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방송통신

중국 미디어 진출 전략

영원한 울트라 2010. 7. 15. 18:08

중국에서 최근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산업 분야는 부동산업과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는 거대한 중국 미디어 시장이 개방의 물결을 타고 혁명적인 변신을 통해 거듭나고 있음을 말해 주는 한 단면일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미디어 정책이 WTO 가입을 계기로 탈규제의 방향으로 완화되어 가고 있다는 징후는

올해 단행된 공산당의 인사조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즉, 중국 방송과 영화에 대한 전반적 규제권한을 행사하는 SARFT(State Adminis- tration of Radio, Film and Television)의 상위기구인 공산당 선전부의 수장으로 기존 강경파인 딩관건(丁關根)을 대신하여 온건파로 분류되는 류윈샨(劉云山)을 임명했고, 그는 지금보다 더욱 중국 TV 콘텐츠 시장을 자유화해 나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 미디어 정책의 탈규제화 현상은 해외 방송 채널에 대한 태도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금년 초인 2003년 1월 21일, SARFT가 세 개의 해외 미디어 기업(Phoenix Infonews, Bloomberg TV, Star 싱콩星空위성방송)에게 추가적인 제한 전송권을 부여함으로써 중국 TV 시장의 문을 한층 더 개방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써 3성급 이상의 호텔과 외국인 거주지역, 허가받은 특정 빌딩에 전송되는 해외 채널은 2003년 1월 현재 28개로 늘어났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예견된 진전으로, 새로운 방송 채널 진입이 갖는 핵심적 의미는 얼마만큼의 금전적 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상업적 기대와는 별개로 그 자체가 전략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면의 전환

외국의 미디어 그룹들이 중국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 이후인 198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제일 처음 중국에 진출한 외국 미디어 그룹은 미국 출판상 국제데이터그룹(IDG)인데 이 그룹은 1980년 중국의 모 그룹과 합작하여 IT업계의 첫번째 신문인 컴퓨터세계를 발행했다.

이후 많은 외국 미디어 그룹들이 중국 진출을 시도, 홍콩의 TOM, News Corp., 로이터 통신사, 타임워너(2000년 합병에 따라 AOL-타임워너로 불리다가 금년 9월 경영상의 이유로 다시 타임워너로 개칭하였음), Viacom 등이 각종 전략을 동원하여 중국 진출의 템포를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미디어 시장은 외국의 미디어 그룹들이 오래전부터 호시탐탐 노렸던 투자 대상의 하나였지만 중국 정부의 폐쇄정책으로 직접 진출은 쉽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 제한으로 말미암아 외자 미디어 그룹들이 직접 중국의 신문출판, 방송영상산업을 경영할 수 없자, 그들은 중국에서 합작 대상들을 물색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해외 미디어 그룹들의 혈통을 이은 신문, 잡지, 방송 채널, 인터넷사이트 등이 연이어 출현하기 시작했는데, 한 통계수치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해외 미디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미디어 기업이 5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미디어 시장은 접근 금지구역'이라는 국면이 변하기 시작한 계기는 중국의 WTO 가입이라 할 수 있다. 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 정부는 해외 미디어들에 개방의 기미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2000년 1월, 중국 SARFT가 홍콩의 SUN(陽光) 위성TV의 중국 내 방송을 허가한 뒤 2년이 지난 2002년, 중국 SARFT는 펑황(鳳凰)위성자문방송사(咨詢台), 싱콩(星空)위성방송사와 텅보(彭博)재정경제아세아채널 등 해외 미디어들의 중국에서의 방송권을 부여해 주었다. 이로써 해외 미디어들의 중국 내 미디어 시장 진출은 내용에 대한 수출에서부터 광고, 전파 경로, 유통판매 경로 등 각 분야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진출 국면을 맞이하였다.

외국 미디어 그룹의 중국 진출 모델

현재까지 외국 미디어 그룹들의 중국 진출 운영 모델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형태로 요약할 수 있다. 즉, 합병식 모델, 주식투자제 모델, 브랜드 합작식 모델, 프로그램 교환식 모델, 직접 진출식 모델, 외부 침투식 모델 등이다.

