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그림 이야기

[스크랩] 봄이 오는 소리

영원한 울트라 2008. 2. 24. 08:46

봄이 오는 소리

 

 

 엄옥경_향기속으로(모란)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재학_양귀비

 

산유화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노숙자_봄의 꽃들194 x 130, 종이에 채색, 2005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재학_장미

 

장미 한 송이

 

- 용혜원-

 

장미 한송이 드릴
님이 있으면 행복하겠습니다.

화원에 가득한 꽃
수 많은 사람이 무심코 오가지만
내 마음은 꽃 가까이
그리운 사람을 찾습니다.

무심한 사람들속에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장미 한다발이 아닐지라도
장미 한송이 사들고
찾아갈 사람이 있는 이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꽃을 받는 이는
사랑하는 님이 있어 더욱 행복하겠습니다.

 
 
 

 

 

해바라기 연가

 

- 이해인- 

 

 

 

내 생애가 한번 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어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이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 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은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어
드릴 것은 상처 뿐이어도
어둠에 숨기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출처 : 그림과 인생
글쓴이 : 빗소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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