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편법 상속→비자금→케이블 사업 ‘눈덩이’ 의혹
방송법 바꾸려 방통위 로비 정황
큐릭스 인수 과정 시세차익 의혹… 주식 거래내역 은폐도
태광그룹의 편법 상속·증여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케이블TV사업 확장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는 태광그룹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방송법을 개정하기 위해 정·관계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 큐릭스 지분 매입과정 의혹 = 2006년 당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방송법에 따라 전체 종합유선방송구역의 2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었다. 태광그룹의 MSO 티브로드는 업계 선두권으로 14개(19%)의 방송권역을 소유했지만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태광은 군인공제회와 화인파트너스를 통해 큐릭스의 지분 매입에 나섰다.
당시 공시자료 등을 보면 2006년 12월21일 큐릭스는 군인공제회와 화인파트너스로부터 900억원을 받고 지분의 30%인 17만5611주를 팔아넘겼다.
같은 날 태광관광개발은 군인공제회와 화인 측으로부터 이 지분 전량을 바이백(Buy back)으로 사들이기로 옵션계약을 맺었다. 2년 뒤 원금 900억원에 10% 복리이자를 보장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군인공제회 등은 주식만 보유하고 있어도 상당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반면 티브로드는 방송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는 '이상한' 계약이었다.
2008년 12월 방송법은 태광 측에 유리하게 개정됐다. MSO가 전체 방송구역을 30%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찰은 태광이 100억원대 이자 손실을 감수하면서 군인공제회와 화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큐릭스의 지분을 잡아둔 것은, 정·관계 로비 과정에서 방송법 규제 완화에 대한 언질을 받았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 검찰의 수사 초점 = 검찰은 티브로드가 화인과 큐릭스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호진 그룹 회장 일가가 287억원의 시세차익을 봤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티브로드 홀딩스는 방송법이 개정된 직후인 2009년 1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큐릭스 지분 70%를 주당 6만3060원(총액 2584억원)에 사들였다. 군인공제회와 화인은 태광관광개발과 바이백 옵션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도 태광그룹이 아닌 제3의 회사에 큐릭스 지분 30%를 넘겼다. 티브로드는 2009년 5월 경영권을 이미 확보한 뒤여서 비싸게 살 필요가 없는데도 이 회사로부터 주당 1만5750원 더 비싼 7만8810원에 큐릭스 지분을 사들였다. 바이백 옵션 가격보다 287억원을 더 주고 산 것이다.
검찰은 이 '제3의 회사'가 이 회장 일가 소유의 비상장 계열사이며, 이 회사를 거치면서 이 회장 일가가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태광그룹이 방송법 규제 완화를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흔적을 없애기 위해 고의로 큐릭스의 주식 거래내역을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2월21일 큐릭스 지분 30%가 군인공제회와 화인에 넘어갔는데도 2006년 말~2008년 큐릭스 감사보고서에는 여전히 대주주인 원재연 사장이 지분의 97.5%를 소유한 것으로 공시돼 있었다. 태광관광개발 역시 2006년 말 감사보고서에 군인공제회 등과의 옵션계약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2009년 말 감사보고서 역시 큐릭스 홀딩스의 지분취득 사실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고, 재무제표에도 지분취득 금액에 상당하는 액수변동 사항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두 개 이상의 케이블 유선방송사를 소유·운영하는 사업자. 국내 대표적인 MSO로는 태광그룹 계열의 티브로드 외에 씨앤엠, CJ헬로비전, HCN, CMB 등이 있다.
▲ 바이백(Buyback)
물건을 판 사람이 일정 기간이 지나 이를 우선적으로 되살 수 있는 권리. 돈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 물건을 팔 때 자주 이용된다.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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