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곡물가격 상승의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식품업체 농심이 라면과 스낵의 소비자가격을 평균 11.3% 인상한 지난달 20일, 대우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국제 곡물가격 인상이 국내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 다음 날 할인마트와 백화점에서 나타난 '라면 사재기'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나비효과'란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과학이론에서 나온 말로, 지구상 어느 곳의 조그만 변화가 다른 곳에서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론이다. 미국 등 곡물생산국의 수확감소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제품가격에 전가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
CJ투자증권 김승한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인상이 완제품 가격으로 잘 전가(轉嫁)될 수 있는 기업은 수혜종목이 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완제품 가격은 오르지 않고 제품원가 상승으로만 이어져 오히려 피해종목이 된다"고 분석했다.
곡물가격 인상이 음식료 업종에 주는 영향은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심이 라면가격 인상을 발표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생활을 불안케 한다"며 우려를 표시하는 등 정부 분위기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다.
3일 농심 주가는 전날보다 2000원 떨어진 19만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연 5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양식품도 이날 200원 하락한 1만6050원, CJ제일제당도 9500원 떨어진 25만9000원, 오뚜기는 5500원 하락한 12만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오리온은 8500원 하락한 18만8000원, 남양유업은 2만5000원 떨어진 73만6000원을 보였다.
같은 식품업종이지만 수산업 주가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곡물가격에 비해 수산물 원가는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음식료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동원수산은 이날 130원 오른 6930원, 대림수산은 400원 오른 2만1000원, 오양수산도 900원 상승한 1만7600원을 기록했다.
신영증권 한주성 애널리스트는 "곡물가격 인상이 음식료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한 가지로 판단할 수 없다"며 "개별 종목 중에도 저평가된 종목은 충분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농업주도 주목
곡물가격이 영향을 주는 종목은 식품업종만은 아니다. 기후변화로 곡물수확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업부문의 효율화와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의 주가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경지면적에서 곡물수확을 높이기 위해 비료나 종자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커지기에 비료업체나 종자·종묘기업, 해외 장기계약으로 대규모 농작지를 보유한 기업에 수혜가 예상된다. 대우증권이 이런 농업주로 지목한 종목은 국내 비료시장 점유율 1위인 남해화학을 비롯해 카프로, 삼성정밀화학, KG케미칼, 동양물산, 무학주정, 바이오매스코리아, 경농 등이다.
대우증권 정근해 애널리스트는 "이제 곡물가격의 변화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바꿀 만큼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며 "세계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이지만, 현재 그 4%가 전체 시장을 흔들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CJ투자증권 김승한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인상이 완제품 가격으로 잘 전가(轉嫁)될 수 있는 기업은 수혜종목이 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완제품 가격은 오르지 않고 제품원가 상승으로만 이어져 오히려 피해종목이 된다"고 분석했다.
곡물가격 인상이 음식료 업종에 주는 영향은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심이 라면가격 인상을 발표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생활을 불안케 한다"며 우려를 표시하는 등 정부 분위기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다.
3일 농심 주가는 전날보다 2000원 떨어진 19만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연 5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양식품도 이날 200원 하락한 1만6050원, CJ제일제당도 9500원 떨어진 25만9000원, 오뚜기는 5500원 하락한 12만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오리온은 8500원 하락한 18만8000원, 남양유업은 2만5000원 떨어진 73만6000원을 보였다.
같은 식품업종이지만 수산업 주가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곡물가격에 비해 수산물 원가는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음식료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동원수산은 이날 130원 오른 6930원, 대림수산은 400원 오른 2만1000원, 오양수산도 900원 상승한 1만7600원을 기록했다.
신영증권 한주성 애널리스트는 "곡물가격 인상이 음식료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한 가지로 판단할 수 없다"며 "개별 종목 중에도 저평가된 종목은 충분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농업주도 주목
곡물가격이 영향을 주는 종목은 식품업종만은 아니다. 기후변화로 곡물수확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업부문의 효율화와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의 주가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경지면적에서 곡물수확을 높이기 위해 비료나 종자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커지기에 비료업체나 종자·종묘기업, 해외 장기계약으로 대규모 농작지를 보유한 기업에 수혜가 예상된다. 대우증권이 이런 농업주로 지목한 종목은 국내 비료시장 점유율 1위인 남해화학을 비롯해 카프로, 삼성정밀화학, KG케미칼, 동양물산, 무학주정, 바이오매스코리아, 경농 등이다.
