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 시장에 공습 경보가 발령됐다.
아이폰용 스카이프에 이어 아이폰4의 와이파이를 이용한 무료 영상통화인 '페이스 타임', 그리고 재판매(MVNO)를 통한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제공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관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뿐만 아니라 구글의 '구글TV'와 삼성전자의 '커넥티드TV' 등 웹TV를 둘러싼 미디어 업계의 갈등도 전면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망중립성포럼', '이용자선택권포럼' 등을 운영하면서, 망중립성 이슈에 대해 연구 중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해답을 찾지는 못한 상황이다.
망중립성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앞으로 1~2년 내에 우리나라 방송통신정책의 핵심이 '망중립성 논의'에 달려있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mVoIP와 웹TV의 공습 진행중
글로벌 업체 스카이프가 최근 발표한 3G망을 이용한 인터넷전화(아이폰용 스카이프 2.0버전)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관련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으면 기존 이동전화보다 최대 30% 정도 저렴하게 통화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도입돼 있는 아이폰 3Gs의 경우 항상 스카이프 앱을 실행한 상태여야 데이터용량만으로 통화할 수 있다. 하지만 7월 중 도입될 아이폰4에서는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이 지원돼 영향력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4의 와이파이를 이용한 무료 영상통화 기능 '페이스 타임'도 일종의 mVoIP다. 휴대폰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와이파이가 있는 곳에서는 무료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것인데, '화상'이라는 의미보다는 '무료통화'라는 의미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KT가 9월말까지 구축할 전국 2만7천여곳의 와이파이존(쿡앤쇼존)에서는 아이폰4 가입자끼리 무료 통화가 가능해지고, 누군가 '페이스 타임'의 공개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이용해 안드로이드용 앱을 만들어 올릴 경우 스마트폰 가입자끼리는 와이파이존 내에서 무료 통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KT 표현명 개인고객부문장은 "아이폰4에서도 고객이 원한다면 와이파이를 통한 영상통화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혀, 아이폰4의 '페이스타임' 기능을 막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구글TV'와 삼성의 커넥티드TV로 대표되는 웹TV의 공세도 내년 말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웹TV란 이용자가 TV를 통해 PC처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휴대폰-PC-TV' 등을 아우르는 'N스크린 전략'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가전사 입장에서는 TV와 PC를 차별할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KT나 SK브로드밴드, 합병 LG텔레콤 같은 통신회사 입장에서는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시켜 과다한 투자를 유발하는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KT 등 IPTV 업계나 CJ헬로비전 같은 케이블TV 사업자 입장에서는 '가입형 유료방송서비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뒤흔들 폭풍이 될 수도 있다.
◆현행 법으로는 정답 없어...방통위, 정책개발 논의중
그러나 mVoIP나 웹TV에 대해 당장 현행 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우리나라 통신법에는 '망중립성'은 물론 '망개방'에 대한 조문도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웹TV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법도 없다. 우리나라 방송 관련법에는 실시간 방송을 포함해야 규제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방송통신융합정책실, 통신정책국, 네트워크정책국을 통해 사업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망중립성포럼'과 '이용자선택권 포럼'을 운영하는 등 정책 개발에 힘쓰고 있다.
방통위 방송통신융합정책실 오용수 방송통신진흥정책과장은 구글TV의 전자상거래와 관련 "현재로서는 인터넷으로 매개만 하니 방송 규제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행 방송법으론 구글TV 등을 규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방송법(2조)에 따르면 데이터 방송은 '방송사업자의 채널을 이용해 데이터를 위주로 해서 이에 따르는 영상, 음성, 음향 및 이들의 조합으로 이뤄진 방송 프로그램을 송신하는 방송(인터넷 등 통신망을 통해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경우를 제외)'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IPTV법(21조)에서도 '채널의 정의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제공사업자가 제공하는 실시간 방송프로그램의 단위'로 돼 있어, 실시간 중계를 포함해야 관련 규제를 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정책국 허성욱 네트워크기획보호과장은 "망중립성 이전의 개념인 망개방만 해도 통신법에 관련 조문이 없어 통신회사 인수합병조건으로 부여됐을 뿐"이라면서 "인터넷정책과에서 하는 '이용자선택권포럼'과 통신정책국의 '망중립성포럼'이 서로 교류하면서 망중립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방통위가 9월 23일 이전에 만들 '도매대가 산정' 고시에서도 망중립성을 보장하거나 명확히 규제한다는 입장은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즉 SK텔레콤 통신망을 빌려 사업하는 재판매 기업이 국내에서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재판매 업체에 mVoIP를 하라 마라는 내용을 고시에 담기에는 시기적으로 빠른 것 아니냐"면서 "보다 풍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신정책국 최영진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만약 도매대가 고시에서 mVoIP의 트래픽도 차별없이 제공하라고 명시한다면 망중립성을 선언하는 셈이 되는데, 이는 법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