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행운의 편지입니다. 이 편지를 받는 순간부터 당신의 인생에는 행운이 계속됩니다. 단, 이것을 받는 즉시 다른 일곱 명의 사람들에게 이와 똑 같은 편지를 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인생에 불행이 닥칠 것입니다. 링컨과 케네디도 이 편지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암살당했습니다. 경고합니다. 반드시 일곱 통의 똑 같은 편지를 써서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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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펼쳐보았던 ‘행운의 편지’를 영상버전으로 환골탈태시킨다면 <링>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91년 여름, 주문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를 구상 중이었던 스즈키 코지는 책상 위에 올려있던 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링>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출간되자마자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공포 소설’, ‘일본의 스티븐 킹’이라는 평가를 받은 스즈키 코지의 생동하는 필력은 이 책을 7일안에 누군가에게 꼭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게 만들 정도였다. 소설 속의 이야기가 지금 내가 사는 세상에서 그 어떤 효력도 증명된 바 없는 한낮 비디오 테이프임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원작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가 결정되었을 때, 일본에서 이름값을 하는 감독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이 프로젝트의 메가폰을 잡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당시 물망에 오른 감독들을 원작자인 스즈키 코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한국 관객들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감독들을 모두 고사하고 스즈키 코지가 그 때 머릿속에 떠올렸던 감독은 나카다 히데오. 나카다 히데오의 데뷔작 <여우령>을 ‘너무 무섭게’ 본 스즈키 코지는 자신의 원작소설을 완벽하게 영상으로 옮길 수 있는 감독은 그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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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코지가 집필한 ‘링’ 시리즈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소재를 비틀어 그 속에서 기이함과 낯설음의 정서를 끌어냈다. 항간을 떠돌던 괴담과 장난을 빌려와 저 세상에서 현재로 투사된 저주와 악의 실체를 그려낸 것이다. 플러그가 뽑혀있는 TV에서는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저주의 영상이 흘러나오고, 그것은 본 사람들은 앞으로 이행하지 않는 한 죽음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명령 부분이 지워져 있다면? 스즈키 코지는 비디오라는 문명의 이기를 끌어들이고 생명공학의 지식을 동원해 고전적인 정서와 첨단의 패션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죽음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일주일 안에 누군가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은 영상소비문화에 질식한 동심의 보복으로 읽히면서 문명비판적 함의마저 갖게 했다.
일본에서 270만 명이라는 엄청난 관객을 동원한 <링>(일본판)은 주변의 동세대 호러 영화들이 더 참혹한 슬래셔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정반대의 방식으로 관객의 뇌수를 파고들었다. <링>이 선사한 오싹한 공포는 사다코가 나타나 사람을 죽여가는 과정이 아니라 치켜 뜬 눈과 긴 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TV 화면으로부터 스물스물 기어 나오는 그 기분 나쁜 롱테이크에서 왔다. 이것은 미국 호러 영화에서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버텨온 제이슨(<13일의 금요일>), 프레디(<나이트메어>), 마이클 마이어스(<할로원>)도 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거기에 <공각기동대>의 음악으로 알려져 있는 가와이 켄지(그는 최근 개봉한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도 작업한 바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음악감독이다)가 만들어내는 기괴한 사운드는 소름 끼치는 긴장감을 화면에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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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3월 일본영화 <링>에 대한 리메이크 판권과 전세계 배급권(일본 제외)을 100만 달러에 드림웍스가 구입했을 때 모두들 반신반의했다. 원작에 묻어있는 동양적 정서가 할리우드에서 과연 먹힐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해 10월에 개봉한 헐리웃 버전의 <링>은 박스오피스에서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것은 개봉 3주차 성적이 1주차(일반적인 장르영화의 반짝 흥행이 아니라 알찬 흥행을 계속 이어가고 있던 것) 보다 더 좋았다는 것이다. 서구 관객의 입맛에 맞게 각색된 <링>은 우물 속에 들어앉아 "비디오만 틀어봐"를 중얼거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사마라의 복수극을 더욱 공포스럽게 포장해냈다.
전편의 메가폰을 잡았던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자신의 오리지널 속편을 할리우드에서 직접 리메이크하게 된 나카다 히데오는 원작의 오리지널리티와 할리우드의 스타일을 접목해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서서히 밝혀지는 사마라의 저주는 숨통을 조여 오는 아찔한 공포감을 동반한다. 이제 사마라의 저주는 비디오뿐만 아니라 한 소년의 영혼에도 동시에 염사되어 보는 이들의 이성과 감성을 공포로 물들게 한다. 하나 뿐인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레이첼(나오미 왓츠)의 모성애는 <링2>를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닌 ‘슬픈 공포영화’로 만들어 냈다. 전편 <링>에 이어 더 충격적이고 강력해진 <링2>의 공포는 개봉 첫 주말 전미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 전편의 두배를 뛰어넘는 3천 6백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둬들었다.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영화 속에는 항상 주인공들로 소녀가 설정되고 이들은 반드시 비오는 날 물탱크나 우물 속에 빠져 헤쳐 나올 수 없는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관객들의 공포가 차곡차곡 쌓이고 나면 반드시 최고의 아찔한 공포를 제공하는데 <링>에서는 화면을 튀어나오는 검은 머리의 흉측한 소녀 귀신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번 역시 <링>에 버금갈 섬뜩한 귀신이 등장한다. 제대로 닫혀 있지 않은 우물 속에서 죽음을 기다려야 했던 소녀라면 과연 어떤 형상이겠는가. 그리고 그 소녀가 관객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달려들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나카다 히데오가 연출한 헐리웃 버전의 <링2>는 정서적 파장이 크다. 충격요법에 기댄 여느 호러영화와 선명하게 선을 긋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죽은 자들의 얘기를 경청하다 보면 애초 가졌던 공포심은 뒤로 물리고 그 자리에 연민을 자리 시키게끔 만든다. <링2>가 완곡하게 담아낸 것은 사회의 약자로서 아동들이 겪고 있는 무관심과 소외. 물론 이런 심중을 헤아리지 않고 그저 호러영화로만 대접한대도 충분히 관객을 만족시키고도 남는 진정 ‘무서운’ 영화다. 처음부터 자신이 일본에서 만든 동명영화와는 다른 분위기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던 나카다 히데오는 원작의 독특한 색깔을 충실하게 살리면서 차별화에도 공을 들였다. 과연 어느 점에서 같고, 다를 것인가? 6월 2일이면 우리는 이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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