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처럼 화하고 상큼…수화로 속삭이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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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어차피 서로 모르는 이가 만나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해야 하니, 소통이 안 되면 사랑도 싹트기 어려운 것이다. 대만 영화 ‘청설’(廳說·Hear Me)은 ‘내 말을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뜻대로 서로 말을 하고, 말을 듣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다. 그런데 대사의 60%가 수화로 이뤄진다.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러니 더 힘들 수도 있지만 영화는 박하사탕처럼 화하고 상큼하다.
티엔커(펑위옌)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도시락 전문점에서 배달원으로 일한다. 어느 날 수영장에 배달을 갔다가 양양(천이한)을 만난다. 양양은 올림픽에 출전하려는 언니 샤오펑(천옌시)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수화를 나누는 자매를 보고 접근한 티엔커는 자신의 능숙한 수화 솜씨로 양양과 대화를 나눈다.
티엔커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언니를 응원하는 양양의 모습을 보면서 차츰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양양은 선뜻 마음을 내놓지 못한다. 어렵게 데이트에 성공한 어느 저녁, 샤오펑은 사고를 당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된다. 양양은 모든 것이 자기 탓이라고 자책하며 티엔커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청설’은 어렵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두 남녀의 모습이 무척 밝고 대견하게 느껴지는 영화다. 티엔커는 늘 투정을 부리면서도 부모님의 말을 잘 따르고 양양도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언니를 뒷바라지한다. 사랑에 빠져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양양을 위해 나무 분장을 하고 문 앞에 서 있는 이벤트 등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티엔커역을 맡은 펑위옌은 대만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로 주목받고 있다. 트렌디 드라마와 영화, 음반 활동 등을 통해 ‘완소남’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여성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샛별처럼 맑고 커다란 눈의 여주인공 천이한도 매력 만점이다. 쾌활하고 긍정적인 모습이 젊은 남성 관객의 마음까지 빼앗는다.
등장인물들에게 모두 정감이 가지만 특히 유쾌하게 살아가는 티엔커의 부모가 재미있다.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엄마나, 아들이 사랑에 빠져 힘들어할 때는 자신도 우왕좌왕하는 아빠의 모습이 껴안아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2003)의 한 장면처럼 '우리 아들과 결혼해 달라'며 양양 앞에서 스케치북을 넘기는 모습은 흐뭇한 웃음을 짓게 한다.
사랑의 밀어 대부분이 수화이다 보니 자칫 지루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랑은 사실 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느낌이 더 중요하다. 감독은 감각적인 영상과 상큼한 음악으로 맑은 드레싱을 쳐놓은 샐러드처럼 영화를 풀어나간다. 워낙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아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보여지는 부담감 같은 것은 느낄 새도 없다.
청펀펀 감독은 인간관계에서의 거리감과 따뜻함을 연구하기 위해 일상과 감정을 환상적인 스타일로 만드는 감독이다. 대만에서 가장 시적인 여성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잠자는 청춘’으로 제3회 싱가포르아시아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청설’은 그녀의 세번째 작품이다.
동화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구석도 없지 않지만 이를 굳이 얘기하면 억지소리 하는 사람으로 비쳐질 수도 있겠다. 맑고 밝은 사랑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우니 그 정도는 봐주자. ‘청설’은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보면 좋을 영화다. 진심을 몰라줘 늘 티격태격 싸우는 커플이 보면 나올 때는 꼭 껴안고 나올지도 모르겠다.
간만에 참으로 맑고 깨끗한 영화다. 요즘 젊은이들이 보고 배워야 할 사랑법을 제시 한다.
별 4개하고도 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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