최고의 작가를 능가하는 엄청난 액수로 거래 되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_

아직도 평다운 평 한 줄 얻지 못하고 있는 화가 홍경택_

 

 

선과 악이 뒤섞인 세상에서 구원을 꿈꾸는 수줍은 화가 홍경택

“종교에서 포르노까지 우리 시대의 모습을 생생한 날것 그대로 그리고 싶었어요.” 화가 중의 화가 고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현란한 어둠의 목소리의 팝가수 프린스. 일견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인물들이 공존하는 풍경이 화가 홍경택의 그림 속 세상이다.
 
  2006년 혜화동의 한 갤러리에서 있었던 그 전시는 <훵케스트라>라는 희한한 제목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말은 현대 대중음악 훵크와 고전음악의 대명사인 오케스트라를 합성한 말이었다. 화려하게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성인의 모습과 ‘새옹지마’ 같은 격언뿐 아니라 나이트클럽의 DJ와 팝송의 가사가 함께 드러나는 엉뚱한 퓨전의 세계다. 화가 홍경택의 그림은 한국 미술사에서 드디어 얼굴을 내비친 새로운 세대의 감수성을 보여 준다.
 
  홍경택의 이름을 알린 것은 커다란 화면 가득히 연필을 빽빽하게 그려 넣은 <연필 그림>이었다. 색색의 연필들은 마치 분수가 솟아오르듯 하늘에 불꽃놀이가 펼쳐지듯이 분출한다. 이 강렬한 이미지는 새로운 그림을 찾던 젊은 기획자들의 눈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초현실주의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서재 그림>과 글씨, 이미지와 패턴을 결합시킨 글자 그림 역시 젊은 작가 홍경택을 한국 미술의 유망주로 단단히 자리매김하게 하였다.
 
  강렬한 색감의 그림을 보면서 상상했던 모습과 달리 홍경택은 갈데없는 ‘범생이’ 모습이었다. 입고 있는 옷과 단정한 머리 모양이 그러하며, 타고난 생김새 자체가 그러하다. ‘튀는’ 그림을 보면서 아마도 나는 그가 좀 튀는 사람이길 기대했었나 보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 ‘범생이’의 내면은 그림처럼 범상치 않았다. 고흐, 요한 바오로 2세, 프린스 등이 공존하는 그의 세계는 성과 속을 모두 끌어안고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그는 아이들의 잔인한 장난에 마음 아파하며 연민을 느끼던 여린 소년이었다. 크게 굴곡 없는 삶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의 자질구레한 모순과 불협화음 자체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그는 사뭇 고전적인 예술가의 감수성을 가지고 태어났던 것이다. 마흔이 된 이제는 모든 삶의 모순, 옷가게와 술집들 사이에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 혼돈스러운 삶의 모습을 인정한다. 이 혼돈스러운 세상의 모순을 TV와 영화, 팝송 속에서 성장하고 MTV의 현란한 이미지에 익숙해져 온 세대의 감각으로 표현한다.
 

연필1, 259.1x581.7, oil on canvas, 1998

  그의 작업실에는 관록을 자랑하는 구형 산요 라디오에서 쉬지 않고 노래가 흘러나온다. 한쪽 벽에 중학교 때부터 사모으기 시작한 2000여 장의 LP판과 CD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일어나자마자 음악을 켜고, 잠들기 전 음악을 끄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할 정도로 그는 음악에 푹 빠져 산다. 보이지 않는 음악은 공기 중을 떠다니다 어느 날 그의 그림 속에 안착하기도 한다. 영국 테크노 그룹 펫 샵 보이스의 노래 는 “네가 나의 집세를 내주기 때문에 너를 사랑한다(I love you, you pay my rent)”라는 선정적인 가사와 우울한 멜로디로 현대인의 사랑을 풍자한다. 그는 이 곡의 가사를 인용하면서 곡의 분위기를 패턴과 색채로 표현하였다.
 