합병식 모델: 홍콩의 TOM
합병식 모델의 전형적인 예는 홍콩의 TOM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홍콩의 TOM은 이가성(李嘉誠)그룹이 투자를 하여 설립한 인터넷사이트, 평면 미디어(平面媒 /신문, 잡지 등 인쇄 미디어와 함께 비입체 옥외광고도 포함하는 개념), 방송 미디어, 광고 등을 집대성하여 경영하는 미디어 그룹이다. TOM은 중국대륙 미디어 시장에 진출한 이래 자체의 막강한 실력에 의거하여 신속히 미디어 합병을 전개하였는데, 사위( 威)체육무대, 양성(羊城)석간, 미아재선(美亞在線), 풍치(風馳)광고, 아시아주간과 중국에서 제일 규모가 큰 인터넷 사이트인 163.com을 합병하였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TOM의 다음 사업계획은 수익도 올릴 수 있고 브랜드 효과도 볼 수 있는 전통 미디어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한다.

중국 미디어 시장 진출에 있어서 TOM은 각 미디어사들에 대한 합병식 책략을 전개하는 한편 다미디어 광고업무에도 주력하고 있다. TOM은 지도적 위치에 있고 효율이 좋은 신문잡지, 방송 미디어, 옥외 미디어 등 전통 미디어들과 합작함으로써 다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해 광고주에게 신문잡지, 방송, 옥외광고 등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② 주식투자제 모델: 루퍼트 머독의 뉴스그룹
News Corp.은 중국의 미디어 시장에 대해 일찍부터 큰 관심을 보이고 접촉을 시도했다. 1985년 4월, "피하지도 말고, 중국이 WTO에 가입할 때까지 기다리지도 말고, 주동적으로 정면으로 중국의 정책과 우주 도킹해야 한다"는 대 중국 미디어 사업 진출 전략을 확정하고 꾸준히 중국 진출에 노력해 왔다.

News Corp.은 중국 미디어 시장 진출에서 주식투자제 모델을 채용하였다. 2001년 2월 중순, 중국 6대 통신운영사업자의 하나인 중국네트워크통신그룹이 외자를 받아들일 때 News Corp.은 6,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중국네트워크통신그룹의 주식 3%를 보유함으로써 최대 외자주주의 하나로 자리를 굳혔다. TV 방송 분야에서도 News Corp.은 많은 미디어들의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했다. 즉, 위성TV그룹(Star)의 100%, 펑황위성TV유한회사의 38.25%, 천진금대륙(天津金大陸)발전유한회사의 60%, ESPN 아시아 채널과 Star스포츠 채널을 포함한 ESS의 59%, Channel [V] 음악 채널의 87.5%, 국가지리 채널의 66.7%, VIVA 영화 채널의 50%, 아시아스포츠그룹의 20% 주식을 보유하는 등이다. 이 밖에 News Corp.은 PDN북경신인정보기술유한회사 ChinaByte의 70%, NDS과학기술(북경)주식유한회사의 주식 79%를 보유하고 있는 등 기타 미디어 산업에도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③ 브랜드 합작식 모델: 디즈니 그룹
브랜드 합작식 모델로 가장 성공한 그룹은 아마도 디즈니 그룹일 것이다. 2001년 3월 5일, 미국 디즈니 그룹은 중국의 하이훙(海虹) 그룹과 합작협의서 체결을 통해 중국의 네트워크 시장을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하이홍 그룹은 디즈니 중문 사이트와 디즈니 BLAST의 내용을 독자 경영하고, 사이트의 모든 내용을 중국어로 변환시켜 사업을 개시했다. 디즈니 중문 사이트는 디즈니 영문 사이트의 모든 핵심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락, 게임, 가정생활, 여가 등 채널의 내용들이 올라와 있고, 디즈니 BLAST의 경우, 고유의 내용 외에도 쌍방이 공동개발한 영어 사이트 교습내용도 새로이 포함시켰다.

