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경영경제

한국경제의 위험성

영원한 울트라 2012. 12. 25. 17:30

한국이 압축성장을 한 만큼 압축도산할 우려도 높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 복지 저출산ㆍ고령화 소득격차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5~6년에 불과하다고 그는 진단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와 겹친다. 자칫 이 시간을 잘못 보내면 일본과 같은 저성장의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다.

▷박근혜 당선인의 최우선 경제과제는.

“부동산 시장이다. 이게 소프트랜딩(연착륙)하지 못하면 큰일이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물가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하고 비슷한 인구 구조이므로 더 위험하다. 디플레이션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건설업은 고용창출력이 높다. 이 부분이 침체되면 일자리가 대폭 줄게 되고,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계층이 늘어나면서 저출산 문제도 더욱 심각해진다.”

▷일본 거품 붕괴에 비해 나은 편 아닌가.

“한국은 수출 중심의 성장 국가다. 대외 경제상황에 그만큼 많이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매번 해외로부터 위기가 찾아왔고, 또 해외시장을 통해 어느 나라보다 빨리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달리 대외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세도 둔화 추세다. 그동안 한국은 압축성장을 해왔는데, 자칫 잘못 대응하면 압축도산을 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개혁을 해야 하나.

“한국은 그간 내수를 너무 무시해 왔다. 조속히 내수시장을 키워야 한다. 물론 수출을 경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동반 성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출 대기업을 위해서도 내수는 필요하다. 애플 같은 혁신 기업도 미국이라는 탄탄한 내수 시장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한국은 아직 시장을 선점하는 ‘퍼스트 무버’가 아니라 1등을 빨리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어’에 머물러 있다. 시장을 이끄는 이노베이터(혁신가)는 아니다. 엄청난 정보기술(IT)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산업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혁신기업이 나올 수 있는 내수기반이 허약했기 때문이다.”

▷대선 쟁점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였는데.

“경제민주화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애매한 개념이다.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구호에 불과하다. 물론 한국의 자원이 그동안 대기업에 집중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시장 스스로 자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선에서 정부의 역할은 그쳐야 한다.”

▷소득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정부가 가장 쉽게 손을 댈 수 있는 부분이 세금이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도 세제개혁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상속세 인하다. 교육 부문의 개혁도 필수적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계층 간 소득격차를 줄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교육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도한 사교육 열기로 이런 신분상승 기회가 사실상 차단됐다. 중산층 이하가 느끼는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게 시급하다.”

▷많은 공약이 제시됐는데.

“잘못된 공약이나 정책은 나중에도 큰 후유증을 남긴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고,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쏘고 하는 마당에 국가 경제를 컨트롤해야 할 경제부처들이 이삿짐이나 싸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이런 게 다 전임 정권들의 근시안적 공약 때문 아닌가.”

▷복지 예산이 급증할 우려가 크다.

“나라는 회사가 아니다. 뒤처진 사람들도 함께 가야 한다. 복지 측면에서 한국은 아직 선진국이 아닌 게 사실이다. 하지만 ‘후발자의 우위’라는 말이 있다. 뒤늦게 시작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유럽 일본 등 복지 포퓰리즘으로 망가진 사례가 너무 많지 않은가. 복지 정책은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그만큼 초기 설계에 신중해야 한다.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을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 한국에 주어진 시간은 이제 5~6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여성이 애 둘 정도 낳고도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 빨리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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