  MTV 세대의 감각은 그의 다른 그림에서도 느껴진다. 연필 그림이 내면의 폭발하는 열정을 표현하고 있다면, 서재는 안으로 움츠러드는 은밀한 공간의 표현이다. 그의 그림 속 책은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성을 쌓는 벽돌 같은 것이다. “거대한 역사 앞에서 개인의 미시적이고 조그만 세계를 지키고 싶었어요.” 그는 자신의 작품을 일본의 오타쿠 문화와 관련 지어 설명한 바 있다. 핵가족으로 성장한 이 세대는 경제적 혜택을 누리며 자라났고, 개인주의적이며 정치에 무관심하다. 꿈을 잃어버린 세대로 일컬어지는 오타쿠 세대들은 대신 자신이 관심을 갖는 대상의 뿌리까지 찾아 들어가는 집요함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소우주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젊은 문화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된다. UCC와 블로그, 미니 홈피 등 인터넷은 이런 세대들이 활동하는 공간이다.

 
은둔자의 몫대로 살았다
 
연필2, 388x390, oil on canvas, 1995~1999

  재기 발랄한 감각으로 홍경택은 각자 자기 속으로 숨어든 젊은이들의 내면을 보여 준다. 1968년생인 홍경택이 이 오타쿠 세대의 감각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의 격렬함 때문이다. “은둔자에게는 운둔자의 몫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980년대를 비껴 산 게 부끄럽기도 하고 너무 개인적인 삶을 산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다 광장에 나서면, 그 빈 세상은 누가 채우겠는가라는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저는 제 몫을 하고 있어요.” 이 은둔자는 나름의 대안적인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제 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
 
  플라스틱 질감이 번뜩이고 현란한 형광색으로 중무장된 그의 그림은 세계 구원에 관한 명상이 담겨져 있다.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해골은 예수가 최후를 맞이한 골고다 언덕을 상징하며 십자가와 기독교적인 도상이 함께한다. 그림 속에서 작가는 책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서가가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하고 있다. 한쪽 발에는 군화가 신겨져 있고, 그 군화발로 악을 상징하는 뱀의 꼬리가 달린 인형을 밟으려고 하는데 다리에 끈이 묶여져 있다. 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을 없앴을 수는 없다는 아이러니를 그린 그림이다. 나름의 대안적인 세계를 구성하려는 의도로 출발한 그의 작품은 조밀한 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기독교적 도상에 익숙하며 서양미술사의 전통을 재치 있게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서양 사람들이 그의 진가를 더 빨리 알아차린다. 강렬한 이미지뿐 아니라 이렇게 조밀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홍경택을 한국미술사에서 단연 돋보이게 만드는 장점이며, 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던 덕에 홍경택의 작품 세계는 일찍이 형성되었다. 작가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여러 가지 시험 단계를 단축할 수 있었다. 지금의 홍경택 이름을 알린 연필 그림과 서재 그림도 사실은 대학교 때부터 그렸던 것이다. 처음에 이 그림들은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미술 개인 교습, 작품 설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그의 작품을 주목한 것은 새로운 이미지를 갈망하던 젊은 전시기획자들이었다. 2000년 첫 전시를 했던 그는 이제 홍콩 크리스티 경매 등의 세계 미술시장에서 안목 높은 컬렉터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한국 미술계의 블루칩 작가로 떠올랐다.
 
서재, 162x130, oil on canvas, 2004

  인터뷰 사진을 찍기 위해서 편한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하자 그가 가슴 위에 양팔을 교차시킨다. 무슨 포즈냐고 묻자 춥고 배고픈 포즈라고 수줍게 웃으며 말한다. 내 눈에는 웅크린 태아의 포즈처럼 보였다. 이제 불혹의 나이에 들어섰지만 수줍은 청년의 순수함을 가진 그에게 세상은 여전히 갈망과 연민, 그리고 상처의 흔적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자신에게 솔직할 때 예술가는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아닐까?

 

홍경택_POPE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유채_130×162.2cm_2005

 

 


홍경택 자신의 작품 소개글

 

나만의 신전에 불러 들이기 ● 페인팅은 근본적으로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이고 끊임없이 '나'로 집착하게 만든다. 우리는 세상 속에 살고 있지만 엄연히 각각의 개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처음에는 남과의 차별성을 가르는 일이 무척이나 겁나고 소외를 감수해야하는 버거운 일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나는 너와 이 만큼 달라"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위 예술이라는 것은 이런 차별성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이러한 독단들은 남에게 이해시키기는 일이 나의 작은 임무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신의 신전을 짓는 일이고 그림을 감상하는 행위는 작가의 신전에 초대받는 일이다. 신전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내 그림으로 인해 감상자가 어느 정도 나의 세계에 교화(?)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을 수도 있겠고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유달리 집착하는 애호물(이미지)들을 모셔놓은 곳이라 그렇다.

