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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

영원한 울트라 2008. 3. 18. 15:06
<기호학>

기호학이란,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호를 지배하는 법칙과 기호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고, 기호를 통해 의미를 생산하고 해석하며 공유하는 행위와 그 정신적인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기호학의 전통은 철학의 전통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그리스 철학자들이나 스토아학파, 중세 그리스도교 신학자들과 인문주의자들, 근대 철학자들이 모두 기호와 기호를 지배하는 법칙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고, 중국에서는 역(易)의 체계가 바로 세계에 대한 기호학적 해석을 시도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학문으로서의 기호학은 과학적 경험주의, 즉 논리 실증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체계화하였으며, F.de 소쉬르, C.S.퍼스, C.W.모리스 등의 작업으로 기초가 마련되었다. 이때 비로소 기호학이 독립된 학문의 한 분야로 등장하였고, 오늘날에는 언어기호학, 시각기호학, 건축기호학, 음악기호학, 연극기호학, 문학기호학, 텍스트기호학 등 다양한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 삶을 포함하여 인간과 관련된 모든 것은 기호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들은 문자를 포함한 상징(symbol)과 도상(icon), 지표(index)로써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으며, 서로 의사를 소통한다. 여기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 내는 행위를 의미작용(signification)이라 하고, 의미 작용과 기호를 통해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행위를 커뮤니케이션이라 하며, 이 둘을 합하여 기호 작용(semiosis)이라 한다. 기호학은 엄밀하게 말하면 이 기호 작용에 관한 학문이다, 소쉬르에 따르면, 기호는 기표(記表:signifiant)와 기의(記意:signifi暴) 그리고 기호 자체로 구성된다.
만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면,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기의이고, 꽃집에서 산 장미꽃은 나의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수단, 곧 기표가 된다. 곧 기의가 기표와 결합하여 사랑을 표현하는 기호를 만들어낸 것이다. 장미꽃을 받아 든 사람은 그것을 선물한 사람의 의도를 해석한다. 이때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 작용이라고 한다. 기표로써 기의를 표현하는 쪽뿐만 아니라 기표를 대할 때 그것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쪽에서도 의미 작용이 일어난다. 그리고 준 쪽과 받은 쪽의 의미 작용이 동일하게 일어날 경우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송신자가 목표한 의미 작용이 만일 수신자에게도 동일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면 커뮤니케이션은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 커뮤니케이션에도 의미 작용은 역시 일어난다. 이것은 기호란 단일 의미만을 갖지 않고 다의성을 띨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상징으로 표시되는 기호는 본질적으로 다의적이며, 따라서 다의적인 기호를 매개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실패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기호학이 의미 작용과 커뮤니케이션을 포괄하는 기호 작용에 관한 학문이면서도 특히 의미 작용에 더 관심을 두는 것은 그것이 근본적으로 정신적 과정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만일 인간의 삶 전체를 문화라고 한다면 문화야말로 기호 작용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질서에 인간이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번역, 해석하여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바꾸어 나간 것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기호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고 그 안에서 살다가 그 안에서 죽는 것이다. 오늘날 기호학이 기호가 가진 힘과 그것이 인간의 삶에서 차지하는 몫뿐만 아니라 기호의 과잉에 따른 위험을 지적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기호논리학>
현대논리학을 전통적 논리학과 구별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며, 수학적논리학 또는 수리논리학이라고도 한다. 현대논리학의 특징의 하나가 기호를 많이 사용하는 데서 유래된 명칭이지만, 전통적 논리학에서도 3단논법(三段論法) 분석(分析) 등에 기호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현대논리학에서도 기호를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고 보통 언어로써 쓰인 문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경우가 있다.

17세기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활약한 독일의 철학자 G.W.F.라이프니츠는 매우 깊은 기호논리학의 구상을 하였으나, 그의 연구과업을 직접 계승해서 발전시킨 사람은 없었다. 19세기에 접어들어 수학의 발전 영향 아래에서 논리학을 새로운 견지에서 만들려는 시도가 영국의 수학자 드 모르간, G.불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그 후 해석학의 엄밀한 기초확립이나 집합론의 창설 등을 전후해서 이 방면의 연구는 큰 발전을 거듭했고, 1879년 독일의 수학자 G.프레게에 의해서 기호논리학의 체계는 일단 완성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즉, 전통적 논리학이 분석한 논증을 포함하고 더욱 광범위한 논증의 형식을 기호를 사용해서 엄밀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거의 확립된 것이다.

