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해외작가소개방

키르히너

영원한 울트라 2005. 12. 10. 16:58




 

20세기에 들어서 독일에서 일어난 여러 미술사조들은 세계 미술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차갑다”, “이성적이다”, “정직하다” 등 일반적으로 독일이란 나라와 문화에 대해 느끼게 되는 감정들이 그들의 미술에도 잘 반영이 되었지요. 아주 심플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주는 바우하우스나 청기사파 등 여러 사조들이 나름대로의 미에 대한 인식과 의미를 주장하면서 일어났습니다. 그 중에서 키르히너가 이끄는 다리파(Die Brucke)는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습니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 “인간에게서 위대한 점은 그가 하나의 목적이 아니라 다리” 라는 글귀에서 착안하여 자신들의 명칭을 “다리파” 라고 했던 이 화가들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것과 문명에 대해 회의감을 갖는 것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예술의 근본 원리를 찾았습니다. 지극히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것을 인정하고, 추구하겠다는 것이죠.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처럼 그들은 연인들과 함께 곧잘 숲에 모여 나체 소풍을 즐겼습니다. 지극히 원시적인 아름다움에 도취될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일반적으로 아름답다고 칭송하는 미의 기준에서 떠나 그들은 자신만의 강한 개성을 추구하였습니다.

키르히너의 그림을 보면, 그 속에 등장하는 모델이자 연인이었던 도리스가 있습니다. 그녀는 뻣뻣한 몸짓과 과장된 눈매로 자신을 그리는 화가를 빤해 쏘아보고 있지요. 그녀의 몸매는 딱딱하고, 심지어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얼굴 또한 부드러운 미소는 보이지 않구요.

하지만 키르히너가 사랑했던 그녀에게는 그가 원하던, 바로 그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본능적으로 그 아름다움을 감지했습니다. 도리스는 키르히너에게 있어 최고의 여자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자신만의 미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참 좋겠네요. 그렇다면 모두들, 같은 코와 눈을 원하면서 성형외과를 찾아가진 않을 텐데 말이에요.하하…

독일의 한 도시, 드레스덴에서 모자를 파는 상점의 직원이었던 도리스는 키르히너의 그림에 등장할 때 곧잘 모자를 쓰고 나타납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모자만 쓰고 있는 그녀를 보면 아무래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 특별한 연민과 결속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녀는 유흥가의 무희들이나 창녀들과 비슷한 생활도 함께 했다고 해요. 그리고 그런 생활을 키르히너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도 하였구요. 그와 그녀 그리고 친구들 모두 “성적으로 헤픈” 이런 삶에 대해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런 행위들이 고리타분한 편견과 허영, 가식에 대한 도전의 표현으로 삼은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성적 욕망, 본능의 표현은 서구 문명을 뒤집고 원시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 주장한 것입니다.

키르히너는 1906년에서 1911년까지 도리스와 함께 있었습니다. 그동안 그녀는 그의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고, 사랑을 나누어주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그를 먹여 살리기까지 했지요. 그러나 키르히너는 더 이상 자신의 연인에게 의지하면서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동료들과 함께 베를린으로 떠났습니다. 만남도 헤어짐도 자신들의 마음이 가는 데로 흐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 베를린에서 힘들게 만들어지던 키르히너의 예술 세계는 점점 우울하고 어두워져만 갔습니다. 그리고 1937년 나치스로부터 퇴폐 예술가라는 낙인이 찍혀 작품을 몰수당하고 탄압을 받게 되었지요. 결국 그는 절망에 빠져 1938년에 자살하였습니다.

 

 

 

 

[예술가 그룹 (1927)]
함께 원시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현대 사회의 병폐를 거부하고자 했던 예술가들의 모임입니다. 오토 뮐러, 키르히너, 헤켈, 슈미트 등 드레스덴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이들 네 명이 1905년 처음으로 다리파(Die Brucke)를 결성했지요. 새로운 문화와 이상에의 다리가 되고자 했던 그네들이었으나 결국 자신들도 그 다리를 완전히 건너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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