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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출판미술로 본 한국근.현대목판화

영원한 울트라 2008. 1. 31. 14:32

출판미술로 본 한국근.현대목판화



판각가 미상_우리나라 최초의 신문과 근대적 지리서의 과학적 목판삽화_한성순보_1883_여재촬요_1894


『출판미술로 본 한국 근·현대 목판화, 1883-2007: 나무거울』展은 처음에는 작은 전시기획으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현대미술 목판화 이전, 유실된 근대목판화의 흔적을 찾아보려는 의도였습니다. 사실 목판화 뿐 아니라 우리 문화 전반이 일제강점기로 인해 그 전통과 맥락이 끊어진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타 분야는 그나마 기록이라도 남아 있는데 비해 목판화는 작품은 고사하고 아예 기록이나 흔적조차 없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100년 전 근대기뿐만 아니라 비교적 현대에 접어드는 해방공간 이후 60년대 말 까지도 정리된 자료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조선시대 고판화들은 제법 많은 연구와 함께 여러 편의 논문으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실된 우리의 근·현대 목판화의 줄기와 흐름을 복원하기 위해 그 맥락을 찾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판각가 미상_최초의 목판만화삽화, 유길준의 감각_노동야학독본_1908



나혜석 판각_개척자이자 선각자, 나혜석과 신여성_신여자_1920_개벽_1921

본래 조선시대 목판화는 서적의 삽화였습니다. 거기에 근거하여 근대기 잡지, 신문, 서적들을 중심으로 찾았습니다. 하나, 둘씩 숨겨져 있던 작은 목판화들이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어떤 것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소개가 되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부분은 목판화로는 처음 조명되는 것입니다. 모두가 소중합니다. 그 중에서도 처음으로 발굴한 이병규의 『양정』표지화는 비록 원작은 찾을 수 없었지만, 최초의 근대 목판화로 여겨지는‘작품’입니다. 1931년도에 제작된 식민지 지식인 작가의 암울한 실존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 목판화를 발굴한 것은 이 연구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후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해방공간, 5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는 출판목판화가 제법 모아졌습니다.



판각가 미상_전통목판화의 각법과 경향파의 만남_조선지광_1927
손영기 판각_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구현_신조선_1947



정현웅 판각_자연주의적 리얼리즘 목판화의 백미_불_1947



최은석 판각_소박한 정서의 민중적 접근_나 사는 곳_1947_새벽길_1948
판각가 미상_자연주의적 시선으로 본 전쟁의 비극_살길을 찾자_1951

그런데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판각가의 이름이나 기록이 없는 목판삽화가 많았던 것입니다. 여러 방법으로 작가와 기록을 찾으려 하였으나, 근거가 없어서 찾지 못 할 때는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또한 100년이라는 근·현대목판화의 궤적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을 정도로 작은 양 밖에는 찾지 못해서, 목판화의 역사적 흐름이 명료하지 못하고 파편적인 한계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이는 이 책이 우리 근·현대 목판화의 체계적 연구서라기보다는, 상당부분 자료집의 성격에 머무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추후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영림, 토속적 서정과 에로스적 기운
이상국, 자연주의적 관찰로 정겨운 ‘이웃’과 ‘나’를 새기다



오윤, 비애와 박진감을 아우르는 신명의 세계
탁월한 목판화 일러스트레이터, 이철수의 출판미술

아무튼 이런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이 책과 전시는 준비 되었습니다. 그러면 왜 지금, 21세기 디지틀시대에 굳이 지난 시절, 아날로그보다 훨씬 이전 수공의 목판화를 거론하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근대기 출판목판화가 단순하게 미술의 한 장르라기보다는 인문학, 예술, 당대 삶의 양식이 두루 어우러진 문화의 총체적 표지標識이자, 과거 뿐 아니라 오늘의 우리 삶과 얼굴을 비추는 지성과 감성과 일상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오윤 판각_삶의 미술展 포스터_1984

지금 우리들의 삶과 문화는 디지털에 근거한 정보화와 영상문화 등에 의해 구텐베르크와 뉴턴 이래 가장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 속도의 장력에 의해 원하지 않아도 어쩔수 없이 변화가 되어버리는 수동적이고 관성적인 일상이 우리의 사유나 감성까지 지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시대의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생산하는 예술과 기술의 재미입니다. 새로운 개념, 새로운 문맥, 새로운 발상, 새로운 언어, 새로운 기술, 새로운 매체…, 호기심과 감수성이 넓게 열립니다. 그러나 한편 이런 디지털 이미지가 제공하는 얇고, 짧고, 표피적인 감각은 선배세대들이 작업에서 추구했던 두터움, 넓음, 깊이, 진지함, 순수함 등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합니다. 세계가 빠르게 바뀌어 가도, 그리고 발랄한 가벼움과 속도를 주요한 개념으로 설정하더라도, 우리가 결코 놓쳐서 안되는 부분이 바로 이 직진의 온 ‘몸’과 ‘마음’으로 시대와 예술에 대면했던 선배작가들의 태도입니다. 순수미술목판화나 출판미술목판화 모두 이렇게 시대와 예술을 온몸으로 증명한 앞 세대의 흔적입니다. 돈도, 작가적 명예도, 권위도 되지 않는 소외된 장르였기에 거기에 참여한 작가들의 소박한 입장이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궁핍한 삶에서 이 정직한 거울을 통해 자신의 시대를 반영하였기에 오히려 지금 물신物神과 허명虛名의 시대에 더욱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김진하. 이섭 공동판각_전환의 史_1987



이상호 판각_한강목판화전 포스터_1987

이런 앞 세대의 진정성을 담은 목판화에 접근하기 위해 나름대로 우리 근·현대목판화를 크게 구분해 보았습니다. 1부(1883-1945)는 근대목판화의 맹아기 및 구축기로 개항기부터 해방까지를 잡았습니다. 1883년의 한성순보를 시작으로 한일합방까지 신문화의 수입과 계몽을 맹아기로 보았으며, 이후 일제 강점기 전체의 시대정신으로서 근대성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 하는 점에서 구축기를 기준했습니다. 그 결과 1부 전체를 관류하는 핵심적 근대성은 ‘계몽’과, 구국을 위한 ‘항일’로 설정했습니다.



김환영, 전문 출판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열다



김성민, 목판화로 얘기하는 구수한 전래동화



김주호, 여유와 위트로 엮은 따뜻한 마음 12간지

2부(1945-1969)는 해방공간으로부터 70년대 이전까지 우리 목판화의 근대와 현대가 교차하는 시기를 잡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어느정도 동시대성을 확보하며 근대성의 완결을 짓는 시기이자, 70년대 뿌리내린 우리 목판화미술의 현대성 구축의 토대가 되는 시기입니다. 해방공간 목판삽화의 르네상스와 더불어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와 서구적 현대화에 의해 우리 목판화가 쇠락하는 영욕의 시기이자, 근대와 현대가 겹치는 과도기라 하겠습니다. ● 3부(1970-2007)는 70년대 한국 현대목판화의 정착기, 80년대 민중미술, 그리고 지금에 이르는 출판미술의 다양한 얼굴로 한국현대목판화의 부흥과 활황기의 작업들입니다. 출판, 포스터, 공예, 현장미술 등을 통해 목판화가 구체적으로 삶에 기능하는 것을 다루었습니다.

 

 


출처 : Artist 엄 옥 경
글쓴이 : 스카이블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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