현재로서는 프레게의 기호법 그 자체는 사용되지 않고, 이탈리아의 수학자 G.페아노, 영국의 철학자 B.러셀, 독일의 수학자 D.힐베르트에 의해서 개량된 것이 쓰이고 있다. 이들 중에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ㄱ(否定記號), ∧(連言記號), ∨(選言記號), ⊃(含意記號), ∀(全稱記號), ∃(存在記號) 등이다.

이와 같은 기호를 사용해서 형식화한 논증의 구조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메타논리학적 고찰법에 의하여 기호논리학에서는 그 후 속속 큰 성과를 얻어 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오스트리아의 수학자 K.괴델이 1930년에 발견한 ‘완전성 정리’와, 1931년에 발견한 ‘불완전성 정리’일 것이다.

근래에 와서는 컴퓨터의 기초이론과 기호논리학 사이에 밀접한 교섭이 있음이 밝혀졌다. 응용분야가 넓어서, 역사는 짧으나 큰 전망을 가진 학문으로 지금도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문화기호학>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문화기호의 학’으로, ‘자연기호의 학’인 자연기호학과 대립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전자를 단순히 기호학(s暴miologie)이라고 하고, 후자를 징후학(s暴m暴iologie)이라 하여 구별하는 학자도 있다.

E.뷔상과 L.J.프리에토로 대표되는 기능주의학파가 그 입장인데, 그들에 의하면 일상생활에서의 ‘기호(signe)’라는 개념은 매우 다종다양하다. ‘피는 상처의 기호’라고 말한 에피쿠로스식(式) 생각에 따르면, 검은 구름은 폭풍우의 기호이고, 연기는 불의 기호, 고열은 병의 기호가 된다. 또, 수학의 연산기호, 교통신호, 지도의 표지, 모스신호 ·해상신호를 비롯하여, 몸짓이나 의복 ·그림 ·조각 ·음악 등도 일종의 기호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기호를 모두 기호학의 대상으로 생각하면 잘못이다. 왜냐하면, 폭풍우를 알리는 검은 구름으로 대표되는 기호는 자연기호, 즉 징후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다른 문화기호가 가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의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늘에는 기상학자와 교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고, 38 ℃의 열이 의사에게 무엇인가를 통보하려는 것도 결코 아니다. 이것들이 자연현상임에 대해서 인공적 기호는 인간이 만든 코드에 속한다.

프리에토 등의 정의에 의하면, 기호학이란 곧 ‘문화기호학’이며, 커뮤니케이션의 의도와 양해를 전제로 하는 ‘신호’의 연구였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자연과 문화의 분명한 구별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물리학 제국주의하에서 자연과학이 만들어낸 사실신앙에 입각한 것이다. 사실은 어디까지나 사실로서 움직일 수가 없다.
과학이론은 이 ‘사실의 세계’와의 조합(照合)에 의하여 확보되며, 그 체계의 진위는 이론 밖에서 이론을 심판하는 엄파이어로서의 사실이 정한다는 베이컨주의인데, 이 베이컨주의 또한 하나의 이론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뉴턴처럼 “나는 가설을 만들지 않는다”는 입장에 설 수는 없을 것이다. 뉴턴 자신이 절대시간이나 절대공간 ·동일원인 ·동일결과라고 불리는 인과율을 가설에서 출발하여, 그 이론에 의해서 역으로 데이터를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기호학과 자연기호학, 또는 기호학과 징후학을 구별하는 근거는 이미 없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표(indice) ·징후(sympt惠me) ·신호(signal) ·상징(symbo1e)등을 모두 포함한 넓은 뜻의 ‘기호(signe)’가 문화기호학의 대상이 된다.

그리하여 이러한 여러 기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기호를 둘러싼 고찰에서부터 기호의 본질을 살피려고 한 것이 200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가지는 현전(現前)기호학이다.
현전기호학은 기호를 실재(實在)의 표상 또는 대행(代行) ·재현물(再現物)로 보는 기호관을 그 바탕에 두고 있다. 요컨대, 오리지널을 가리키는 코피(copy)로서의 기호이며, ‘진짜를 가리키는 대용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지하라’는 명령이 진짜라고 한다면, 이를 대신해서 그 명령을 전달하는 것이 문명사회에서 사용하는 적신호라는 기호이고, 어떤 미개사회에서의 신의 노여움이 진짜라고 한다면, 이에 대신해서 그것을 전달하는 것이 홍수라는 기호라고 생각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랑’이라는 보편적 관념의 대용품은 때로는 ‘애정’이고 때로는 ‘love’, ‘Liebe’이기도 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진짜는 선험적(先驗的)으로 현전(現前)하는 것으로 여겨 이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철학자나 언어학자들은 ‘현전과 기호, 로고스와 목소리, 사물과 명칭, 관념과 표상’과의 관계만을 탐구해왔으며, 이것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의 “존재란 항상적 현전성(現前性)이다”라고 하는 형이상학과 같은 뿌리를 가지는 기호학이다.

