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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없는 이명

영원한 울트라 2010. 7. 15. 21:44
  • 박모(44)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귓속에서 ‘윙윙’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이명(귀울림)으로 병원에서 청력검사를 했다. 하지만 청각(달팽이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5개월 뒤 계속되는 이명으로 다시 병원을 찾은 박씨는 주파수대를 달리해서 검사를 받은 결과 뜻밖에 달팽이관 손상으로 인한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박씨의 경우 ‘달팽이관 손상은 아니다’는 초기진단으로 치료를 방치하다가 난청만 악화됐을 뿐만 아니라, 이명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만성으로 악화돼 치료가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이는 주파수대 영역에 따라 진단 결과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50∼8000Hz 사이의 주파수대를 활용하는 순음 청력검사에서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보다 높은 10000∼20000Hz 사이의 주파수대를 사용하는 초고주파수대 청력검사에서는 난청으로 밝혀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난청이 없어도 이명이 계속되면 달팽이관 손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비인후과를 찾아 초고주파수대 난청검사를 하면 난청을 초래하는 달팽이관 손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명의 만성화도 막을 수 있다.

     

    을지대 을지병원 이명클리닉 심현준 교수는 “최근 912명의 이명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113명(12.4%)이 250∼8000Hz 주파수대 사용한 순음 청력검사에서 소위 ‘난청 없는 이명’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이명 증상은 있으나 달팽이관에는 이상이 없어 일상생활에서 소리를 듣는 데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난청이 없다’고 진단을 받은 이명환자 113명만을 대상으로 특수장비를 활용해 10000∼20000Hz 사이의 초고주파수대 난청검사를 재실시한 결과 이 중 67.2%(76명)가 달팽이관에 이상이 있는 난청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난청 진단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순음 청력검사가 250∼8000Hz 주파수대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250∼8000Hz 사이의 소리를 주고 청각에 문제가 없으면 난청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숫자 단위가 작을수록 낮은 소리이며, 숫자 단위가 클수록 높은 소리이다. 예를 들어 남성의 목소리가 1000Hz이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는 8000Hz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잘 들을 수 없는 초고주파수대 10000∼20000Hz를 폐쇄된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들려주는 검사를 한 결과, 순음 청력검사보다 더 많은 난청환자가 드러난 것이다. 이는 일상생활 때는 듣기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 이명 환자라도 높은 주파수대 영역의 달팽이관 손상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이 순음 청력검사에서 난청이 드러나지 않아, 달팽이관 치료를 방치할 경우 달팽이관 이상이 악화할 수 있다. 또한, 달팽이관의 이상이 청각중추로(청신경을 통해 소리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통로)까지 확산돼 치료가 가능한 돌발성 또는 급성 이명을 치료가 쉽지 않은 만성 이명으로 악화하고 만다는 것이다.

    만성 이명은 질환 원인의 범위가 달팽이관에서 청각중추 경로까지 광범위하기 때문에 치료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반면에 급성 이명은 질환 원인이 대부분 달팽이관의 일부분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상당 부분 완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의 첫 증상 이후 1∼3개월 사이를 급성, 3개월 이후를 만성으로 보고 있다.

    심현준 교수는 “난청이 없더라도 2일 이상 귀에서 같은 소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명을 느끼면 우선 달팽이관 손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초고주파수대 난청검사 등 적극적인 검사를 받으면 난청과 이명의 만성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급성기의 이명은 대부분 달팽이관의 손상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비록 난청과 같은 동반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도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확한 청력을 검사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순음청력검사에서 정상청력을 보이더라도 초고주파수 청력검사 등을 통해 달팽이관 이상을 보다 정밀하게 진단받을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이명의 급성 단계에서는 비록 뚜렷한 난청의 자각증상이 없다하더라도 돌발성 난청에 준하는 응급질환으로 간주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면 이명이 만성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명이 만성화되면 소리를 전기신호로 전달하는 청신경에도 이상이 생겨 치료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게 되므로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