 

화려한 색채와 매끈한 질감 사이로의 여행 ●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주로 캔, 컵, 필기구, 음식물, 책, 해골 등이고 대부분의 사물 등은 플라스틱의 매끈한 질감과 색채로 치환된다. 미국 B무비의 아버지 에드우드가 핑크빛 앙고라 스웨터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겼듯이, 코엔형제가 그들의 영화 속에 항상 모자를 등장시켰듯이 일종의 패스티쉬인 셈이다. 그건 그 물건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속성을 떠나 의식 저편의 잠재의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화려한 색채와 매끈한 질감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여행한다. (덧붙이자면 원색의 순수성은 세월이 작품의 골동품적 가치를 결정하기 이전의 날 것, 다시 말해 회화라는 것에 덧 씌워져 있는 신화에 대한 거부의 표현 이기도 하다)

 

플라스틱은 존재를 과장되게 드러낸다. ●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에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면서도 가장 천대받는 물건이다. 또 반 자연적이면서 말초적인 감각을 대표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플라스틱이 지니고 있는 변화무쌍한 면들도 무척 호기심을 자극한다. 거의 모든 형태로의 변형이 가능하고 어떠한 색깔도 입힐 수 있는 플라스틱은 그 현란함으로 자신을 위장하나다. 즉 자신의 존재를 과장되게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은폐한다. 플라스틱은 싸구려임을 자인하면서 경박함을 불쾌해 하지 않는다. 가장 일상적이면서 일탈적인 속성들은 내게 환타지를 이끌어 낸다.

 

에로틱한 열망들, 절충적 표현, 강박관념…● 그 환타지라는 것은 일종의 에로틱한 열망들이다. 소재와 색감이 가지고 있는 그 순간적인 화려함, 훔쳐보기의 장치들, 유아적이고 촉각적인 물건의 배치, 이들은 에로틱함과 함께 그의 부산물인 공허를 이끌어 낸다. 에로틱한 이미지들은 때로는 비밀스럽게, 때로는 폭발적인 제스춰를 취하는데 이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누구나 드러내고 싶은 욕망과 숨기고 싶은 욕망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심리들을 표현하는데 있어 회화적 요소와 디자인적 요소의 절충을 꾀하였다. 흔히들 회화는 남성적이고 거친 것이며 디자인은 여성적이고 장식적이라고 여긴다. 이 들이 화면상에 공존함으로서 어떤 중성적 매력이 넘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이런 절충적인 작업방식을 택한 이래 변치 않고 이어지는 것은 밀집에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인데 그건 아무래도 나의 주변환경(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업 '공장'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풍경)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백이 사유를 유도한다면 여백이 없이 꽉찬 내 그림의 공간은 현실에서 파생되는 강박증의 극단적 표현일 것이다. ■ 홍경택





홍경택_GOGH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유채_130×162.2cm_2005



홍경택_ZERO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유채_45.5×53cm_2005



홍경택_FUCK ME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유채_45.5×53cm_2005



홍경택_PLUR DMSR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유채_181.8×227.3cm_2005

홍경택은 작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것이 발화점이 되어 퍼져가는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홍경택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컵, 볼펜 음식물, 책과 같은 사물들로 캔버스를 채우면서 여백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편집증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회화의 제도화된 역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의 눈으로 본 개인적 관심사와 취향을 플라스틱적 미감과 디자인적 요소로 풀어내었던 작가 홍경택이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것은 훵크 Funk이다. 전시명에서 보여지 듯이 훵크와 오케스트라를 합쳐 만든 합성어 훵케스트라가 바로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마치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음의 진동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훵크 Funk 이미지를 충돌시킨다. 그 이미지들이란 훵크-팝 문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기호들과 텍스트를 가지고 만들어낸 강렬한 채도의 이미지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이미지와 오버랩 된다.

 

 

홍경택 화가
1968년 서울 출생. 경원대학교 회화과 졸업. 경원대학교 출강.

2000년 문예진흥원 인사미술공간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 및 국내외 주요 단체전 참여.

현재 전업 작가로 작품에 전념.

 

 

 

출처 : Artist 엄 옥 경
글쓴이 : 스카이블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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