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시장 애플발 '핵폭풍' 오나
아이뉴스24 | 입력 2011.07.22 17:12 | 수정 2011.07.22 17:31 < 아이뉴스24 >
[김익현기자] 762억달러 가량의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이 훌루 인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21일(현지 시간) 애플이 훌루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야후와 구글이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던 훌루 인수 경쟁에 애플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IT업계 강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훌루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실제로 유력한 인수 후보자 중 한 곳인 야후는 최대 20억 달러 까지 지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현재 훌루가 제공하는 각종 동영상 콘텐츠들을 4, 5년 정도 독점한다는 전제 조건까지 붙였다.
유튜브를 갖고 있지만 '프리미엄 동영상 콘텐츠' 확보가 절실한 구글 역시 훌루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 때 훌루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포기를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훌루 인수 경쟁이 안개속 국면으로 바뀌게 됐다.
애플은 왜 훌루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훌루는 애플 N스크린 전략의 마지막 퍼즐"
일단 'N스크린' 확장 전략이란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을 손에 넣은 애플의 다음 공략 대상은 TV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웨드부시 증권의 스캇 서덜랜드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미래 생태계의 한 부분에는 동영상이 포함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훌루가 애플의 차기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단 얘기다.
물론 애플은 이미 애플TV로 이 시장에 발을 담근 상태다. 하지만 애플TV는 아이튠스 콘텐츠 유통플랫폼과 TV를 연결해주는 셋톱박스에 불과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애플은 단말기 판매보다는 아이튠스를 허브로 한 생태계 구축에 더 관심이 많다.
이런 애플의 전략 구도에선 훌루가 최적의 인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에서 아이튠스가 했던 역할을 훌루가 해 주면서 TV를 비롯한 본격적인 동영상 유통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훌루 인수 추진설을 특종 보도한 블룸버그통신은 "훌루를 손에 넣을 경우 새로운 가입자 기반 서비스를 확보하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튠스를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정복했듯, 훌루를 중심으로 이 분야 최강자인 넷플릭스를 위협할 수 있다.
◆온라인 동영상 시청 실태 변화도 주목해야
최근 달라진 소비자들의 시청 행태를 살펴봐도 훌루가 애플의 콘텐츠 전략에서 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야후가 온라인 동영상 시청자 4천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자.
위의 그래프는 2009년과 2011년의 온라인 동영상 시청 실태를 나타낸 것이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프라임 타임'이라고 불리는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온라인 동영상 시청 비율이 2년 전에 비해 두드러지게 늘어났다는 걸 알 수 있다. 프라임 시간 대의 온라인 동영상 시청 비율이 거의 30%P 가량 증가한 것. 그러다 보니 아예 곡선의 모양 자체가 달라졌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야후는 넷플릭스와 훌루 같은 서비스가 성장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입지를 굳혀가면서 TV의 자리까지 조금씩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TV가 독점해 왔던 '거실의 황제' 자리가 조금씩 위협을 받고 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애플이 TV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예사롭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변화 때문이다. 애플은 이미 40인치 대의 고화질 스마트TV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문제는 스마트TV에서 볼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훌루가 매력적인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디즈니를 비롯한 미국의 대형 영화사와 TV방송사들을 한꺼번에 콘텐츠 공급원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N스크린 전략을 차근 차근 진행해 왔던 애플에겐 훌루가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IPO 추진하던 훌루, 매각 쪽으로 가닥
'훌루'의 최근 상황 변화 역시 애플에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008년 출범한 훌루는 한 때 미국의 대표적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로 명성을 얻었다. 월트디즈니를 비롯해 뉴스코퍼레이션, NBC유니버셜 등 대표적인 콘텐츠 회사들이 참여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훌루의 최근 상황은 그다지 양호한 편이 못 된다. 넷플릭스가 급부상하면서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 것. 특히 영화나 드라마 보유 건수 면에서도 넷플릭스에 크게 뒤졌다. 반면 연간 시청료는 훌루가 오히려 넷플릭스에 비해 비싼 편이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해 90만명 수준이었던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올해는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해까지 훌루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던 매출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매출이 1억7천200만달러로 5천400만달러 수준에 머물 훌루를 3배 이상 멀찍이 따돌릴 전망이다.
그러다 보니 가입자 1인당 매출(ARPU) 면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넷플릭스의 ARPU는 지난 해 훌루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잡은 뒤 내년에는 훌루를 추월할 것으로 컨버전스 컨설팅그룹이 예상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훌루는 지난 해 말 유료 가입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국면 전환을 꾀했다. 하지만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없자 결국 매각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잡스는 훌루 참여업체 디즈니 최대 주주"
당초 훌루는 IPO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들어 매각 쪽으로 입장이 급선회했다.
지난 6월 6일 로버트 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아이다호 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 컨퍼런스에서 훌루 매각 추진 사실을 공식 발표한 것. 디즈니는 훌루 참여 업체 중 하나다.
애플이 디즈니와 맺고 있는 관계도 훌루 인수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스티브 잡스가 바로 디즈니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이런 이점을 앞세워 훌루 인수에 성공할 경우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 엄청난 판도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 강자인 넷플릭스에겐 '애플의 훌루 인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애플이 훌루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애플발 태풍'이 휘몰아치면서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잠잠하던 실리콘밸리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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