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浮遊하는 중국 현대 미술, 한국에 안착하다 중국 현대미술_ 한국에서 ?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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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술계만큼 ‘메이드 인 차이나’가 환영받는 곳이 있을까? 잘만 건지면 로또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 하여 전 세계 미술 컬렉터의 눈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미술은 로또가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략해야 할 세계이다. 지금 여기 당신의 안목을 키워줄 전시가 있다.
무한한 잠재력으로 중국 미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자들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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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하오, ‘독주獨奏’, photography, 120 X 120cm, 2007년 2 가오샤오유, ‘표준 시대標準時代’, 175 X 125 X 62cm, 176 X 103 X 53cm, 169 X 110 X 50cm, 2003~2004년 3 싱 단웬, ‘도시 연역都市演繹’, photography, 170 X 218.5cm, 2006년 4 싱 단웬, ‘도시 연역都市演繹’ 디테일. | 315314 | 톰 크루즈와 브루스 윌리스보다 ‘장국영’, ‘주윤발’을 먼저 알았다. 영화 <영웅 본색>과 <천장 지구>를 보며 중국 문화에 심취해 녹음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OST를 듣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중국 영화보다도 미술을 더 많이 접하게 되었다. 중국 액션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하지는 않아도 매달 개최되는 중국 미술전은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장국영’이나 ‘주윤발’ 대신 장샤오강이나 웨민쥔을 이야기할 때가 많아졌다(물론 아직도 ‘장국영’이 더 좋긴 하지만 말이다). 전시장에서 중국 미술을 접할 기회가 잦아졌고, 늘 신문에서는 쓰나미 태풍보다 더 강력한 중국 미술의 광풍이 세계 시장을 강타한다는 기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쩡판즈, 리진, 리우지엔화, 후샹동, 난차오 등 여러 중국 작가의 작품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던가. 저가의 품질 낮은 상품을 떠올리기 십상인 ‘메이드 인 차이나’가 환영받는 현상이라니. 하지만 이러한 중국 미술 붐은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올 4월 홍콩에서 열린 중국 현대 미술 경매에서 낙찰 총액만 약 254억 원에 육박했다. 이는 작년 4월과 10월 낙찰액이 각각 156억 원, 200억 원이던 기록과 비교해봤을 때 중국 미술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수직 상승 중임을 말해준다. 또 스타급 작가들의 작품 가격은 하루가 달리 치솟고 있다. 3월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장샤오강의 ‘핏줄 : 세 명의 동무’가 약 20억 원에, 6월 런던에서 개최된 소더비 경매에서 웨민쥔의 ‘교황’이 약 35억 원에 거래된 것도 이러한 인기를 반영한다. 이렇듯 중국 미술의 약진으로 아시아 미술이 관심을 받게 되자, 올 11월에는 뉴욕에서 제1회 아시아 컨템퍼러리 아트 페어ACAF도 열릴 예정이다. ACAF 홍보차 한국을 찾은 미국의 권위 있는 미술 전문지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의 편집장 리처드 바인Richard Vine은 “중국 작가들이 미술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컨템퍼러리 아트의 지각 변동이 ACAF를 탄생시켰다”며 그 위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중국 미술이 이 같은 저력을 나타내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공산주의 치하에서 다져진 중국 작가들의 탄탄한 내공 때문이다. 공산주의 체제를 탁월하게 홍보하는 데 미술이 앞장섰고 이때 꼼꼼하게 연마한 기본기가 이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또 다른 이유는 유럽, 미국 등 서양 현대 미술계의 유행을 좇지 않고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펼친다는 사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찾기 어려운 중국 화풍이 서구의 컬렉터에게는 색다르게 비쳤을 것이다. 