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미의 현대적 해석, '향기속으로' | |||||||||||||||||||||||||||||||||||||||||||||||||||||||||||||||||||||||||||||||||||||
글로벌 미술대전 대상 수상 엄옥경 화가 초대전을 다녀와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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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기자 icechoux@issuei.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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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어린 시절부터 한국적인 물건들, 아름다움을 보며 자랐어요. 그런데 서양 물감으로 서양식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정체성에 혼란이 왔죠. 나는 한국인인데, 내 그림은 어떤 빛깔을 가지고 있는가, 과연 이것이 내 그림인가"
그의 그림이 전시된 곳은 인사동 거리에 있는 갤러리이다. 스타벅스 마저도 ‘STARBUCKS'대신 한글 ‘스타벅스’를 간판에 써 넣은 곳. 이것은 하나의 힘겨루기였다. 제 아무리 잘나가는 외국 커피 전문점이라 해도 인사동에서 만큼은 자신만의 것을 고수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문화의 혼합, 하이브리드(hybrid)는 엄 씨 작품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엄 씨는 ‘STARBUCKS'를 ‘스타벅스’로 바꾼, '한국 미술의 인사동'이라 불릴만하다. 한국의 민화에 드러나는 오색 창연한 화려함과 유려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류 미술계는 근대화 이후 서양 미술 사조의 흐름에 포섭돼왔다. 그러나 엄 씨는 이러한 흐름 속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을 거부한다. 서양 물감이 입혀진 화폭에는 어느 새 연꽃과 꼬까신, 화관, 산조아쟁 같은 전통 악기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언제나 한국적인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한국인 화가'의 시선 끝에서 구현된 것이다. 전통적 향기 속으로 ‘전통적 향기속으로’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이번 작품들 역시 자수, 민화문양 등 민족의 생활, 사살, 문화로 자리잡은 상징적 표현양식과 발복의 기원을 담고 있다. 전시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인사하는 것은 고개를 새초롬히 내민 연꽃 그림들이다. 모두 네 점의 연꽃 그림이 자리하고 있는데, 같은 듯 하면서도 다시 보면 모두 다른 형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면 앞쪽의 연꽃들이 작고 보드랍고 유연하게 빛나고 있다면 화면 뒤쪽의 연꽃들은 큼지막하고 묵직하다. 서양식 ‘원근법’에는 맞지 않지만 어두운 자줏빛 연꽃들은 결코 튀지도, 그림을 짓누르지도 않고 든든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교함과 화려함으로 시선을 빼앗는 화관. 언뜻 보면 화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바탕이 연하게 채색된 것 같지만, 이것은 사실 과거 궁중 여인들이 입던 당의이다. 엄 씨는 이 당의를 결코 배경으로만 놔두지 않는다. 곱게 금박을 입히고, 화관 아래쪽으로 눈을 돌리면 당의 또한 ‘주인공’임을 눈치 챌 수 있다.
아래 그림의 원앙 한 쌍이 자리한 곳도 푸른 물이 아니라 왕이 입던 푸른 흉배 위다. 엄밀히 말하면, 흉배에 쓰였던 고전적인 문양 주위로 엄 씨가 고안한 문양들이 배치돼 있다.
고요하고도 섬세한, 때로 집요하기까지 한 호흡 배겟모에 놓인 자수 하나도 스쳐 보내지 않는 고요하고도 섬세한 호흡. 문양과 문양, 형상과 형상이 씨줄 날줄로 얽혀 때로 집요하게까지 느껴지는 그 호흡을 따라가려면 우리도 걸음의 속도를 늦추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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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9월 14일 17:59:30 / 수정 : 2005년 09월 14일 18:49:34 이경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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