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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가치 계산 방법

영원한 울트라 2008. 5. 29. 23:06
기업 가치 계산 방법
 
기업을 사고 팔 경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기업의 가치 즉 적정한 가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알아야 값을 부르고 그래서 사고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사고팔 때도 마찬가지다. 기업을 사고 팔때 적정한 가격을 정하는 방법에는 대체로 3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업의 성격이 비슷한 회사의 가격에 맞추는 것이다. 만약 갑이라는 회사가 이익의 10배에서 팔리고 있다면, 비슷한 성격의 회사인 을도 마찬가지로 이익의 10배 정도가 적정한 가격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일반적으로 배수 방법이라고 부른다. 회사의 적정한 가격을 이익의 몇 배, 또는 배당의 몇 배, 또는 현금흐름의 몇 배, 또는 순자산의 몇 배 등 기업의 가치를 알려준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지표와 비교하는 것이다.
 
둘째는 기업의 자산가치를 계산하는 것이다. 더 엄격하게 말하면 기업의 청산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다. 기업의 자산 가치를 생각할 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영업보고서 대차대조표에 기록된 자산가격이다. 이를 장부가격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러면 기업의 자산가치는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그냥 장부가격을 그대로 이용하면 되는 것인가? 어느 회사의 자산이 100이다. 그리고 부채가 50이고 주주자본이 50이라고 하자. 그러면 이 회사의 순자산 가치는 50이라고 보면 되는 것인가? 그래서 이 회사 시가총액이 예를 들어 40이라고 하면 시가총액이 장부에 올라있는 주주가치(주주자본)보다 작으므로 이 회사는 시장에서 기업의 적정가치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되는 것인가?
 
회사가 가지고 있는 가치 중에서 회사 장부에 올라있지 않는 것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그 회사가 가진 기술력 또는 회사의 명성 등은 회사의 자산에 올라와 있지 않다. 또 비록 회사의 장부에 올라있는 것들 중에서도 그 가치가 장부에 기록된 가격과 다른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회사가 가진 토지는 실제 가격이 아니라 구입 가격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는 무형자산에 올라있는 영업권은 실제의 가치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회사의 장부가격을 회사의 적정한 가격(적정 가치)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장부 가격이 비록 한계가 있지만 회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는 있다. 특히 회사의 적정가치가 장부가격보다 더 클 경우 장부 가격은 적정가치의 하래쪽 하한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기업의 장부가격은 어떤 경우는 적정가치보다 높고, 어떤 경우는 낮다. 기업의 장부에 올라있는 자산 가격은 100이나 적정한 가치는 이보다 낮은 90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자산에서 만들어 내는 수익이 앞으로 기업에 새로 가치를 보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에 있는 가치를 까먹는 경우다. 한마디로 수익 전망이 나쁜 경우다. 더 정확하게는 투자하는 돈보다 투자에서 나오는 돈(*수익)이 더 작은 경우다. 이보다 더 정확하게는 비록 들어가는 돈보다 나오는 돈이 더 많다고 해도 이 규모가 기회 비용이하인 경우다. 그러므로 어떤 회사의 시가총액이 그 회사 주주자본(순자산 또는 장부에 올라있는 주주가치)보다 더 작다고 무조건 그 회사 주가가 낮게 평가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세번째 방법은 소위 말하는 미래수익현재가치법(DCF: Discounted Cash Flow)이다. 지금까지 찾아낸 방법 중에서는 이론적으로 가장 적당한 방법이다. 이것은 기업이 앞으로 만들어 낼 수익(구체적으로는 현금흐름, 또는 배당 또는 순이익)을 할인하여 지금의 가치로 바꾼 것이다. 그냥 단순히 미래 수익을 모두 합하지 않고 이를 굳이 지금의 가격으로 할인하는 것은 지금의 100원과 1년 뒤 100원의 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즉 지금 내손에 들어있는 한마리 새가 풀숲에 숨어있는 두마리 새보다 더 확실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100원의 가치는 100원이지만 일년 뒤에 그 회사가 정말 100원의 이익을 낼 것인지는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
 