F.소쉬르의 문화기호학이 이러한 현전기호학에 대한 진보적인 비판이라고 간주되는 까닭은, 그가 기호개념을 협의의 용어나 부호로부터 유형 ·무형의 문화현상일반으로 확대했기 때문이 아니라, 문화 자체를 하나의 기호로 본 데에 있다.

이 ‘문화라는 기호’가 뜻하는 기호성이란, 이미 ‘스스로 외재(外在)하는 실체를 고지하거나 지시하는 표상’이란 뜻이 아니라, 스스로 일체의 근거를 가지지 않는 ‘비실체적 관계, 자의식 가치’라는 뜻이었다.

따라서 문화기호학이란, 개별적인 문화 안에서 쓰이는 여러 가지 기호를 분류하거나 기술하는 일이 아니라, ‘문화라는 기호’의 해명에서 출발, 관계론적 시점에 입각한 문화학 ·인간학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이다.

문화란 원래 본능도식(本能圖式)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호=말’에 의해서 태어난, 또 하나의 ‘기호=공동환상(共同幻想)’ 그 자체라는 것이 이렇게 해서 판명된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

국적 : 이탈리아
활동분야 : 기호학, 철학, 역사학, 문학
출생지 :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알렉산드리아
주요저서 : 《열린 작품》(1962) 《기호학이론》(1976)
주요작품 : 《장미의 이름》(1980) 《푸코의 진자》(1988) 《전날의 섬》(1994)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볼로냐대학교의 교수이다. 1932년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주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1954년 토리노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으며, 1956년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의 미학적 문제〉라는 논문으로 철학 학위를 취득했다. 이 학위논문을 발간함으로써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62년 토리노대학교와 밀라노대학교에서 미학 강의를 시작했으며, 최초의 주요 저서인 《열린 작품 Opera apertas》(1962)을 발간해 현대미학의 새로운 해석방법을 제시했다. 이어 《제임스 조이스의 시학 Le poetiche di James Joyce》(1965), 《예술의 정의 La definizione dell'arte》(1968) 등 새로운 이론서를 발표해 문학비평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966년 상파울루대학교와 피렌체대학교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을 강의했으며, 1967년 《시각커뮤니케이션 기호학을 위한 노트》를 출간했다.

1968년 인간의 사고와 문화행위, 이념구성 등에 다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호를 개념, 유형, 의미론, 이데올로기 등으로 명쾌하게 분석 정리한 《텅빈 구조 La struttura assente》를 발간했으며, 이어서 《내용의 형식 Le forme del contenuto》(1971)을 발간한 후 이 두 저서의 내용을 증보해 영문판 《기호학이론 A Theory of Semiotics》(1976)을 발간함으로써 세계적인 기호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1971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조교수로 임명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국제기호학 잡지 《베르수스》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1974년 밀라노에서 제1회 국제기호학 회의를 주관했으며, 1975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정교수 및 커뮤니케이션·연극학 연구소장으로 임명되었다.

기호학과 미학의 세계에 열중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에 근무하는 여자친구의 권유로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당시 원자핵의 확산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세기말적인 위기를 문학으로 표현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는 2년 반에 걸쳐 집필을 완료해 1980년 첫번째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을 발표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논리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경험주의 철학과 자신의 기호학 이론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어 1988년 두 번째 장편소설 《푸코의 진자 Il pendolo di Foucauilt》를 발표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며, 1994년 자전적 작품인 세 번째 장편소설 《전날의 섬 L'isola del giornoprima》을 발표해 작가로서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움베르토 에코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 퍼스널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기호학·철학·역사학·미학 등 다방면에 걸쳐 전문적 지식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에스파냐어까지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다. 이러한 이유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이래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는 칭호를 얻고 있다. 현재는 볼로냐대학교에서 건축학·기호학·미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세계 명문대학의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파리 제4대학인 소르본에서의 강의활동과 미국 예일대학교 교수 폴 드 만(Paul de Mann)과 함께 하는 예일학파로서의 학술활동은 유명하다. 그의 기호학이론은 오늘날 세계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서에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동화 《폭탄과 장군》 《세 우주비행사》 등이 있으며, 이론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적 문제》 《열린 작품》 《기호학이론》 《논문작성법 강의》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 《대중의 슈퍼맨》 《해석의 한계》 《소설 속의 독자》 《기호와 현대예술》 《해석이란 무엇인가》 《중세의 미와 예술》 《소설의 숲으로의 여섯 발자국》 《시간의 종말》 등과 수필집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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