중국에 자본주의가 유입되면서 발생한 여러 변화와 병폐를 시니컬하게 다룬 것도 시선을 끄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중국 화교의 거대 자본이 중국 현대 작가의 몸값을 올리는 데 단단히 한몫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 작가들이 미술 시장에서 블루칩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미술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 슬그머니 눈을 힐끗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중국 미술이 인기야? 나도 한 점 사볼까?” 하고. 1 차오징핑, 수水’, oil painting, 150 X 180cm, 2007년 2 천커, ‘량개몽倆介夢’, oil painting, 100 X 100cm, 2005년 3 리후이, ‘탈바꿈’, 강철, 목재로 설치, 600 X 220 X 300cm, 2007년 중국의 새로운 흐름이 몰려오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미술의 저력을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중국 미술품 가격이 국제적으로 보장된 상태가 아니고, 경제 지수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주류를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안목을 키워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투자하라는 말을 덧붙인다. 이 조언에 충실하기 위해 안목을 높여 심미안을 갖게 해줄 중국 현대 미술전을 주목해보자.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8월 3일부터 10월 7일까지 <부유浮游-중국 미술의 새로운 흐름>전을 개최한다. 이는 한중 수교 15주년을 기념해기획된 마련된 것으로 양 국가의 국립미술관 수장이 만나 각 나라의 대표급 선수들을 교환하는 전시다. 그래서 한국 작가들은 베이징의 ‘중국국립미술관’에서, 중국 작가들은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1963년에 개관한 중국국립미술관은 중국의 유일한 국립미술관으로 전 세계 유명한 미술관과의 협력 관계를 수립해, 중국의 관람객에게 좋은 미술 감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전시는 특히 양 국가의 국립미술관 관장이 직접 큐레이팅을 맡은 만큼 작가 수준은 기대해도 좋다. 중국 미술이 인기라 지금까지 많은 전시가 펼쳐지긴 했지만, 일부 스타급 작가에만 편중되어 있어 중국 현대 미술의 종합적인 면을 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베이징 중국국립미술관 관장 판디엔은 1세대 전위 작가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젊은 유망주들로 작가를 선정했다. 따라서 현재 중국에서 크게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가라 하니 미리 가서 눈도장을 찍어두면 좋을 듯하다. 어쩌면 조만간 그들의 작품이 해외 옥션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기사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더불어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동양적 세계관도 비슷한 만큼 우리나라의 미술 흐름과 비교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4 장샤오타오, ‘폭우장지暴雨將至’, oil painting, 300 X 200cm, 2006년 5 리웨이, ‘재전방在前方-2’ photography, 176 X 264cm, 2007년
1 펄포 그룹, ‘imachine’, 비디오, 설치, 2006년 2 슝원윈, ‘국기國旗’, 비디오, 설치, 2006년 3 허썬, ‘서위발묵徐渭潑墨’, oil painting, 210 X 350cm, 2007년 4 가오레이, ‘35호루戶樓-203#, photography, 189 X 150cm, 2007년 전통을 현대화하려는 몸부림 전시는 회화, 조각 및 설치, 사진, 비디오 부문으로 나눠 총 45명의 125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중 회화 부문에서는 차오징핑과 천커 그리고 허썬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볼 만하다. 차오징핑의 풍경화 ‘수水’(2007년)는 중국적이면서도 서구적인 느낌을 준다. 풍경을 선과 평면으로 표현해 중국 전통 미술과 비슷하면서도, 일정한 거리에서 보면 3차원 공간을 보는 듯해 색다르게 와 닿는 작품이다. 천커는 청춘을 소재로 한 그림을 선보인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안전과 위험, 선과 악이 끝없이 한 몸에서 요동치는 청춘. 이 이중성을 동시에 화폭에 담아 기묘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주로 피치 핑크 컬러와 스카이 블루를 함께 사용해 매혹적이면서도 불확실한 미래의 아득함을 화폭에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컬러가 화려하기는 하나 소재나 구도는 중국 고미술 수묵화를 닮은 허썬의 ‘서위발묵徐渭潑墨’(2007년)을 통해서도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 세계를 찾으려는 젊은 작가의 시도를 엿볼 수 있다. “현실 세계를 도피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회화 방식으로 현대에 개입하기 위해 고대 미술을 차용하기로 했다”는 창작 의도처럼 고대 화가의 작품을 차용해 그들의 관점과 표현 방식을 주목하고, 이를 재조명해 현대의 언어로 재창조한 것이 흥미로움을 더한다. 