미래수익현재가치할인법을 사용하려면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하나는 그 회사가 앞으로 매년 만들어 낼 수익이다. 당연히 이는 투자가가 예상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런 예상을 할 수 없으면 가치투자를 할 수가 없다. 다른 하나는 미래 어느 시기에 나올 100원이라는 수익을 지금 얼마의 가치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즉 미래 수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할인률이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DCF 방법으로 계산하는 것을 빨리 이해하려면 주식을 채권의 동생쯤으로 보면 된다. 즉 채권의 가격을 계산하는 방식과 원리를 주식으로 가지고 와서 이를 조금 수정하여 적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매년 500원의 이자를 주고 1년 뒤에 원금 1만원을 주는 국채가 있다고 하자. 이 국채를 나는 얼마에 주고 사면 적정한 가격에 사는 것일까? 내가 지금 이 국채를 사면 나는 일년 뒤에 원금과 이자를 합해서 나에게 들어오는 돈(수익, 현금흐름, 순이익, 배당)이 10500원이다. 만약 내가 이 국채를 지금 10500원을 주고 사면 나는 투자수익이 전혀 없다. 기회비용(*다른 곳에 투자했더라면 들어왔을 수익)를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 것이다. 만약 이를 지금 1만원에 사면 나는 1년 뒤에 10500원을 받으므로 1년 투자수익률이 5%가 된다. 지금 내가 이 국채를 1만원보다 더 낮게 사면 살수록 나의 투자수익률은 올라간다. 즉 1년 뒤에 나에게 들어올 10500원의 지금 가치를 얼마로 볼 것인가는 내가 나의 투자수익률을 얼마로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물론 사람들은 누구나 투자에서 높은 수익을 내고 싶어한다. 그러나 내가 너무 높은 투자수익을 요구하면 즉 어떤 자산의 가격을 너무 내리 깍으면 나는 그 자산을 살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만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평균적인 수익률 즉 시장 수익률을 따르게 된다. 지금 국채의 시장수익률이 5%라고 하면 나는 이 국채를 1만원에 사는 것이다. 즉 시장 수익률이 5%인 경우, 1년뒤 10500원이라는 수익의 현재가치는 1만원이 된다.
 
10,500/(1+0.05)=10,000원
 
 
이제 이 국채의 만기가 1년이 아니라 10년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마찬가지로 매년 500원의 이자를 주고, 만기에 원금인 1만원을 주고, 시장 수익률(이를 나의 기대 투자수익률이라고 하자)을 5%라고 하자. 그러면 나는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500원의 이자와 10년째에 원금 1만원을 받게 된다. 이를 5%의 투자수익률로 할인하면 이 국채의 현재가격은  1만원이 된다.
 
연도 1 2 3 4 5 6 7 8 9 10
현금흐름 500 500 500 500 500 500 500 500 500 10500
할인값 0.9524 0.907 0.8638 0.8227 0.7835 0.7462 0.7107 0.6768 0.6446 0.6139
현재가치 476.19 453.51 431.92 411.35 391.76 373.11 355.34 338.42 322.3 6446.1
현재가치의 합 10000
 
만약 매년 500원의 이자를 영원히 주는 국채가 있다고 하자. 이 경우에도 나의 투자수익률을 5%라고 하면 이 국채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는 1만원이 된다.
 
500원/0.05=10,000원
 
 
이 방식을 주식에 집어넣기전에 국채와 주식의 차이를 살펴보아야 한다. 국채에 투자하면 여기서 나오는 수익(현금흐름)은 거의 확정적이다. 가끔은 정부도 부도를 내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래서 국채를 보통 위험이 없는 자산 즉 무위험자산(risk-free capital)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주식은 절대로 이렇지 않다. 주식의 경우 즉 기업의 수익(현금흐름)은 국채에 비하면 매우 불확실하다. 기업의 수익에 근거해서 가격이 움직이는 회사채나 주식은 국채에 비해서 위험이 더 높다. 그래서 이런 것들은 위험자산이라고 부른다.
 
여기 무이험자산과 위험자산 둘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둘 다 투자수익률이 5%라고 하자. 그러면 나는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당연히 무위험자산 즉 국채에 투자한다. 그러므로 기업이 돈을 빌리려면 정부가 돈을 빌리는 것보다 이자를 더 많이 주어야 한다. 즉 투자가 입장에서 보면 회사채의 투자수익률이 국채보다 더 높아야 한다. 그래야 국채가 아닌 회사채를 산다. 그래서 지금 국채의 수익률이 5%라고 하고 회사채의 수익률이 7%라고 하자. 이 2%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투자가가 무위험자산인 국채가 아니라 위험자산인 회사채에 투자할테니 위험을 지닌 댓가로 수익률을 더 높여 달라는 것이다. 즉 추가적인 위험를 지는 댓가 또는 보상인 것이다.
 
이제 회사채와 주식을 비교해보자.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7%의 수익률로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하자. 그런데 어떤 투자가가 이 회사채를 사지 않고 삼성전자 주식를 사려고 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투자자가 주식에 투자해서 7%이상의 수익을 보고싶어하기 때문이다.  즉 국채에 투자할 경우, 나의 요구수익률은 국채에서 나오는 수익(현금흐름)이 거의 확정적이므로 5%로 만족하지만 삼성전자 회사채에 투자할 경우 내가 요구하는 투자수익률은 이보다 좀 더 높은 7%가 된다. 그러면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할 경우에 나의 요구수익률은 최소 얼마가 되는 것이 적절할까?  
 
