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국내작가소개방

현대미술의 흐름은?

영원한 울트라 2005. 9. 17. 13:23
현대미술 [現代美術, contemporary art] |
 

한마디로 현대미술이라고 하지만 그 개념은 실제로 매우 막연하다. 무엇을 두고 현대미술이라고 하느냐 하였을 때 우선 떠오르는 것이 근대미술이다. 그리고 이 두 용어를 따로따로 확연하게 구분짓기는 힘들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대미술의 개념은 좁은 의미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미술, 곧 20세기 후반기의 미술을 가리키고, 근대미술은 19세기 미술을 포함한 20세기 전반기까지의 미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대에 의한 규정은 그 자체가 임의적인 것만 아니라 오히려 개념상의 혼란을 가져올 우려마저 있다.

 

물론 전후() 미술을 현대미술이라고 부를 때, 이 시대의 미술은 엄격하게 현대미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여러 독자적인 성격과 양상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미술이 전후에 갑자기 태어난 것은 결코 아니다.

현대미술은 이미 20세기 전반기에 일련의 전위적()인 미술운동과 함께 싹텄던 것이다. 이를테면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칸딘스키, 몬드리안, 말레비치, 들로네 등으로 대표되는 추상미술 운동, 바우하우스 운동 등이 그것이며, 이것 없이는 전후의 현대미술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대미술을 보다 포괄적으로 20세기 미술을 말하는 것으로 삼고 그 주요한 흐름을 개관하기로 한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초두의 약 20년 사이에 유럽 각지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과격하고 혁신적인 미술운동이 거의 동시에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야수주의(:포비슴)와 입체주의(큐비즘), 독일에서는 그것을 한데 묶어서 독일표현주의라고 부르는 ‘다리(Die Br cke)’와 ‘청기사()’(데르 블라에라이터) 운동, 네덜란드에서는 신조형주의(네오플라스티시즘) 운동, 그리고 혁명 전후 소련의 절대주의(쉬프레마티슴), 시기적으로는 약간 처지는 구성주의(컨스트럭티비즘), 이탈리아의 미래주의(퓨처리즘), 마지막으로 제1차 세계대전중에 스위스와 미국에서 거의 때를 같이하여 일어난 ‘다다’ 운동 등이다. 그리고 이들이 지향하고 나선 것은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다같이 르네상스 이래 가꾸어온 전통적 미술의 거부였다.

 

20세기 미술은 야수주의의 봉화와 함께 막이 열린다. 1905년 살롱 도톤전()에서 진열된 일군의 젊은 화가들의 작품들을 보고 “야수의 우리 안에 갇힌 도나텔로”라고 한 어느 신문기자의 말이 그대로 이 새로운 운동의 명칭이 되었다. 그만큼, 그 ‘우리’ 안에 진열된 회화작품들은 강렬한 원색과 대담한 필치에 의한 분방한 구성이었다. 그 주요 화가들은 마티스를 비롯하여 드랭, 블라맹크, 마르케, 뒤피, 프리스, 그리고 한 발 뒤늦게 이에 참가한 브라크, 반 동겐 등이다.

 

이와 때를 거의 같이 하여 독일의 드레스덴에서는 키르히너를 중심으로 ‘다리’그룹이 형성되며, 여기에 E.놀데, 페히슈타인 등이 가세함으로써 20세기의 독일 표현주의 운동이 등장한다. 불안과 고뇌가 얽히고 다분히 비극적인 화풍은 프랑스 야수주의의 개방적인 관능성과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이어 뮌헨에서 ‘청기사’그룹이 형성되고, 여기에는 칸딘스키, 클레, F.마르크, A.마케 등이 참여하여 주로 색채와 형태를 통한 순수한 조형적 세계를 지향하며, 이들 중 칸딘스키는 이미 10년에 최초의 추상회화를 만들어냈다. 한편, 프랑스의 야수주의운동은 얼마 가지 않아 매우 준엄한 조형적 규율을 앞세우는 입체주의(큐비즘)에 자리를 물려준다. 피카소와 브라크를 주축으로 하는 이 운동에는 J.그리스, 레제, 들로네, J.비용 외에도 재능 있는 여러 작가들이 호응하여 입체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때까지 한 시대를 풍미하게 되었다.

 

또, 조각가로서는 리프시츠, 아르키펭코, 로랑스, 자킨 등이 입체주의 미학에 동조하였다. 이 입체주의는 그 미학적 이념에 바로 추상미술을 예고하는 것이었으며, 이 점에서도 그 조형적 혁신의 의의는 크다.

 

20세기 전반기의 추상미술의 움직임은 상당히 다양하게 전개된다. 칸딘스키의 색채에 의한 표현주의적인 추상, 오르피즘이라 불리는 음악적 색채주의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들로네의 추상, 엄격한 기하학적 구성을 추구한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 그리고 감성의 절대적 순수성의 표현을 지향한 말레비치의 절대주의가 그것이다. 흔히 추상미술의 주류를 칸딘스키 등의 ‘뜨거운 추상’과 몬드리안의 기하학적인 ‘차가운 추상’의 양극으로 구분하고 있으나, 이는 도식적()인 풀이이다. 추상회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색채와 형태, 표현과 조형의 자율성의 문제는 실상은 미묘하게 서로 얽히면서 전후 추상미술로 계승된다.

