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창석 기자 =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 국내 젊은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개인전이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나라 요시모토는 일본 신세대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드 보일드, 하드럭''의 표지와 삽화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작은별
통신''이라는 자전적 삽화산문집을 내기도 했다.
올해 46살의 나이로 대중문화를 성공적으로 수용한 일본 네오팝(Neo Pop)
세대의 대표작가로 통한다.
''내 서랍 깊은 곳에서''라는 제목아래 8월 21일까지 계속될 이 개인전에는 회화와 조각은 물론
드로잉, 사진에 이르기까지 총 300여점이 출품됐다.
그의 작품에는 늘 순진한 듯하면서도 악동같은 표정의 어린 아이나 개와 고양이
같은 의인화된 동물들이 등장한다.
귀를 쫑긋 세운 갈색 새끼 고양이가 오리 모양의 간이 변기위에 올라 앉은 모습을 그린 ''착한
새끼 고양이''나 스키를 타고 우주를 날고 있는 아이의 모습인 ''우주 스키어'', 별이 빛나는 밤하늘에 우주선을 타고 가며 눈동자에서 노란
빛을 뿜어내는 아이를 그린 ''당신은 우주여행자'' 등은 앙증맞은 만화 캐릭터나 에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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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네오팝의 기수 나라 요시모토 개인전 |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 국내 젊은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네오팝(Neo Pop) 세대의 대표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 ''우주 스키어''./문화/ 2005.6.18
(서울=연합뉴스) | 그런데 이 꼬마나 동물들은 대부분 2등신의 신체구조와 둥그런 얼굴에 눈꼬리를 치켜 뜨고, 반항기 가득한 눈빛으로 입을 비쭉거리거나
앙다물고 있다.
그의 작품이 특별한 것은 귀엽고 한없이 순진무구할 것 같은 어린 꼬마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반항적이고 때로는 사악해
보이기까지 하는 표정이 우리 내면에 감춰진 두려움과 고독감, 반항심, 잔인함 등 복잡한 현대인의 감정의 선을 잘 읽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같은 양면성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포커페이스로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네오팝 세대가 전체적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라 요시토모의 경우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청소년기부터 몰입해온 저항과 자유, 죽음에 대한 찬미 등을 노래하는 로큰롤에서 더욱 강한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순수미술 형식과 대중문화의 정서를 결합한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며 음울하고 스산산 고딕적 경향마저 띠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하우스''라는 집을 새롭게 제작해 갤러리내 글래스파빌리온에 설치한 뒤 관람객을 집안으로 불러들여 자신의 소지품과 작업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 집의 위층 발코니에 올라서면 로뎅의 ''지옥의 문''을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조각설치 ''생명은 샘''은 물이 가득한 대형 커피잔 속에 얼굴들을 층층이 쌓아 올려놓은 작품으로 이들의 눈에서 은연중
흘러나오는 눈물은 복잡하고 무서운 이 세상에서 성장을 멈추고 대중문화에 열광하는 피터팬 같은 젊은이들의 고독을 상징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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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이였을 때를 기억하는지 - Yoshitomo 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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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한 이미지의 악동들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요시토모
나라는 1959년 생으로는 1987년 아이치현립 예술대학원을 마치고 이듬해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아카데미에 입학, 1993년 마이스터슐러를 취득한
이후 독일과 일본을 거점으로 작품을 발표해왔다. 회화, 조각, 아트상품, 출판물 등 다양한 매체와의 결합을 통해 작업하는 그는 우리나라에서
2002년 출간된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드보일드, 하드럭’ 삽화를 통해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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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들
혹시 요시모토 바나나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국제적인 감각을 지향하고자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 소설가 말이다.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서점에서 이것저것 ‘요시모토 나라’의 화집과 작업노트들을 뒤적거리다 결국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최근작
‘하드보일드, 하드럭’만 덜렁 들고 나왔다.
‘하드보일드, 하드럭’은 그저 요시토모 나라의 일러스트를 덤으로 얻는다는 생각으로 구입한 책이다. 책표지를
넘기면 제일먼저 머리를 양갈래로 딴 여자아이가 아주 살벌한 표정을 짓고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협박조의 목소리로 “어이 아저씨, 나
과자 좀 사줘요” 라고 말할 것만 같다. 몇 년전에는 방화광이란 이름이 붙어있는 빨간모자와 외투를 입은 저 깜찍한 그림을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었다. 심술궂게 꼬나보고는 있지만 아뭏튼 마음을 사로잡는 묘한 힘이 느껴지는 그림이라고 느껴졌다.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들은 누가봐도
‘싫다’는 극단적인 반응이 나오지는 않을 만한, 누구나 귀여워할 만큼 인상적이다.
요시토모 나라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2등신
아이들은 동글동글 한 것이 얼핏보면 너무나 귀엽지만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심술궂고 사납게 치켜뜬 눈, 앙다물거나 비웃는 듯이
일그러뜨린 입, 거기에 톱을 들고 있거나 머리에 못이 박혀 피를 흘리고 이빨을 집게로 뽑아들고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고 있다. 사실 뿔만 안
달렸지 작은 악마쯤으로 보인다. 요시토모 나라의 일러스트 속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귀엽고 순진한 어린이의 이미지를 배신한다.
우리가 아이였을 때
언젠가 인적 드문 지하보도를 지날 때 저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삑삑’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한 아이가 들고 있는
정체모를 검정색 비닐봉지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병아리들이 불량식품처럼 담겨져 있었다. ‘설마 병아리를 베란다에서 떨어뜨리지는 짓
따위는 안 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섬찟한 생각이 들어 뒷머리가 서늘했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한때 모두 다 악동이었다.
미운 일곱살, 죽이고 싶은 여섯살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말썽만 피우고 못된짓을 하고 다닐 때 가 있었다. 나도 엄마 주머니에서 돈을 슬쩍해
과자를 사먹었던 어두웠던 과거가 있다.
그러나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때때로 행복했던 어린시절로 되돌아가는 꿈을 꾸곤한다. 우리의
기억은 인심이 후해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주로 행복했던 기억만을 남긴다. 그렇지만 곰곰히 당신이 아이였을 때를 떠올려보라. 그때 나는 마냥
순진하고, 아무 걱정없이 행복하고 천진난만 했었는가? 아이들이라고 항상 귀여운 표정만 짓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도 분노와 슬픔, 공포가 있다.
아이들의 세계도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던 어린시절’만을 주로 이야기하고 기억하게 되는 것은 어른인
우리가 어린시절의 기억들을 선택적으로 미화하기 때문은 아닐까.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들은 이러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귀여움을 걷어낸 요시토모 나라의 아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외로움, 두려움과 불안이 스며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한껏 째려보거나, 톱을 들고 있거나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 잔혹해 보인다거나 섬찟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자기방어적 기제로 느껴진다. 엄마가
없으면 금방 불안해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은 실은 누구보다도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대상인 것이다. “어린이의 갈등이나 고통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허식의 세계를 그린 책은 자신의 어릴 때의 경험을 생각해 낼 수 없는 사람들이 꾸며내는 것이다”라는 유명 작가의 말을 요시모토 나라는 알고
있나보다.
**요시모토 나라의 FUN FUN FUN 웹사이트 ‘해피아워’(www.happyhour.jp)’를 방문하면 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글 | 전은경 -
www.edesigner.pe.kr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