④ 프로그램 교환식 모델: 타임워너, Viacom, 베텔스만(Bertelsmann)
타임워너는 1999년 홍콩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2001년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 다미디어 전략의 연장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전개하였다. 즉, 홍콩에 CNN프로그램제작센터를 건립했고, 홍콩화위(華娛) TV를 사들였으며, 홍콩에서 재부논단(財富論壇)을 개최했고, 런싱(聯想)FM365와 동맹을 결성하였다. 한편 2,000만 달러를 출자하여 상해실업과 합작으로 민감한 정보영역을 제외한 기타 미디어 영역에서 합작을 시작했는데, 예를 들면 광고업이 바로 그것이다.

한편, CNN과 CCTV는 뉴스 프로그램 교환에 관한 협의서를 체결했고, 중국 정부와 또 다른 협정을 체결했는데, 이 협정에 따라 중국 남부지구에서 케이블 오락 채널 방송권을 갖게 되었다. 이 밖에 타임워너는 중국인민문학출판사에 해리 포터에 관한 각종 동영상을 출판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2001년 쓰촨TV페스티벌 기간에 타임워너는 참석자들에게 타임워너 산하의 첫번째 중국어TV 채널인 화위(華娛)TV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1995년 싱가포르의 화교가 설립한 화위TV는 설립 당시 목적을 다음의 세 가지로 밝혔다. 즉, 아시아 지역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위성TV플랫폼을 만들고, 남녀노소가 다 즐겨볼 수 있는 채널을 만들며, 중국어 문화를 세계에 창달하는 것이다. 당시 이 채널의 프로그램은 거의 전부가 홍콩에서 제작되는 상황이었다.

전세계 3대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거두로서, 여러 개의 유명 영화회사들을 가지고 있고, 전세계에서 제일 큰 음악TV인 MTV를 소유하고 있으며, 19개의 TV방송사와 1,300여 개의 영화관을 가지고 있는 Viacom은 수년간 중국 미디어 시장 진출을 꿈꿔 왔다. 1995년 Viacom 산하 MTV글로벌넷은 프로그램 교환 형식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이를 계기로 1999년과 2000년, MTV는 중국 CCTV와 연합으로 CCTV-MTV 음악성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는데 그 시청률이 7.8%에 달했다. 현재까지 Viacom은 신문업에 대한 투자 외에도 영화, 방송, 출판, 음악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 분야에까지 발을 들여놓은 상태이다. Viacom의 성공비결은 '글로벌 경영과 본토화'라는 기본 전략을 시종 견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MTV 외에도 Viacom은 8∼14세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위주로 하고 있는 Nickelodeon 어린이 프로그램 채널을 2001년 5월부터 중국에서 방송했는데, 현재 이 프로그램은 100여 개 채널에서 방송되고 20여 개 성, 시를 커버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의 가격이 낮은 편이고 단시일 내에 높은 이익을 거두기는 힘들지만, Nickelodeon 프로그램의 원가를 일괄적으로 지불하기 때문에 한 번의 판권 교역도 이익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말, Viacom 산하의 영화 프로그램도 중국에 뿌리를 내렸다. 현재 Viacom의 꿈은 중국에서 24시간 본토화 음악 채널을 설립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하여 Viacom은 이미 중국 정부에 Nickelodeon을 독립 채널로 중국에서 방송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줄 것을 신청하였다. 한편, Viacom은 중국 미디어와의 합병 계획을 가지고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Viacom은 홍콩의 Fivestar를 포함한 6개 이상의 회사와 협상 중인데, Fivestar는 이미 중국대륙에서 2개의 채널을 시험방송하고 있다. 하나는 청년 채널이고, 다른 하나는 상업 채널이라고 한다. 현재 조사에 따르면 Viacom의 중국 진출에 대해 중국의 미디어들은 경계하는 눈빛을 감추지 못한다고 한다.

