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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왕국 대한민국!

영원한 울트라 2010. 8. 1. 21:02

30분당 1건… 증거인멸 위해 살인·방화까지

지난해 1만8351건 발생… 8년새 38.9% 급증

‘범죄 표적’ 초중고생 등 저연령화… 심각성 더해

  • “여기가 무슨 강간의 왕국이야!” 2003년 개봉한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가 논두렁을 내달리며 뱉은 대사다.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조두순, 김길태, 김수철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온갖 잔혹한 수법의 성범죄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특히 초·중·고생을 가리지 않는 이른바 성범죄의 ‘저연령화’ 추세가 심각한 상황이다. 성폭행에 이어 증거 인멸을 위한 살인, 방화 등이 저질러지는 등 수법도 더욱 끔찍해졌다. 정부와 국회는 성범죄에 대한 국민 경각심이 높아질 때마다 징벌적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성범죄 발생 건수는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범죄, 매년 최고치 경신=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성폭력 발생 건수는 2001년 1만3204건에서 지난해 1만8351건으로 38.9% 증가했다. 30분당 성범죄 1건이 발생하는 꼴이다.

    올 들어서도 6월 말 현재 9440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월별로 적게는 2%에서 많게는 47%까지 늘어났다. 올해도 최고치 기록 경신이 예상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범죄정보 통계시스템에 등재된 연령대별 피해자 현황을 살펴보면, 2001년 강간 피해자 가운데 20세 미만 미성년자는 28%였던 것이 2005∼2007년 31%로 늘었다가 2008년 33%를 기록했다. 미성년자 피해자 숫자는 2001년 1154명에서 2008년 4591명으로 300% 가까이 급증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범죄심리학)는 “연령대를 불문하고 성폭력을 포함한 강력범죄 발생 자체가 절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피해자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개선된 점 등도 수치 증가에 한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치상으로 드러난 성범죄는 사실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여성부 조사에 따르면 성범죄 신고율은 7.1%에 그치고 있다. 특히 아동이나 이주여성 등은 범죄에 취약하다. 

    서울 해바라기아동센터 관계자는 “성인과 달리 정신적·신체적 피해가 큰 데다 가해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가 많아 진술을 거부하거나 번복하는 사례가 많다”며 “피해 소명 단계부터 매우 힘겹다”고 전했다.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권미경 상담팀장은 “30만명 규모로 추정되는 이주여성의 성폭력 피해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 집계에 따르면 설립 이듬해인 2007년 119건이던 성범죄 상담건수는 2009년 292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면서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 초등생 성폭행 사건으로 구속된 양모(25)씨가 7월16일 붙잡혀 경찰로 압송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성범죄, 무엇이 문제인가=
    전문가들은 성범죄를 개인이 ‘순간의 욕정을 참지 못해’ 저지른 행위로 보는 사회적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성범죄는 이성의 통제 아래 쾌락을 얻기 위해 상상→계획→준비의 단계를 거쳐 욕구를 분출하는 과정이다. 개인의 성적 취향이나 일탈행위로 성범죄가 늘어난다기보다 음란·폭력물이 범람하는 사회적 풍토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미국은 1960∼70년대, 일본은 80년대에 성범죄를 비롯한 강력범죄가 급증하는 단계를 겪었다”며 “사회화가 덜된 일부가 대응력이 떨어지는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에게 성적 욕구를 잘못 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 정책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강력사건만을 모델로 삼아 입안되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한 채 가해자 처벌 위주로 흐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임혜경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은 “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나 DNA정보 수집, 화학적 거세 등 최근 대책은 ‘낯선 사람’에 의한 성폭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나 성범죄는 ‘아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는 경우가 80%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교수는 “범죄자 교정과 재활을 위해 전문인력과 예산을 거의 투입하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며 “범죄자가 인간관계에 묶여 욕구를 참아야겠다고 생각하게 하고 있는지, 자포자기하게 하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