국채와 주식의 비교
 
다시 한번 정리하면 국채의 적정가격을 계산할 때 필요한 것이 국채 투자에서 들어오는 수익(현금흐름)과 국채 투자에서 내가 요구하는 투자수익률이다. 이를 주식과 비교하면 어떤 회사의 적정한 가치, 더 정확하게는 주주가치를 계산하려면 회사가 매년 주주에게 돌려주는 수익(현금흐름)과 내가 이 회사 주식에 투자해서 얻고 싶어하는 최소 요구의 투자수익률이 있어야 한다.
 
어떤 자산의 적정가치를 계산할 때 분자에는 현금흐름이 들어간다. 그리고 분모에는 이를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할인율이 들어간다. 여기서 할인율이란 바로 투자가 요구하는 (최소) 투자수익률이다.
 
 
자산의 적정가치=현금흐름/할인율
 
 
주식 즉 기업의 주주가치를 계산하려면 분자에 수익(현금흐름)이 들어오고, 분모에 할인률(투자수익률)이 들어간다. 이미 앞에서 밝힌 것처럼 기업의 수익(현금흐름)은 국채 투자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에 비해서 불안하다. 분자 즉 현금흐름이 불안한 만큼 그만큼 이를 할인하는 투자수익률 즉 나의 요구수익률도 더 높아지게 된다. 사실 기업에서 나오는 수익은 회사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회사마다 할인률 즉 투자수익률이 달라야 한다.
 
실제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계산해보면 미래 예상 현금흐름과 할인율이 조금만 달라져도 내재가치의 값은 매우 크게 달라진다. 그리고 어떤 회사의 미래 예상 현금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어떤 회사에 어느 정도의 할인율을 적용할 것인지 결정하기도 매우 어렵다. 그러면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 DCF 방법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까?
 
DCF의 원리를 실전에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분자에 들어오는 수익(현금흐름)의 불안정을 최대로 줄이는 것이다. 이는 이미 앞에서 말했듯이 미래 수익(현금흐름)이 거의 확정적인 회사만을 대상으로 이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분모에 들어가는 할인률 즉 기대투자수익률은 그냥 국채의 투자수익률을 그대로 적용한다.
 
여기서 할인율로 국채의 투자수익률을 사용한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할인율로 국채 수익률을 사용한다는 말은 분자에 들어오는 기업의 수익(현금흐름)이 국채 만큼이나 확정적이고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즉 주식에 투자할때 오는 투자 위험을 분모의 할인율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분자에 들어오는 현금흐름으로 조정하겠다는 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업의 현금흐름이 국채의 현금흐름만큼이나 확정적이고 안정적인 회사에만 투자하겠다는 말이다.
 
기업의 현금흐름이 국채만큼이나 확정적이고 안정적인 회사를 찾으려면, 당연히 내가 잘 아는 회사여야 하며, 그 회사의 미래 수익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작아야 되며, 그 회사가 경쟁력이 있어야 하며, 경영자도 뛰어난 회사여야 한다. 이런식으로 가치투자의 원리는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투자대상 회사를 아주 엄격하게 뽑아내고, 이 회사의 내재가치를 계산하였다고 이를 그대로 주가와 비교하여 사고 파는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의 내재가치(주주가치)가 100이라고 하자. 그런데 이 회사의 주주가치를 시장에서는 100(시가총액)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하자. 투자가가 이 회사를 100을 주고 사면 투자가는 할인율로 사용한 만큼의 투자수익률(당시 국채의 투자수익률을 5%라고 하자)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평가가 이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앞에서 말했듯이 기업의 수익이 국채의 현금흐름처럼 확정/안정적인 회사는 거의 찾기 어렵다. 투자가는 기업 수익의 불확실성 때문에 아무리 조심을 해도 현금흐름 예측에서 잘못을 저지럴 수 있다. 그래서 비록 기업의 내재가치가 100으로 나왔더라도 이를 다시 할인해서 시가총액이 예를 들어 50이하로 떨어져야 안심하고 그 회사 주식을 산다. 이것이 바로 이미 다른 곳에서 말했던 안전마전(margin of safety)다.  
 
그러면 과연 내재가치가 100인 회사의 시가총액이 50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까? 있다. 아주 드물지만 있다. 그래서 가치투자의 대가인 워렌 버핏은 일생에 20번만 투자하라고 한다. 어찌 이런 좋은 투자 기회를 주는 경우가 자주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기회가 한번 찾아오면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회사에 갖고 있는 거의 모든 여유 자산을 집중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