2001년 베텔스만은, "우리는 콘텐츠에 관한 업무 면에서 이미 전세계적인 회사로 전환을 이루어 냈다. 우리가 성공한 토대에는 8,600만 고객 커뮤니티 회원, 전자상거래 고객에서부터 잡지 예약자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고객을 확보하였고, 국제 미디어 서비스의 병참이라고 할 수 있는 판매, 서비스 영역에 이르기까지 계열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고 선언했다.

베텔스만이 실행하고 있는 다미디어 전략에는 도서·음악 클럽과 전자상거래에 대해 자원통합을 실시하고,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 고객을 상품과 서비스의 플랫폼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베텔스만은 1990년대에 이미 중국에 진출하였다. 즉, 1995년 상해베텔스만문화실업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산하에 설립한 베텔스만서우회는 이미 중국에서 제일 큰 도서 클럽으로 부상하였다. 서우회의 존재는 베텔스만이 중국에 뿌리를 내리고 중국의 미디어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수시로 마련해 주었다.

1996년 베텔스만의 음악그룹, 즉 BMG가 북경에서 대표처(代表處)를 설립했는데, 중국의 유명한 스타들과 계약을 한 상태라고 한다. 또한 1998년 중국 내에서의 지명도를 한층 높이고 클럽 네트워크화의 개념을 체현하기 위해, 인터넷서우회를 설립하였고 같은 해에 북경에 베텔스만중국투자유한회사를 정식으로 등록하였다. 1999년 말에는 상해베텔스만미디어시스템유한회사가 설립되어 국내외 고객들에게 소프트웨어 개발,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 등의 정보기술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2000년 1월에는 베텔스만 산하의 잡지출판회사가 중국의 상해과학기술출판사에 車迷 잡지의 내용을 제공, 발행에 공동참여했다.

⑤ 직접 진출식 모델: 홍콩의 무선TV, 아시아TV, 펑황위성TV, SUN 위성TV, 싱콩위성TV
해외 미디어 기업들이 중국 미디어 시장에 진출하려면 국가 정부부처, 방송의 경우에는 SARFT의 비준허가를 받아야 한다. 2000년 1월, 중국 SARFT는 홍콩의 SUN위성TV의 중국 내 방송을 허가하고 2년이 지난 2002년, 펑황(鳳凰)위성자문방송사, 싱콩(星空)위성방송사와 팽박(彭博)재정경제아세아 채널 등 해외 미디어들의 중국에서의 방송권을 부여해 주었다.

SUN위성TV의 경우, 홍콩, 상해, 북경에 3개의 프로덕션을 구축하였고, 각 지역의 3성급 호텔과 외국인 거주지역 등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중국 정부는 CCTV-4채널이 미국의 위성채널에 방송될 수 있다는 조건을 전제로 타임워너 채널의 비뉴스성 위성 채널이 중국의 주장삼각주지역에서 방송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었다.

⑥ 외부 침투식 모델
일부 해외 미디어들은 아직 중국에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외부 침투, 전진적 추진'이라는 전략을 실행하여 중국 진출 계획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잡지, 쇼핑몰과 대형 상업활동을 종합적으로 경영하는 미국의 미디어 그룹 RedHerring그룹이다. 이 그룹은 최근 들어 미국의 미디어 산업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2001년에는 중국 내에서 세 차례에 걸쳐 대형 상업집회를 소집하는 등 중국 내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한편, 시장동향을 파악하는 기회로 삼았다.

중국 진출의 경향적 특성

탄탄한 사업기반을 지니고 있는 외국계 미디어 그룹들은 중국 시장 진출의 객관적 현실은 여전히 열악해도, 중국의 미디어 시장에 크나큰 관심을 갖고 다각도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반적으로 외국 미디어 그룹들이 실행하고 있는 중국 진출 전략의 경향적 특성은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중국과의 합작은 상업합작이라는 점이다. 고속성장을 이루며 부단히 확장하는 중국의 미디어 시장은 무한한 상업적 기회를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외국 자본이 통신 분야와 미디어 분야에 침투되는 것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 미디어 그룹들이 중국의 미디어 시장에 진출하려면 상업적 합작 방식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합병식, 주식투자식, 주식참여식으로부터 브랜드 합작, 상업합작 등이 현재 외국 미디어 그룹들이 중국 진출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라 설명할 수 있다.

