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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낳는 거위’ 된 지상파 DMB

영원한 울트라 2011. 7. 13. 23:53

적자 낳는 거위’ 된 지상파 DMB

수신지역 좁아 광고 안돼… 줄도산 우려

서울 원서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4)는 지상파 DMB를 자주 이용하지만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TV가 없어 휴대전화로 DMB 방송을 시청하려고 해도 이 지역에서는 DMB 수신이 거의 안된다. 김씨는 "업무 때문에 마포와 여의도쪽을 다니는데 시내 중심가인데도 방송이 곧잘 끊긴다"고 말했다.

경기 양평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박모씨(58)도 자동차에서 DMB를 시청하기 위해 DMB 기능이 내장된 내비게이션을 샀다. 그러나 양평지역에서는 일부 고지대나 군청 주변이 아니면 DMB 수신이 안된다. 자주 다니는 인근 여주, 이천 지역도 수신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2005년 12월 출범한 지상파 DMB가 수백억원대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표류하고 있다. 당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당장 수익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업계 전체가 고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DMB 수익개선을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3일 방통위가 집계한 지상파 DMB 업계의 누적 적자는 832억원이다. 적자가 약간씩 줄고 있지만 DMB 업계가 지금까지 1051억원을 투자한 점을 감안하면 현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지상파 방송3사 DMB 사업자를 제외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수도권 DMB 사업자인 U1 미디어는 2009년까지 227억원의 적자를 냈다. YTNDMB(-240억원)와 한국DMB(-208억원)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DMB 전파 수신 범위(커버리지)가 넓고 잠재적인 시청자가 가장 많다는 수도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상파 DMB는 수도권과 부산 등 8개 권역을 중심으로 19개 사업자가 운영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수도권은 27개 채널이다.

지상파 방송에 비해 많은 채널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전파 수신 범위가 턱없이 좁기 때문이다. DMB는 수입의 대부분을 광고 수익에 의존하기 때문에 커버리지가 넓어야 수익이 난다.

방통위는 지난해까지 DMB 수신 범위가 전국 평균 81%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1개 채널만 수신돼도 수신 범위로 포함시킨 수치여서 실제 수신율은 이보다 크게 낮다. 수도권만 해도 표면상으로 수신 범위는 97%에 이르지만 지역별로 DMB 수신이 안되는 곳이 많다.

중계소를 더 세워 수신 범위를 넓히는 게 급선무지만 이미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업계가 중계소당 수억원이 들어가는 추가 투자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다. 적자와 설비투자 부족이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방송 콘텐츠가 부실한 것도 원인이다. 지상파 사업자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구매해 방송을 해야 하는 처지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DMB를 대신할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등장한 것도 DMB의 설자리를 빼앗고 있다.

방통위가 이달부터 DMB 수익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에 들어갔지만 뾰족한 해법을 못찾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대안으로 제시되는 유료화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휴대전화와 내비게이션 업체에 DMB 수신 비용을 일부 부담시키는 방안도 있지만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법을 개정해 예산으로 DMB 업계를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DMB 업체 관계자는 "DMB 사업자 대부분이 이미 초기 자본금이 바닥난 상황"이라며 "2~3년 내에 흑자전환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업체 대부분이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