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TV 같은 방식은 실패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태블릿을 넘어 TV에 대해서도 말하기 시작했다. 그
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개최한 'D(디지털)컨퍼런스' 기조연설 도중, '구글 TV'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같이 까칠한 대답을 내놨다.
구글처럼해서는 TV시장에서 혁신을 일으키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또 하나의 실패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구글은 지난달 소니, 인텔, 로지텍, 베스트바이, 디쉬네트워크 등 관련 업계와 손잡고 구글TV를 공개했다.
핵심은 '웹과 TV의 융합'이었다. 구글의 주특기인 검색을 TV에 투입, TV에 대한 경험 자체를 뒤바꿔놓겠다는 것이었다.
구글이 야심찬 TV 프로젝트를 공개하자 구경꾼들의 관심은 애플에게도 쏟아졌다.
구글로 인해 애플의 TV 시장 진입도 급물살을 탈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TV와 PC간 융합 시대에서, 애플과 구글의 존재감을 무시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TV시장에서도 두 거인의 대결이 진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란 설명이다.
그렇다면 애플은 TV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을까. 스티브 잡스는 어떤 이유로 구글TV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을까.
■서서히 베일벗는 애플의 차세대 TV전략
외신에서는 애플이 이미 99달러짜리 애플TV를 준비 중이란 루머를 보도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애플은 애플TV에 아이폰OS를 탑재해 '아이폰-아이패드-애플TV'로 이어지는 쓰리스크린 전략을
선보일 것이란 게 유력한 예측이다.
다시말해, TV까지 아이튠스로 연결되는 애플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구글이 말하는 'TV'는 플랫폼이다.
이미 IPTV 등 인터넷 TV가 시장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 구글TV가 갖는 차별점은 좀 더 'PC화된 TV'로 해석된다.
특히 검색이 강조됐다. 이를 통해 웹의 경험을 TV로 확대하겠다는 야심이 두드러진다.
구글은 굳이 하드웨어를 만들 필요가 없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처럼 TV시장에서도 강력한 플랫폼으로 앞세워
하드웨어 업체들과 협력할 수 있다.
마크 쿠반 브로드캐스트 창업자는 지난달 개최된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구글 TV의 성공은 '검색 순위'로 귀착될 것"이라며
"영상 콘텐츠 제공자가 TV검색의 상위권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는가?"란 화두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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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황제'답게 구글이 TV시장에서 노리는 것은 검색과 광고를 연계한 영향력 강화라는 것.
먹혀든다면 구글이 강세를 가져왔던 그 어떤 영역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수익성 문제는 구글이 아닌 협력 하드웨어 업체에서 일어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이미 TV나 셋톱박스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TV를 가지려고 별도 장비를 사는데 지갑을 열 생각이 있을까.
해외 IT매체 웹프로뉴스는 소니나 로지텍 역시 첫번째 구글파트너로서 잇점을 가질 수 있겠지만
앞으로 구글 플랫폼을 채택한 하드웨어 업체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로서는 손해볼 이유가 없다. 스티브 잡스 CEO는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잡스 CEO는 D컨퍼런스에서 "텔레비전 산업에서 혁신에 관한 문제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텔레비전 산업은 무료 셋톱박스나 월 10달러 요금제 등 보조금 사업 모델이 강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별도 셋톱박스 구입에
쉽게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란 얘기였다.
그는 "티보나 리플레이 티비, 로쿠, 부두 또는 애플에게 묻고, 몇달 후에 구글에게 물어보라"며
"소니와 파나소닉 역시 노력했지만 그들도 모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잡스의 발언은 현실을 반영한다.
셋톱박스 형태로 출시된 애플 TV 역시 잡스 CEO 스스로가 '취미수준'이라고 말할 만큼 수익과는 무관한 사업으로 통한다.