미디어 산업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볼 때 이윤이 많은 산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국내시장의 경우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광고시장의 경우 거의 1차적 분할이 끝난 상황이어서 외국 미디어들이 단시일 내에 중국의 미디어 시장에 투자하여 많은 이익을 얻기가 힘들고, 심지어는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미디어 그룹들이 중국의 미디어 회사들과 상업적인 합작을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전략적인 투자를 고려한 것이지,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대부분이다. 외국 미디어 그룹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선진적 사업 체제, 우수한 자질을 갖춘 전문 인재 등을 앞세워 빠른 시일 안에 중국 미디어 시장에서 자리를 굳히고 브랜드 효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완화되는 수준에 맞춰 미디어 시장에서의 산업적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둘째, IT미디어 분야에서 비IT미디어 분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만약 중국 미디어 시장 진출이 초기에는 IT시장에 집중되었다고 하면, 현재는 IT시장에서 비IT시장으로 확장한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중국 진출을 시도하는 외국의 각 미디어 기업들의 경우, 중국의 오락·경제·교육 등 소비형 미디어 시장에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타임워너, Viacom, 디즈니 등은 중국의 오락시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IDG는 중국의 소비형 잡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외국 미디어 그룹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미디어 시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할되지 않은 오락 미디어 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중국의 연속적이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대중의 오락과 정보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오락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셋째, 본토화 전략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토화 전략에서 가장 대표성을 띠고 있는 회사는 루퍼트 머독의 News Corp.이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 할 수 있는 천진금대륙(金大陸)회사는 1994년 News Corp.이 직접투자를 통해 설립한 회사로, 천진라디오텔레비전방송국과 공동 출자한 합자회사다. News Corp.은 홍콩위성StarTV가 British Virgin Ireland에 등록한 풍과(豊果)회사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해 국내 일류의 디지털복합편집 시스템과 포스트프로덕션 제작설비를 제공했으며, 전체 주식의 60%를 소유하였다. 천진라디오텔레비전방송국은 장소와 시설을 제공하고 40%의 주식을 소유했는데, 1996년부터 1998년까지 CCTV, BTV 등에 프로그램 패키지를 해주고 헤드라인 제작을 해주는 등의 업무를 취급했다.

1998년부터 1999년까지는 중국 동방항공공사, 중국레코드공사 등을 주요 고객으로 하여 광고 크리에이티브와 프로그램 포스트프로덕션 제작 등을 도맡아 해주었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이 회사는 국내 TV프로그램 제작에 주력하고, 기타 방송사들과 합작하여 일부 문화오락 분야의 프로그램도 제작해 왔다. 예를 들어 중국의 차문화, 색깔, 문화여가 등의 프로그램이 현재 전국 30여 개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다. 천진금대륙회사는 SARFT가 규정한 범위 내에서 프로그램의 주제를 문화면으로 제한하여 선택할 뿐, 뉴스 분야와 드라마 제작에는 사업계획을 갖고 있지 않으며, 경영상의 이유로 외국 방송사들을 위해 일부 중요한 스포츠 경기와 활동을 중계방송해 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복합적인 거대 미디어 시장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외국의 미디어 그룹들이 이끄는 거대 미디어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매스미디어의 발전으로 볼 때 거대 미디어는 최신 추세이다. 거대 미디어라 함은 IT, 통신기술을 매개로 커뮤니케이션되는 미디어의 새로운 혁명을 가리킨다. 여기에서 우리는 TOM의 거대 미디어 전략을 예로 들 수 있다. TOM은 인터넷을 매개로 전통 미디어와 통신 산업의 경계선을 소멸시킴으로써 거대 미디어 시장을 개척했다. TOM의 거대 미디어 전략이 일단 성공하면, 중국 국내 미디어 업계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중국 미디어 정책과 시장의 접점을 찾아서

1999년 초 세계 오락·미디어 그룹의 거두들이 참석한 '재부논단(財富論壇)'에서 "전세계를 제패하려면 중국 진출부터 헤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듯이, 미디어 영역에서 현재 중국은 2개의 거대한 잠재력으로 외국 미디어 그룹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즉, 미디어 상품의 소비 잠재력과 문화 자원 잠재력이다.