대우증권 정근해 애널리스트는 "이제 곡물가격의 변화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바꿀 만큼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며 "세계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이지만, 현재 그 4%가 전체 시장을 흔들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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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격적인 곡물 수출 중단 조치에 2년전 글로벌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이 2년만에 최고로 치솟는 등 국제 곡물시장은 벌써 패닉에 빠졌다.
러시아 수출 중단, 치솟는 밀 가격
최근 국제 곡물시장에서 밀 가격의 랠리 속도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2007~2008년 글로벌 식량위기 당시보다도 훨씬 가파르다. 밀 가격은 한달새 68%나 폭등한 것을 비롯, 6월의 연중 저점에서 84%나 상승했다. 옥수수와 대두도 최근 한 달 동안 약 10%씩 상승했고, 원당(설탕)도 5월보다 30% 이상 올랐다. 러시아 가뭄, 중국 대홍수 등 전세계 이상 기후로 올해 작황이 나빠지면서 곡물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것이다.
곡물 가격 폭등의 진원지는 밀이다. 특히 130년만의 극심한 가뭄에 수출은커녕 자국내 식량 확보부터 걱정하게 된 러시아가 곡물 수출 중단을 발표하면서, 국제시장은 패닉으로 치달았다.
러시아 수출 중단, 치솟는 밀 가격
최근 국제 곡물시장에서 밀 가격의 랠리 속도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2007~2008년 글로벌 식량위기 당시보다도 훨씬 가파르다. 밀 가격은 한달새 68%나 폭등한 것을 비롯, 6월의 연중 저점에서 84%나 상승했다. 옥수수와 대두도 최근 한 달 동안 약 10%씩 상승했고, 원당(설탕)도 5월보다 30% 이상 올랐다. 러시아 가뭄, 중국 대홍수 등 전세계 이상 기후로 올해 작황이 나빠지면서 곡물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것이다.
곡물 가격 폭등의 진원지는 밀이다. 특히 130년만의 극심한 가뭄에 수출은커녕 자국내 식량 확보부터 걱정하게 된 러시아가 곡물 수출 중단을 발표하면서, 국제시장은 패닉으로 치달았다.
수출의 14.5%를 책임져왔지만, 올해는 다른 나라에까지 식량을 대줄 상황이 아니다. 흑해 지역 등에 덮친 가뭄으로 한 해 농사를 망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의 올해 곡물 수확량은 7,000만~7,500만톤으로 당초 예상한 8,500만톤보다 15%가량 급감할 전망. 작년(1억톤)과 비교하면 수확량이 약 3,000만톤 줄어드는데, 이 정도면 러시아의 연간 곡물 수출량(작년 2,140만톤)을 웃돈다.
극심한 가뭄에 러시아에선 전체 밀 농장의 3분의1이 피해를 입었고, 지난달 23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여기에다 최근 40도를 넘는 폭염으로 산불이 번져 국가적 재난 사태에 처했다. 현재 러시아 전역 600여 곳에서 산불이 발생, 농장지대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재고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 식품가격 폭등을 막고 내년 농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전격적으로 곡물 수출 중단을 결정했다. 오는 15일부터 연말까지 밀을 비롯해 옥수수, 보리, 호밀 등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한다는 것.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이미 밀 수출이 중단되고 있다. 주요항구로 수출용 밀을 실어 나르는 열차 운행이 멈춰선 상태. 수출용으로 배정된 400만~500만톤이 선적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인 이집트 등에서는 러시아의 수출 중단 소식에 초긴장 상태다. 2007~2008년 겪은 곡물 파동의 악몽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식량위기?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지난 3일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몇 년간 곡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면서 "그간 농산물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았고,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점에 곡물 가격이 오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밀 가격이 폭등하고 러시아와 같은 주요 곡물수출국이 자국 식량 확보를 위해 수출 제한에 나선 것도 2007~2008년 식량위기 때와 닮은꼴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러시아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주요 곡물수출국으로 수출제한 조치가 확산되는 것. 2007~2008년 당시 러시아 아르헨티나 인도 베트남 등 곡물 수출국이 곳간을 걸어 잠그자, 이들 나라에 식량을 의존해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방글라데시 등이 경쟁적으로 곡물 확보 전쟁에 나서면서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곡물 메이저 카길사는 러시아의 수출 금지 조치에 대해 "이 같은 교역 장벽은 수급원리에 따른 밀의 수출-수입을 막아,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지적했다.