역동적인 변화를 담아 시각적인 자극을 극대화 최근 미술 시장에서는 중국 회화와 조각뿐 아니라 사진과 비디오 아트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중국 미술계가 그만큼 안정되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도 치펭, 가오레이, 얀콰이, 미우샤오첸, 리하오 등 많은 사진작가들이 참여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리웨이. 작년 11월 표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후 엽기적인 사진으로 관심을 모은 그는 얼마 전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중국 사진전에도 참여해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땅이나 물속에 머리를 박고 있거나 거대한 건물을 뚫고 날아가는 등 그가 창조해내는 기괴하고 강렬한 이미지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작품마다 합성인지 실제인지 혼란 속에 빠뜨리는 다소 엽기적인 비주얼을 통해 작가는 사실주의를 비판하고 상상력의 해방을 주장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진실과 맞닿을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리하오 역시 주목받는 작가. 등잔 하나를 사용해 최대한 빛과 그림자와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낸 ‘독주獨奏’(2007년)를 통해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등에 자신의 얼굴을 가려버린 작품 속의 남자처럼 현대인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개성을 잃어버린 채 어두운 그림자에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시대의 문제점을 설치하다 가오샤오유의 ‘표준 시대’(2003~2004년)는 현대를 사는 우리가 어떠한 표정으로 세상을 사는지 반추해보도록 만드는 작품이다. 순박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유쾌함을 선사하지만, 자세히 보면 세 조각상의 표정이 모두 똑같음을 알 수 있다. 작품명대로 자아를 상실하고 획일적인 표정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표준’적인 얼굴이 아닌가 싶다. 리후이의 대형 항공모함 ‘탈바꿈’(2007년)도 큰 규모로 시선을 압도한다. 탈바꿈이란 어떤 생명체가 허물을 벗은 뒤 체형이 커져 다른 종류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물 위를 건너는 교통수단인 나룻배가 항공모함으로 변천하는 과정을 설치를 통해 보여준다. “물 위에 뜨는 배를 만든 건 인류의 위대한 발명이죠. 그 배가 발전해 항공모함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살상에 필요한 각종 무기를 탑재한 항공모함이야말로 최고의 과학 기술과 최대 자본의 집약체라 할 수 있죠. 나룻배가 항공모함으로 탈바꿈한 것은 생존의 본능이자 힘을 말합니다. 이렇게 부추긴 것은 바로 우리가 아닐까요?”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미니어처 장난감을 떠올리게 하는 싱 단웬의 작품도 보는 재미가 있다. 도시 풍경을 만들고 그 풍경 곳곳에 작은 인형으로 일상을 재현해놓은 것이 특징. 숨은그림찾기 하듯 거대한 풍경 속에 감추어진 소소한 일상을 찾는 재미가 있다. 물론 그녀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눈을 크게 떠야겠지만. 그 밖에도 100개가 넘는 특수 제작한 국기를 꽂아 미로를 만든 슝원윈의 ‘국기’(2006년)와 사랑뿐 아니라 삶과 죽음, 천안문 사태와 9·11 테러 같은 사회적 이슈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천칭칭의 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6년 상하이 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은 이원일은 “중국의 2세대 작가들 중에는 1세대의 짝퉁들이 많다”고 말했다. 스타 작가 몇몇이 주목을 받자 그들을 재탕한 작가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우려한 얘기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중국 전통의 미학을 제시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확립해 중국 미술을 넘어 아시아 미술을 이끌고 나갈 주역들이다. 그들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 힘으로 폭발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전시 제목이 ‘부유’인 만큼 이들이 이끄는 중국 미술이 떠돌다 어디에 종착할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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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디터 : 이상현 자료 제공 국립현대미술관(2188-6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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