■ 애플, 멀티스크린 전략 노린다
애플은 아직까지 차세대 TV 전략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구글에 대해 '실패할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해대는 잡스 CEO지만 애플의 향후 계획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에도 '애플 TV'에 대한 전망은 루머통신에서 먼저 나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블로그 기반 온라인 미디어 엔가젯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아이폰4.0 OS와 A4 프로세서에 기반한 차세대 애플 TV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했고 1080p 해상도 동영상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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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도, 공개도 되지 않은 애플TV에 대해 외신들은 이미 '스크린 없는 아이폰'으로 별칭을 붙였다.
저장공간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될 전망이며 해당 서비스에 대해 별도 요금이 부과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루머의 핵심은 애플TV의 OS가 아이폰4.0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이는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애플TV'까지 일관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끊김없는 사용환경 제공은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한 매력이다. 애플의 멀티스크린 전략이 좀 더 뚜렷이 드러나는 셈이다.
'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은 잡스 CEO가 D컨퍼런스에서 왜 '구글TV'의 실패를 얘기했는지도 짐작케 한다.
사양이 높다고 하더라도 비싼 셋톱박스를 누가 구입하겠냐는 비판에 비추어 보면 애플TV에 관한 루머는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99달러라는 가격은 기존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애플TV를 추가로 구매하도록 할
유인성을 갖는다.
기존 제품과 연동해서 훌륭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저가로 내놓는다는 것은 애플 생태계를 TV시장 공략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로아그룹코리아 김석기 이사는 "웹TV의 대안은 케이블 기반 포(4)스크린 전략인데
이게 지금 멀티스크린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이 부분에서는 생태계를 주목해서 봐야 한다"면서
"콘텐츠나 생태계 부분에서 기존 디바이스와 연동전략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머가 사실이라면, 애플은 전혀 매출에 기여하지 못했던 '애플 TV'를 가지고 새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애플이 완제품 형태의 TV를 준비한다는 예측도 있다. 완제품이 나오더라도 기존 애플 제품과 연동되는 플랫폼에 기반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의 핵심 키워드는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 개방형 VS 폐쇄형
참여의 문을 열어놓고 관련 업계와 적극 협력 정책을 편다는 점에선 구글이 애플에 비해 일정부분 유리한 면도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활성화가 개발자와 휴대폰 단말 제조업체들의 왕성한 참여를 불러온 것처럼
구글은 TV플랫폼에서도 다양한 업체하는 전술을 들고 나올 예정이다.
소니에 이어 국내 유력 제조업체들도 구글TV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구글도 콘텐츠 수급 면에서는 확실한 보장을 하기 어렵다.
구글은 모든 TV 방송 사업자와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제품 출시 시점에는 위성 TV 업체인 디쉬 네트워크와
협력만을 내세웠다.
이는 아직 다른 케이블 회사들이 구글TV에 적극적인 협력을 나타내지는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마켓을 적극 활용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훌루나 넷플릭스같은 콘텐츠 공급업체들이
구글에 협력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에 비해 애플은 폐쇄성이 걸림돌이란 지적이다.
독점적 기술에만 의존하다보니 웹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일정부분 제약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어도비 등 다른 업체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도 위험요소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동맹'으로 불리는
대다수 업체들도 애플을 견제하고 있다.
물론 애플은 아이튠스로 연결되는 애플 생태계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OS를 탑재한 애플TV가 상용화 된다면 기존에 확보한 드라마, 영화 등 핵심 콘텐츠는 애플의 강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애플 역시 차후 어떻게 방송과 연계해 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구글과 애플의 실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과 PC에서의 성공전략이 여러명이 함께쓰는
'소파 디바이스'인 TV시장에서도 필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 장담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TV시장은 이미 변화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키워드는 웹과 TV의 컨버전스다.
구글과 애플은 PC와 휴대폰을 환골탈태시킨 웹혁명의 주역들이었다.
두 회사의 칼날은 이제 TV를 향하고 있다. TV시장에서도 중량감있는 변수로 대접받는 이유다.
남해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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