현시점에서 중국의 WTO 가입으로 중국 진출에 큰 기대를 걸었던 외국 미디어 그룹들은 당초에 희망했던 대로 '금광'을 캐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중국 정부의 미디어 시장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그 걸림돌이 된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갈 길은 멀고 험난하지만, 세계 각국의 미디어 그룹들은 한시도 중국 미디어 시장진출을 위한 준비를 늦춘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중국 미디어 시장에 대한 큰 기대와 희망이 있다. News Corp.의 루퍼트 머독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글로벌 방송 네트워크화의 실현"을 위해서는 "중국 미디어 정책과 시장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중국 방송시장 진입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펑황위성TV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미화 3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그러나 진입 규제가 매우 강한 중국 미디어 시장의 문을 처음으로 연 것은 펑황위성TV였다. 1996년 3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피닉스위성TV의 사장이자, 이 회사 지분의 37.4%를 소유하고 있는 리우 창 러(Liu Chang Le)만큼 중국 방송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이는 드물다. 그는 대부분의 글로벌 미디어 배급사업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중국 동남부 광둥성에서 루퍼트 머독의 News Corp.와 합작으로 위성방송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하였다. 피닉스위성TV는 3억 달러의 방송광고시장 규모를 갖추고 있는 광둥성에서의 방송권 획득 이후에도 지난 3년 동안 다양한 방송 채널 서비스 제공권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주로 오락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피닉스 중국어 채널은 2002년 초부터 광둥케이블네트워크를 통해 공식 배급되고, 중국 전역에 걸쳐 약 4,500만 케이블 가구에 비공식적으로 전송되고 있다.

리우는, "중국 방송시장은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또한 상업적인 성공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가득한 매우 복합적인 시장이다"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중국 방송시장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매우 소중한 경고와 제언을 말해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해당 지역의 규제와 정책을 존중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 사이에서 매우 정교한 균형을 잡아야 함을 그는 강조한다. 즉 "우리는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면서까지 시청률을 높이고자 노력하지 않으며, 반대로 정치적 선전도구로 남으려 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는 매우 미묘한 일이다. 예술이지 과학이 아니다"라고 은유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리우는 해외 미디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6가지 핵심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해외 미디어 기업들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규제하고 있는 관료기구들과 접촉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규제기구들과의 대화는 해외 미디어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 프로그램이 중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을 누그러뜨리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둘째, 단순히 중국의 지역 방송사들도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따라하려 하지 말고 해외의 자원과 중국적인 입맛을 결합한 복합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 믹스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해외 미디어 기업들은 지역 시청자들의 충성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적 가치와 이익에 그들이 매우 유의하고 있다는 점을 중국 당국이 확인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다.

셋째, 해외 기업과 중국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비즈니스 활동을 창출하기 위해 해외 미디어 기업들은 중국 미디어 기업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 방송사업자와의 협력은 해외 방송기업들이 해당 지역의 채널을 패퇴시키려고만 한다는 중국 지역 사업자들의 두려움을 완화시키고 규제기관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불법복제, 특히 케이블 시장에서의 불법복제는 해외 방송사업자들이 규제당국과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핵심적 사안이다. 불법복제를 근절하기 위해 규제당국과 협력하는 것은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는 국가로서 중국의 글로벌 이미지를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섯째, 해당 지역의 탤런트와 관리자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현지 채용은 독특한 중국의 시장 조건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여섯째,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를 바라는 해외 방송사업자들은 '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즉, 즉각적으로 중국 시장 전체에 접근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일단 부분적인 중국 시장에 접근하고 난 이후에 점차적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하며, 그 속도는 중국 미디어 시장과 규제기구 모두의 확신을 얻어내는 정도에 발맞춰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