기상 여건도 관건이다. 유엔은 4일 올해 전세계 밀 생산량 전망치를 당초보다 2,500만톤 적은 6억5,000만톤으로 낮췄다. 하지만 러시아 가뭄 등 이상기후가 초가을까지 지속된다면, 내년 작황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2년 전 곡물 부족과 같은 심각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FT는 우선 전세계 곡물창고로서 미국이 건재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현재 미국이 쌓아놓은 밀 재고는 3,000만톤. 2년전엔 800만톤에 불과했다. 내년 6월 전세계 밀 재고량도 1억8,700만톤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아직 곡물 가격과 상승작용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사실 석유와 구리의 가격이 최근 한달 동안 10% 이상 상승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2008년 역대 최고일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 그런데 당시 애그플레이션을 촉발한 건 바로 유가였다. 배럴당 150달러를 육박한 고유가로 인해 바이오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곡물 부족 사태가 불거졌던 것. 아직은 곡물을 제외한 다른 원자재 가격의 추세적 상승을 점치기에는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최악의 애그플레이션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극심한 가뭄에 러시아에선 전체 밀 농장의 3분의1이 피해를 입었고, 지난달 23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여기에다 최근 40도를 넘는 폭염으로 산불이 번져 국가적 재난 사태에 처했다. 현재 러시아 전역 600여 곳에서 산불이 발생, 농장지대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재고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 식품가격 폭등을 막고 내년 농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전격적으로 곡물 수출 중단을 결정했다. 오는 15일부터 연말까지 밀을 비롯해 옥수수, 보리, 호밀 등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한다는 것.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이미 밀 수출이 중단되고 있다. 주요항구로 수출용 밀을 실어 나르는 열차 운행이 멈춰선 상태. 수출용으로 배정된 400만~500만톤이 선적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인 이집트 등에서는 러시아의 수출 중단 소식에 초긴장 상태다. 2007~2008년 겪은 곡물 파동의 악몽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식량위기?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지난 3일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몇 년간 곡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면서 "그간 농산물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았고,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점에 곡물 가격이 오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밀 가격이 폭등하고 러시아와 같은 주요 곡물수출국이 자국 식량 확보를 위해 수출 제한에 나선 것도 2007~2008년 식량위기 때와 닮은꼴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러시아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주요 곡물수출국으로 수출제한 조치가 확산되는 것. 2007~2008년 당시 러시아 아르헨티나 인도 베트남 등 곡물 수출국이 곳간을 걸어 잠그자, 이들 나라에 식량을 의존해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방글라데시 등이 경쟁적으로 곡물 확보 전쟁에 나서면서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곡물 메이저 카길사는 러시아의 수출 금지 조치에 대해 "이 같은 교역 장벽은 수급원리에 따른 밀의 수출-수입을 막아,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지적했다.
기상 여건도 관건이다. 유엔은 4일 올해 전세계 밀 생산량 전망치를 당초보다 2,500만톤 적은 6억5,000만톤으로 낮췄다. 하지만 러시아 가뭄 등 이상기후가 초가을까지 지속된다면, 내년 작황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2년 전 곡물 부족과 같은 심각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FT는 우선 전세계 곡물창고로서 미국이 건재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현재 미국이 쌓아놓은 밀 재고는 3,000만톤. 2년전엔 800만톤에 불과했다. 내년 6월 전세계 밀 재고량도 1억8,700만톤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아직 곡물 가격과 상승작용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사실 석유와 구리의 가격이 최근 한달 동안 10% 이상 상승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2008년 역대 최고일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 그런데 당시 애그플레이션을 촉발한 건 바로 유가였다. 배럴당 150달러를 육박한 고유가로 인해 바이오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곡물 부족 사태가 불거졌던 것. 아직은 곡물을 제외한 다른 원자재 가격의 추세적 상승을 점치기에는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최악의 애그플레이션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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