 

한편, 이 순수 조형의 추구라는 20세기 전반기 미술의 기조와는 달리, 현대 문명의 모순 자체에 항거하고 등장한 것이 ‘다다’ 운동이다. 기존의 모든 가치체계를 파괴하려는 이 과격한 운동은, 따라서 철저하게 반예술적(), 반윤리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었으며, 이와 같은 경향은 역시 기존의 미학을 거부하고 출발하려는 전후 미술 속에서 되살아났다. 이 ‘다다’ 운동은 유럽 전역과 미국으로까지 파급되었는데, 그 주요 작가들로는 M.뒤샹, F.피카비아, M.에른스트, H.아르프, 슈비터스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운동의 무대가 파리로 옮겨지자 곧 이어 초현실주의(쉬르레알리슴) 속에 흡수되었다.

 

초현실주의는 비단 조형예술뿐만 아니라 문학 ·사상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 정신운동으로서, 이제까지는 미지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무의식의 세계에 새로운 조명을 비쳤다. 그리고 이 무의식의 세계를 순수한 상태로 표현하기 위해 창출된 것이 자동기술법(오토마티슴)이며, 이 기법은 전후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들에 의해 다시 계승되었다. 초현실주의 작가는 각기 독특한 방법으로 이를 응용하여 환상적인 세계를 펼쳐보였다. 대표적 작가는 M.에른스트, S.달리, Y.탕기, A.마송, R.마그리트 등이다.

50년대는 추상표현주의의 시대라 불릴 수 있을 만큼 이 운동이 세계적으로 파급되었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앵포르멜과 뉴욕의 액션페인팅을 묶어서 호칭되는 이 광범위한 ‘반조형()’의 물결은 한편으로 ‘다다’의 반예술적 정신을 이어받고, 또 한편으로는 초현실주의 자동기술법을 동화시키며 전전()과는 전혀 다른 추상미술을 전개시켰다. 앵포르멜의 대표적인 작가로서는 포트리에, J.뒤뷔페, 아르퉁, 타피에스, 마티외 등을 들 수 있고, 액션 페인팅의 화가로서는 J.폴록, 데 쿠닝, A.고기 등을 대표적인 작가로 꼽을 수 있다.

 

이 추상표현주의 세대 이후 현대미술은 지극히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띠고 전개되며, 라우션버그와 J.존스에 의해 대변되는 ‘네오 다다’와 함께 오브제(물체)가 다시 등장하고, 아울러 이 오브제와 이미지와의 관계가 중요 관심사가 되었다.

 

60년대는 특히 미국의 현대미술이 강력하게 활기를 띤 시기이며, 그 초반에는 팝 아트와 오프 아트가 쌍벽을 이루었다. 주로 매스미디어의 이미지를 그대로 화면에 도입하는 팝 아트는 가장 미국적인 회화라고 평가되며 대표적인 화가로는 A.워홀, 리히텐슈타인, 로젠퀴스트, 웨슬만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들은 각기 개성적인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시각적 환각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추구하는 오프 아트는 바자렐리를 비롯하여 브리지트 라일리, 아감, 줄리오 르 파르크 등을 배출하였고, 이 경향은 그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라이트 아트()와 키네틱 아트()라는 보다 규모가 크고 환각적인 예술형태로 발전해 갔다. 60년대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다시 선명한 순색과 명쾌한 기하학적 형태를 위주로 한 새로운 추상회화가 등장한다.

 

이 경향은 때로 하드에지(hardedge)추상이라 불리기도 하고, 탈회화적() 추상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따라서 작가의 경향도 다양하지만, 이 새로운 추상의 대표적인 화가로서 F.스텔라, K.놀란드, E.켈리, S.프랜시스, F.덜러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60년대의 프랑스 미술계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이 보이나, 미국의 팝 아트와 거의 때를 같이하여 태어난 누보레알리슴(신현실주의)은 현실에 눈을 돌리면서 추상표현주의를 거부하고 나섰다.

 

이 운동은 사실상 팝 아트와 상당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나, 후자가 주로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다루는 데 반해, 도시의 배설물이라 할 수 있는 갖가지 폐품을 즐겨 다루고 있다. 이 그룹에는 이브 클라인, 아르망, 빌레글레, 앵스, 그리고 조각가로서는 팅겔리 세자르 등이 속해 있다.

 

이 밖에 집단적인 움직임은 아니나, 아이요, 아다미, 텔레마크 등에 의해 대표되는 누벨 피귀라숑(), 또는 피귀라숑 나라티브()라 불리는 새로운 구상회화가 60년대 중반부터 확산되어갔다. 20세기 미술에서 조각이 차지하는 위치도 결코 도외시될 수 없다. 그러나 회화의 경우와는 달리 현대 조각은 일찍이 집단적인 운동을 형성하지 못하고 각기 개별적인 활동을 통해 현대조각의 다양한 전개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브랑쿠시는 그의 순수한 형태로써 추상 조각의 창시자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와는 반대로 육중한 양감의 인체조각으로써 H.무어는 구상조각의 한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이 밖에 페브스너, 가보 형제의 구성주의적 입체작품, 헤프워스, 한스 아르프, 아담, 질리올리 등은 추상조각가로서 일가를 이루고 있으며, 마리노 마리니, 그레코 등은 전통적인 구상조각에다 새로운 현대감각을 불어넣고 있다. 이와 같은 현대조각의 동향, 특히 전후의 동향에서 특기할 것은 조각의 개념 변질 또는 그 확산 현상이다.

 

다다이스트들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띠고 등장한 오브제가 바로 이 변질을 가져왔으며, 물체인 동시에 조각이기도 한 입체물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각종 오브제의 입체 구성물 속으로의 도입은 급기야 아상블라주라는 특수한 조각 형태를 낳게 했고, 이는 구성적인 성격의 조각과 대조를 이루며 조각의 영역을 크게 확장시켰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조각은 전통적인 경향과 실험적인 경향이 공존하는 가운데 풍요로운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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