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처녀들
[Les Jeunes Filles au Bord de la Mer]
퓌뷔 드 샤반느[Puvis de Chavannes]
1879
회화 / 캔버스에 유채
205 x 154 cm
오르세 미술관 , 파리
퓌비 드 샤반느의 그림에서는 언제나 의도적인 고풍스러움이 느껴진다. 그가 많은 수의 벽화를 제작한 작가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신화적 세계 속에서 인물들은 평화롭기만 하다. 자연은 결코 난폭하지 않으며, 인물들의 몸짓에서도 고대의 조각을 연상시키는 조화 이외의 다른 것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들 어떤 배역을 맡은 무대 위의 인물인 것만 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대학 도서관(소르본느)이나 공공 건물들의 벽화를 제작한 화가는 고대나 이탈리아 초기 벽화의 인물 배치와 색조를 회화에 들여와 그대로 자기 것으로 삼는다. 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평면성은 여기에서 연유한다.
자신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그는 후일 세기말의 상징주의자들로부터 선구자라는 칭호를 듣게 된다. 신화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는 그를 상징주의 화가로 분류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어떤 주의나 사상에 따라 작품을 그리지는 않았다.
<해변의 처녀들>에서는 풍경보다는 그림의 전경에 위치한 인물들이 우선 시선을 끈다. 샤세리오를 존경했던 드 샤반느의 작풍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인을 바닷가에 위치시키는 것은 비너스의 탄생에서 비롯된 서양 미술의 오래된 전통 중의 하나다.
여인들은 모두 긴 머리를 매만지고 있다. 파스텔 톤의 색조는 적요함, 심오함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몽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하다. 화가의 인물들은 이렇게 해서 비너스의 변주들인 요부나 혹은 생명성을 상징하는 풍요라는 주제와는 완벽한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이 여인네들은 모두 생각하는 여인들인 것이다.
서양 예술의 한 장르인 "우미의 삼 여신"의 변주로 볼 수도 있는 이 그림에서, 세 여인은 각각 다른 곳에 시선을 주고 있다. 어머니로서의 여인, 아내로서의 여인, 딸로서의 여인을 각각 상징하는 것일까? 혹은 그림의 배경을 삼분하고 있는 하늘과 땅과 바다를 지칭하는 것일까? 바위와 깊지 않은 모래 위에 피어난 보잘것없는 꽃들이 상징하듯, 에로티즘이 제거된 그의 그림에서 모든 것은 마치 정지된 시간의 은유처럼 보인다.
불쌍한 어부
[Le Pauvre Pecheur]
퓌뷔 드 샤반느[Puvis de Chavannes]
1881
회화 / 캔버스에 유채
155 x 192.5 cm
오르세 미술관 ,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